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하면 괜찮은 결심 - 예민하고 불안한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정켈 지음 / 아몬드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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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다수가 그러하겠지만 긴 줄글을 읽다가 가끔 만나는 그래픽 노블은 빠르고 쉽게 읽히는 덕분에 책태기를 극복하게 해주기도하고 어릴적 만화책을 읽던 기분을 느끼게 해주기도 해서 종종 그래픽 노블을 읽곤 한다.

"이만하면 괜찮은 결심" 제목이 사뭇 비장하다. 어떤 결심이길래 이쯤이면 괜찮다는 다독임까지 장착하고 있는 걸까... 눈에 힘을 빡 준채 마스크에 고무장갑 청소용구를 풀 장착한 여자와 당황한 눈동자와 우산으로 나에게 날아드는 모든 것을 막아내고야 말겠다는 철벽방어 의지를 보이는 또 한 여자. 그리고 부연된 "예민하고 불안한 여자 둘"

힘을 빡 준 강박에 집착하는 눈동자와 불안하게 흔들리는 눈동자가 묘하게 대비된다. 완전 다른 성향으로 보이는데 '같이' 살아간다라~ 뭘까??? 강박과 불안이 엊갈리며 부딪히는 것 자체만으로도 피곤할 것 같은데 같이 산다고?? 도대체 왜?? 같이 살 수 있는 조합인가? 표지부터 흥미로운 궁금증을 유발한다.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계획과 맞춤법 등에 강박을 지닌 고결과 눈물겨울 정도로 안전에 불안해 하는 조심. 그녀들은 독립생활과 경제적 형편을 생각해서 하우스메이트가 - 물론 가상이다 - 되기로 한다. 극과 극의 대치를 이룰 것 같으면서도 강박과 불안은 살짝 바꿔 생각하면 묘하게 잘 어울리는 조합이다. 하루 종일, 무슨 일이든지간에 계획된 일정대로, 정해진 규칙대로 실행해야하는 강박이나 두 번, 세 번 확인하지 않고는 견디지 못하는 불안이나 일상을 불편하게하는 예민한 집착이니 말이다.

대다수 사람들은 - 추측이지만 확신한다 - 자신만의 강박과 불안을 한 두가지쯤 가지고 있다. 하지만 타인에게 까칠한 예민러로 보이는 것이 두려워 '절대로 아닌 척, 대범한 척' 가면을 쓰고 산다. 나 또한 시험보는 날 아침엔 머리를 감지 않거나, 손톱을 자르지 않고, 즐겨보는 오늘의 운세가 나쁜 날에는 유난히 조심하는 등 소소한 강박과 불안을 가지고 있을 뿐만아니라 어울리지 않게 청소는 잘 안하면서, 싱크대에 쌓인 설거지는 눈에 거슬리고 정리정돈은 잘하지 못하면서 욕실 수건이 흐트러지는 건 심하게 불편해 한다. 이 모든 것이 스스로를 안심시키기 위한 최소한의 노력이기도 하고, 조심해서 나쁠 건 없다는 안심장치이기도 하다. 하지만, 같이 사는 가족 조차도 내가 설거지와 수건에 집착하는 것을 잘모른다. 왜? 아닌척 하니까 ㅋㅋ

책을 읽는 동안 가상의 인물 결과 심의 일상의 모습이 조금도 불편하지 않다. 아마도 누구에게나 있을 법한 숨겨진 진실을 본것 같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나만 이런게 아니구나하는 안심같은 마음일게다. 결과 심의 집착과 불안의 강박에 안심하며 그녀들이 집착과 강박을 살짝 내려두고 '그럭저럭 괜찮은 하루',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았던 하루'라 읍조리는 혼잣말에 위로를 받는다. 조금쯤 편히 살아도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을거라는 다독임이니말이다. 결에게 든든함을 안겨주는 빨간 매직펜 같은 한 가지가 나에게도 있었으면 좋겠다~~

결과 심의 불안하지만 서로를 채워가는 동거를 통해 저자는 강박도 불안도 나의, 일상의 한 조각임을 말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결과 심이 서로를 채우듯 강박에 불편해하지 말고, 불안에 떨지않고 당당하게 스스로를 지켜내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 네이버카페 몽실북클럽 서평단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후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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