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 뷰티 (완역판)
애나 슈얼 지음, 이미영 옮김 / 레인보우퍼블릭북스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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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뷰티' 날렵하고 잘빠진 명마에 어울리는 이름이다. 애나 슈얼의 블랙 뷰티는 말의 시선으로 그들을 대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14살때 심하게 다쳐 거동이 불편한 그에게 평생 다리가 되어 주었던 '말'들의 이야기를 따뜻한 시선으로 전한다. 다정하고 사랑스러운 말이 간혹 거칠게 변하는 건 그들의 잘못이 아닌 전적으로 인간의 욕심 때문이라는 것을....

좋은 환경에서 태어나 잘 자라 선한 사람들과 말로서의 첫 발을 내딪었지만 모두다 그러하듯 굴곡진 생을 살아냈던 블랙 뷰티라는 말이 화자가 되어 자신의 인생을 회고한다. 사람들의 욕심으로 갇힌 채 - 먹이와 안전한 잠자리를 제공한다고는 하지만 - 그들이 원하는 대로 살아야 하는 말들 - 동물들의 삶 - 의 삶을 가만히 드려다본다. 모든 사람들이 첫 번째 주인 고든 만큼 선하지 않고, 모든 마부들이 존처럼 그들을 이해하지 않는다.

거친 매질과 불편한 마구를 통해 그들의 자유를 빼앗고 고통으로 몰아간다. 그들의 시선에서는 그들을 이용하는 인간들에게 생명을 지닌 무엇인가로의 대우를 바라는 건 사치일 뿐이었다. 그들 또한 살기위해 반항하고, 살기위해 거칠어질 수 밖에 없었다.

"어느덧 길들이기를 해야 할 때가 왔어. 내게는 썩 좋지 않은 시간이었지. 남자들 여러 명이 나를 붙잡으러왔어. 마침내 나를 초원 구석으로 몰아넣은 다음 한 사람이 내 앞갈기를 잡고 또 다른 사람이 내 코를 잡았어. 너무 꽉 붙들어서 숨도 쉴 수 없을 지경이었지. 그런 다음 또 다른 사람이 억센 손으로 내 아래턱을 잡고 내 입을 비틀어 벌렸어. 그렇게 강제로 내 입에 고삐를 채우고 재갈을 물린 다음 한 사람이 고삐로 나를 끌고, 또 다른 사람은 뒤에서 채찍으로 때렸지. 이게 사람의 친절함에 대해 내가 얻은 첫 경험이었어. 모든 게 완력으로 이루어졌지." (p.39)

말이 주요 교통수단이었던 그 시절을 살아보지 않았던지라 언급되는 마구들이 낯설다. 원하는 곳을 볼 수 없으니 불안에 떨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되는 오로지 앞만 바라보게 눈을 가리는 마구나, 말들에게 처한 상황은 조금도 고려하지 않은 채 꼿꼿하게 머리를 들어야하는 제지고삐, 미용을 위해 잘린 꼬리 등 인간의 잔혹한 욕심을 그럼에도 받아들이고자 노력했던 그의 과거를, 담담히 회고한다.

동물들을 인간의 욕심에 맞춰 재단하고 있는 건 그때나 지금이나 별반 다르지 않았나보다. 지금도 여전히 그들의 건강은 무시한 채 더더더 작은 강아지로 개량하기 위해 노력하고, 몽글몽글한 꼬리를 만들기 위해 서슴없이 꼬리를 잘라버리고 있으니... 반려강아지를 키우면서 나 또한 우리 강아지에게 중성화를 시작으로 부족한 산책과 인위적인 미용 등 수없이 많은 못된짓을 하고 있으니 그들을 비판할 자격도 없다.

엄마와 함께 살던 푸른 초원 다키로 불리우던 시절의 막연한 행복을 지나 당당하게 어른이 되어 고든 가에서 훌륭한 명마로써의 자존감 충만한 청년기를 지나 자유를 빼앗긴 요크 거에서는 고된 삶 그리고 다시 블랙 뷰티로 조이에게 돌아오기까지... 그에게 상처를 준 것도, 위로를 건낸 것도 인간이었다.

말의 시선으로 쓰여진 어른들을 위한 동화라는 설명이 멋지게 어울리는 책이다. 말 못하는 동물이라는 이유로 그들에게 얼마나 많은 잘못을 서슴없이 저지르고 있는지 반성하는 시간을 갖게 된다.

"선생님 말씀이 맞아. 사랑이 없는 종교는 없어. 사람들은 자신의 종교에 대해 마음껏 말해도 되지만, 사람과 짐승을 선하고 친절하게 대하라고 가르치지 않는다면 그런 종교는 모두 엉터리란다. 제임스. 상황이 뒤집히면 그런 종교가 설 자리는 없을 거야." (p.81)

[ 네이버카페 몽실서평단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후기입니다 ]

#블랙뷰티#애나슈얼#이미영#레인보우퍼블릭북스#감성동화#동물관점소설#몽실북클럽#몽실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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