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 게 뭐야, 내가 좋다는데 - 모로 가도 뭐든 하면 되지
이해범 지음 / 들녘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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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왕자가 자리를 옮겨가며 노을을 감상하는 것처럼, 커다란 고양이와 토끼가 마른 오징어를 안주로 두고 맥주잔을 부딪히고 있다. 퇴근 후의 시원한 맥주 한 잔은 온갖 세상의 시름을 잊게 하는 소중한 아이템인 데다가 심지어 '알 게 뭐야, 내가 좋다는데'로 귀결되는 마법의 문장까지 함께하고 있으니 바랄 게 없는 풍경이다.

"집에 도착해 가방을 대충 던져놓고 냉장고를 연다. 시원하게 대기 중인 캔맥주 하나를 집어 들었다. 생각해 보면 막상 걱정하던 어느 순간이 와도 대단한 일이 아닐 때가 더 많다. 그러니 의미 없는 생각들로 스스로를 괴롭히지 말자. 맥주 한잔 마시면서 여행 여운이나 마저 음미해야지. 걱정들은 훌훌 털어내고서." (p.236)

이립 5년 차, 아직은 별 볼일 없는 동네 백수형, 소박한 순간들을 모아 인생이라는 돼지 저금통을 채워가고 있는 중이라는 저자의 소개 글이 왜 저 나이 때 나는 소소한 행복을 즐길 여유도 없이, 아등바등 목표만을 향해 달려가는 어리석은 짓을 했었는지 후회가 밀려든다. 지나고 보면 아무것도 아닌 일에 에너지를 털어 넣고 두고두고 쌓아야 할 소소한 행복을 등한시했는지,,, 왜 이런 행복은 시간이 지난 후에야 알 수 있는 건지,,, 혈기왕성했던 젊은 시절이 아깝기만 하다.

'그래도 ㅇㅇ은 해야지~'라는 말로 얼마나 많은 상처를 받고 또 얼마나 많은 상처를 주고 있는지 생각한다. 비혼으로 살아도, 딩크로 살아도, 고졸로 살아도, 아르바이트만 해도 나만 행복하다면야 무엇이 문제이겠냐마는 우리는 아무 이유 없이 행복하게 살아가는 타인을 그들이 동의하지 않은 기준에 끼워 맞추려고 한다.

여전히 혼밥이 익숙하지 않은 꼰대지만 아주 가끔 점심시간을 여유롭게 '혼자' 즐기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럼에도 다른 사람들의 삐딱한 시선 - 같이 밥 먹을 사람도 없나? - 이 신경 쓰여 무리에 휩쓸려 나간다. 나 자신도 혼자 있고 싶을 때가 있으면서 누구든 혼자 남겨지려고 하면 어떻게든 같이 나가려고 애를 쓰곤 한다. 이 얼마나 이율배반적인 행동인지! 무조건 보편적인 기준에 끼워맞춰진 행동이다. 내가 좋은 건 아무런 이유가 되지 않는 거다. 허허~

'긍정적인 방향치' 책장을 덮은 이후에도 여운이 남는 문장이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말이 있다. 조금 더디고 어렵더라도 스스로가 도착하고 싶은 등대의 불빛을 따라 움직이면 된다. '말하는 대로 말하는 대로 될 수 있단 걸 눈으로 본 순간 믿어보기로 했지 마음먹은 대로 생각한 대로 할 수 있단 걸 알게 된 순간 고갤 끄덕였지' 유재석 & 이적 처진 달팽이의 말 하는 대로 가사처럼 긍정적인 방향치로 고개를 끄덕이며 남은 시간을 채워가고 싶다.

"조금은 느리지만 자신을 설레게 하는 것들을 하나씩 배워가며 도전하는 그녀야말로 진정한 청춘, 진정한 You Only Live Once가 아닐까." (p.141)

모로 가도 도전 가득한 채움으로 아마추어가 되고, 모로 가도 열심히 최선을 다해 아이의 자랑스러운 엄마, 우리 엄마의 자랑스러운 딸이 되고, 모로 가도 짧은 인생 즐거운 시간으로만 가득 채우고 싶다. 인생 뭐 있나! 내가 좋으면 되지~ 딴 사람이 이상하게 보면 어떤가! 내가 행복하면 되지~ 누가 뭐래도 행복한 인생이 성공한 인생이다!

붉게 물들어 가는 가을 노을을 바라보며 맘에 맞는 사람들과 유쾌하고 떠들썩하게 시간을 보내는 것처럼 읽어내려간다. 괜찮아~ 대학 안 가면 어때! 괜찮아~ 승진 좀 늦으면 어때! 괜찮아~ 괜찮아~ 다 괜찮아~ 마법의 주문을 외워본다.

"3년째 고백도 못 하고 짝사랑으로 가슴 앓이 하는 수정이. 혼자 여행 다니는 사람은 부럽지만 혼자 여행 가기는 무섭다는 동생 진호. 새해 계획을 세울 때마다 몇 년째 다이어트가 빠지지 않는 의지박약 친구 세준이. 그렇지만 1년 뒤에도 가슴 앓이만 하고 부러워하고 두려워하고 싶지 않다면 지금이라도 시작해. 나도 지금부터 해 보려고!" (p.39)


[ 네이버카페 컬처블룸 서평단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후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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