번개탄에 고기를 구워 먹었다
이수연 지음, 주노 그림 / 소울하우스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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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희망 없이도 내일은 어김없이 오더라. 어김없이 내일이 오다 보니 또 나아지더라." (p.86)



검정과 노랑의 극대화된 보색의 대비로 눈에 똭! 띄는 표지와 '번개탄에 고기를 구워 먹었다'라는 알쏭달쏭 한 제목으로 궁금증을 유발한다. 번개탄에 고기를 구워 먹는 건 당연한 일인데, 아~ 죽으려고 산 번개탄으로 고기를 구워 먹었구나,,, 어머나! 무슨 일이 있었길래??



굉장히 부담스럽고 무거운 주제일 수밖에 없는 '자살'이라는 소재를 제목처럼 무심하게 툭 던지듯, 무겁지 않고 위트 있게 담아내고 있다. 여전히 문턱이 높은 정신과,,, 마음의 감기라 불리는 우울증,,, 어쩌면 나도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애써 외면하는 마음 한켠의 아픔을 무심하게 위로한다.



여전히 반드시 살아야지는 않지만, 한 걸음씩 내디딜 수 있는 용기가 생겼고 사람들과 이야기하고 밥을 먹고 따뜻한 햇볕을 바라볼 수 있는 단단함이 생겼다는 말과 함께,,, 고등학교 중퇴와 검정고시, 반복적인 정신병원 입원 등 결코 평범하지 않은 이력을 거친 작가는 자신의 경험담과 함께 혼자 아파하고 있을 누군가에 따뜻한 토닥임을 전한다.



"앞으로 그 마음, 절대 잊으면 안 돼. 지금처럼 소중히 기억해야 해. 그러면 돼. 그러면 괜찮아." (p.211)



힘들지만 버텨낸 작가도 대단하지만 평범하지 않은 일상을 살아내는 그녀를 묵묵히 옆에서 바라봐 주는 그녀의 남편 또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결혼기념일을 맞아 차박을 준비하고, 캠핑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숯불구이를 위해 덤덤하게 아내가 자살하기 위해 준비해뒀던 화로와 번개탄을 꺼내며 아무렇지도 않게 위로를 전할 수 있는 남편이 이 지구상에 얼마나 될까,,, 아내의 서툰 고백을 받아주며 그저 살아있음을 위로해 줄 수 있는 사람이... 웃으면 안 되는데,,, 번개탄으로 죽기 힘들다는 저자의 투덜거림이 왠지 귀여운 건 나뿐은 아니겠지??



"나는 반드시 '살아야지'라고 말하진 않을 것이다. 다만 눈을 맞춘다면 살며시 웃어 보일 것이다. 함께 미움을 덜어나갈, 고마운 당신을 위해."(p.258)



혼자 사는 세상이 아니니 사람으로부터 상처받고 사람으로부터 치유받는 일상이 당연하지만 반복되는 상처와 치유가 마냥 달갑지 않은 건 나만의 생각일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과의 관계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내가 안타깝지만 '죽고 싶은 적도 있고, 죽을 뻔한 적도 있고, 죽을 만큼 아픈 적도 있었던' 저자의 말처럼 어김없이 오는 내일을 살아내다 보면 나아지는 것이 삶일 것이다.



"나는 결국, 행복은 그림자 같다고 생각했다. 너무 어둠이 짙으면 보지 못한다. 빛이 너무 많아도 보기 힘들다. 위를 바라보면 볼 수 없고, 바닥만 본다 한들 고개를 잘 맞추지 않으면 여전히 발견할 수 없다. 당연하지만, 찾기 힘든 그림자 같은 행복. 다시 어둠이 짙어지면 나는 그림자를 잃어버릴지도 모르지만, 시선을 제 대로 두고 나의 그림자를 찾아낼 수 있다면, 빛이 조금이라도 들 때 다시 그림자 같은 행복을 발견해 낼 수 있지 않을까. 조금 더 빨리, 그리고 제대로 찾아낼 수 있지 않을까. 어딘가에 분명 그림자가, 그리고 행복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고 있지 않을까." (p.248)



아플 때 아프다고 소리지를 수 있는 삶이, 모두에게 좋은 사람이 아닌, 나에게 좋은 사람, 내가 좋아하는 사람에게 좋은 사람인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한 삶이 될 수 있음을 생각하게 해주는 책이었다.



"그런데 나는 너에게 좋은 사람이 되고 싶고 그러기 위해 노력하잖아? 나는 그렇게 생각해. 모든 사람에게 좋은 사람일 수 없어. 내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에게만 좋은 사람으로 남으면 돼." (p.65)

[ 네이버카페 컬처블룸 서평단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후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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