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모자를 쓴 여자 새소설 9
권정현 지음 / 자음과모음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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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민은 그날 보았던 검은 모자를 똑똑히 기억한다."

검은 모자를 쓴 여자의 알 수 없는 눈길이 나를 쫓고 있다. 신경과민이라 여기고 있었으나 어느 날 새벽 우연히 내다 본 창밖의 풍경은 의심의 깊이를 더해 간다. 검의 모자를 쓴 여인의 시선을 의식하는 아이를 잃은 여자 ‘민’의 시선은 혼란스럽기만 하다.

4년간의 공무원 수험생활의 종지부를 찍으며 같은 수험생이었던 남자친구와 결혼한 민. 이유없는 무심함으로 무료한 수험생활을 이어가던 그녀에게 살갑게 다가온 남편과 결혼하고 짧지 않은 기다림 끝에 아이를 얻었지만 불의의 사건으로 아이를 잃는다. 불행은 또 다른 불행을 동행하는 건지... 아이를 잃고 다시금 평범한 일상을 이어가고 있다고 여기던 그녀에게 또 다른 불행이 문을 두드린다. 검은 빛으로 가득찬 첫 인상처럼 그녀의 고통의 깊이를 공감할 수 없다.

"민은 지금도 사람에게는 저마다 운명의 궤도 같은 것이 있어서 발버둥 치려 해도 기어이 그 궤도 속으로 끌려 들어가는 게 인생이라고 믿고 있다." (p.56)
 
어느 날 갑자기 그녀의 가족이 된 입양한 아이 동수와 검은 고양이. 아이와 고양이는 마치 형제처럼 의지하며 그녀의 곁에 머물고 있다. 진실을 알 수 없는 의문의 사건들이 이어지는 그녀는 진실과 환상 사이를 넘나들듯 혼란의 소용돌이 속에서 헤어나올 수 없다. 어쩔 수 없는 사고였을까,,, 보이지 않는 어떤 것에 휘말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인간의 나약한 심성에 기반한 미스터리가 끝없이 이어진다.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 세살박이 아들 은수에게 일어난 알 수 없는 비극이 단지 사고였을 뿐일까. 다정하기만 했던 그녀의 남편은 흔치않은 사건을 서둘러 마무리 하려고 했을까. 평온함을 되찾을 무렵 입양된 그레이트 데인 무지의 실명, 홀로 여행을 떠나있던 기간중 기다렸다는 듯이 발생한 화재와 침정엄마의 질식사 그리고 모든 사건의 끝에는 은수를 잃은 뒤 가족으로 맞이한 아들 동수와 검은 고양이 까망이가 연결된다.

그녀를 조롱하듯 일어나는 크고 작은 사건들에 대한 의심은 어느새 합리적인 이유를 만들며 그녀를 불신의 깊은 늪으로 이끈다. 극도의 예민함이 불러일으킨 불안과 망상일까... 현실과 상상을 오가던 의심은 남편의 차에게 발견된 노트 한 권을 통해 현실이 되어간다. 현실과 망상을 이어가던 민의 불안은 결국 아이를 잃은 엄마의 상실감으로 귀결된다.

"형체 없는 얼굴에 죽은 은수의 얼굴이 겹쳤다. 죽은 자의 얼굴 위에 수의가 놓이고 관이 놓이고 상여 소리가 지나갔다. 죽음이 저희끼리 다투며 반복해서 산 자들을 위협하고 있었다. 타다닥, 날갯짓 소리. 민은 눈을 크게 떴다. 나비 떼였다. 송장나비가 날갯짓하고 있었다. 민은 눈을 가리며 무릎을 꿇었다. 수천수만 마리의 흰나비들이 군무를 추듯 민을 중심으로 소용돌이쳤다." (p.172)

아이를 잃은 엄마의 심리상태가 검은 모자를 쓴 여인으로 투영되어, 망상과 불안으로 섬세하게 묘사된다. 마치 자신의 꼬리를 물고 있는 우로보로스 처럼.

[ 네이버카페 책과 콩나무 서평단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후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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