낀대세이 - 7090 사이에 껴 버린 80세대 젊은 꼰대, 낀대를 위한 에세이
김정훈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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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세대갈등의 정점을 이루던 90년대말 사회생활을 시작한 70대생 X세대다. 우리세대는 서태지와 아이들로 대변되는 한마디로 외계인 같은 New Generation이었다.  그럼에도  90년대 MZ 세대를 만난 70년대 X세대들은 꼰대와 낀대의 그 어디쯤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급발진은 교통사고에만 있는 게 아니다. 소통에도 있다. 얌전히 길을 걷고 있는 보행자에게 달려드는 자동차처럼, 관계를 유지하는데도 급발진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소개팅을 하고 나서 하루 만에 사랑한다고 고백하는 사람도, 오허세 님처럼 자신에게 관심을 가져 달라며 쉴 새 없이 떠들어 대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p.238)
 
이런 줄 알았는데,,, 80년대 후배들의 눈에 우리는 완전 꼰대였나보다. 7090 사이에 껴 버린 80년대 젊은 꼰대의 이야기를 담은 ‘낀대세이’를 읽으면 완전 좌절하고야 만다. 아직은 젋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제는 기성세대로 취급될 만큼 늙어버렸다니!!  세월이 참 빠르다,, 대체 언제 이렇게 늙어 버린걸까...  ㅜㅜ
 
사실 중간관리자가 되고 난 이후 신입들의 나이가 급격하게 어려진 탓에 그들과 나의 거리감을 좁히지 못해 그져, 마음을 내려놓고 도 닦듯이 남은 직장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그런데!!! 그들보다는 나와 가깝다고 생각하던 직속 후배 (80년대생)들에게도 세대갈등을 유발하는 꼰대로 느껴진다니... 세상이 모두 내 맘같지는 않은가 보다.
 
70년대생 X세대는 공중전화가 당연히 자리잡고 있던 그 시절 혜성처럼 등장한 신문물이었던 삐삐와 시티폰을 사용한 신세대 였고, 작은 USB만도 못한 메모리룰 가진 컴퓨터를 신주단지 모시듯 영접한 세대이자 – 나처럼 결혼이 살짝 이른 경우에는 - 정말 이해하기 어려운 외계인 같은 MZ세대의 부모다.
 
이런 내가 80년대생들의 애환(?)을 담은 낀대세이를 읽으면서  ‘어머머! 이랬었구나!’를 여러번 상기하게 된다. 스스로 낀세대라 여기는 80년대 후배님들은 내가 어설픈 매스게임으로 동원되었던 86 아시안게임과  88 올림픽  – 88 올림픽에 굴렁쇠 소년이 7살이었으니 당연히 80년대 생이었겠군 - 을 어렴풋이 기억하고, 국민학교가 아닌 초등학교를 다닌 세대다. 소소한 사실들을 하나씩 되짚다 보니 결코 만만치 않은 70년대와 80년대 사이의 벽을 알아차리게 된다.
 
물흐르듯 자연스럽게 흐르는 시간은 70년대생과 80년대생을 가르고, 80년대생과 90년대생을 가른다.  스마트폰에서 더 이상 진척이 없는 나 - 70년대생 - 의 디지털 라이프와 달리 80년대생 후배님들은 90년대생 MZ세대들의 놀이터인 메타버스를 숙명처럼 받아들여야하니 그들의 멀고먼 여정이 안쓰럽기까지 하다. 메타버스 제페토 아바타를 만들어야하나하는 고민을 하지만 쉽사리 도전하지 못하는 나의 모습이 아마도 80년대생들과의 차이가 아닐까 싶다. ^^;;
 
Cool함은 개나 줘버리고, 사람은 그저 적당한 관계 속에서 살아야한다고 여기는 X세대 – 나도 처음엔 회식도 싫고 팀장님이 나의 주말을 묻는 것도 싫었다 – 와 So Cool로 무장한 MZ세대 사이에서 적정온도를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에너지가 고갈될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하지만 우리에겐 지옥보다 전쟁터의 괴로움이 더 와닿는다. 지옥은 판타지지만 전쟁터는 현실 다큐멘터리니까. 지옥에선 영혼만 힘들겠지만 전쟁터는 육체와 정신 모두 지치게 하니까." (p.38)

70년대생 꼰대가 아니어도, 80년대생 낀대가 아니어도, 세대를 넘어 겪을 수 있는 인간관계 속의 모습들에 공감할 수 있는 시간이 되어준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우리 모두는 신세대로 등장해 낀대가 되었다가 꼰대로 퇴장하는 것이 순리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구리 올챙이였던 시절을 새까맣게 잊어버리듯 신세대를 탓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에 그들을 이해할 수 있는 Cool함을 장착한 동지가 되고 싶다는 소박한 희망을 품어본다.

[ 네이버카페 소담북스 꼼꼼평가단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후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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