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네 산부인과
고다 도모 지음, 김해용 옮김 / 현대문학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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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다 도모의 오네 산부인과를 읽으면서 성적 소수자를 가리키는 LGBT(레즈비언, 게이, 양성애자, 트랜스젠더)를 처음으로 접했다. 성적 소수자들에게 특별한 거부감도 없지만, 그들에 대한 부당한 대우를 비판하는 목소리에 힘을 보태는 입장도 아니었기 때문이리라. 여성과 남성이라는 생물학적 성을 넘어 요즈음에는 사회적 문화적 성을 의미하는 '젠더'를 사용하고 있지만 여전히 성적 소수자들에게는 커밍아웃이 힘든 세상이다.

굉장히 가부장적이고 폐쇄적인 우리 사회에서 성적 소수자가 등장하기 시작한 건 얼마 되지 않았다. 2000년 활발하게 활동하던 방송인 홍석천이 스스로 게이 커밍아웃을 하고, 2001년 트랜스젠더 하리수가 화장품 모델로 등장하면서부터이지 싶다. 소재로 회자되는 것조차 금기시했던 게이, 트랜스젠더 등 성적 소수자들을 다루기 시작했으니 이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시작이었을 것이다. 오네 산부인과는 그럼에도 여전히 다수의 사람들이 불편하게 여기는 LGBT를 유쾌하게 다뤄내고 있다. 한 발자국쯤 여느 사람들과 틀리지 않은 조금 다른 그들에게 다가선 느낌이라고나 할까,,,

"다치바나 선생님, '언니 산부인과'에 잘 오셨어요." (p.44)

태아의 목소리를 듣는 산부인과 의사와 의료진과 스텝이 모두 LGBT로 구성된 독특한 산부인과를 배경으로 조금 다르지만 따뜻한 출산기를 이야기한다. 예상하지 못했던 산후우울증 환자의 자살 사건으로 더 이상 산부인과 의사로서의 일상을 이어가기 어려웠던 다치바나 쓰구오. 사랑하는 아들이 일상에서 멀어지고 있는 것이 안타까웠던 쓰구오의 엄마는 오래전 알고 지내던 선배 야나기가 운영하는 특별한 산부인과를 소개한다.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작은 도시의 언덕에 위치한 '언니 산부인과'. 아주 특별한 이곳에서 쓰구오는 함께할 수 있는 파이팅 넘치는 위로와 따뜻함을 배운다.

"우리는 되도록 낳고 싶은 방법으로 낳게 해주고 있어요. 그게 '행복한 출산'과 '행복한 양육으로 연결되거든요." (p.12)

서핑 USA를 틀어둔 채 서핑보드에 올라탄 남편과 함께 아이를 낳고 있는 특별한 부부의 출산을 시작으로 쓰구오는 여느 병원과 사뭇 다른, 프렌들리 하지만 비밀스러운 언니 산부인과만의 특별함을 마주한다. 아이를 낳아 본 산모든 아이를 낳아 보지 않은 초산부든 모두에게 출산은 경이로운 미래이자 예측할 수 없는 두려운 미래다. 쓰구오를 비롯한 언니 산부인과의 특별한 사람들은 새 식구를 맏이 하는 행복보다 두려움이 앞서는 사람들에게 그들만의 따뜻함을 전한다.

쌍둥이 아이 중 한 아이를 잃었던 엄마가 스스로의 책임이라 자책하며, 산후우울증의 두려움에 다시 찾아온 아이를 반갑게 맞이하지 못하는 임산부에게 무작정 아이를 낳도록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열 수 있도록 진심을 다해 돕고, 양육시설에서 자란 어린 부부에게는 아이를 충분히 잘 키울 수 있다는 용기를 북돋는다. 치열하게 생각하고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말이다.

"이제야······· 제 이름이 좋다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저는 늘 '가업을 이어받아 살아가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하지만······ '태어난 생명을 계속 이어 가게 하고 싶다', 그런 바람이 담겨 있는 게 아닌가 싶어서." (p.353)

당당하게 스스로가 조금 특별한 LGBT 임을 커밍아웃할 수 있고, 남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깊숙이 숨겨두었던 태아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경이로운 능력을 걱정 없이 밝힐 수 있는 곳, 다름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는 곳, 서로가 격려하며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곳 그곳이 바로 오네 산부인과가 아닐까 싶다. 이제는 기억도 가물가물해진 두 번의 출산을 떠올리며, 가볍지만 가볍지 않은 여운을 얻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 네이버카페 몽실북클럽 서평단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후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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