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련되게 해결해 드립니다, 백조 세탁소 안전가옥 오리지널 9
이재인 지음 / 안전가옥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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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지긋지긋할 정도로 한결같은 도시다”
주인공 백은조가 나름 희망을 품고 떠난 고향 여수를 표현한 문장이다. 여수 밤바다를 지키는 낭만포차 거리와 시내 전경을 한눈에 볼 수 있는 해상 케이블카를 비롯한 오동도의 동백열차까지,,, 이렇게 다양한 놀거리 볼거리가 갖춰진 여수를 ‘지긋지긋할 정도로 한결같은’ 심심한 동네로 표현하다니! ‘여수 = 낭만’으로 인식하고 있는 나에게는 섭섭함으로 다가오는 문장이 아닐 수 없다.

다니던 대학이 갑자기 문을 닫아 버리고 그 흔한 대학 졸업장도 없이 고향으로 돌아온 은조. 더군다나 지금까지 ‘백조 세탁소’ 잘 운영하시던 부모님은 은조의 복귀와 함께 은퇴를 선언하시고 세계 일주를 떠나신 덕분에 은조는 ‘백수가 돼서 돌아온 거야?!’하고 묻는 동네 사람들의 따가운 눈총과 함께 세탁소를 떠맡게 된다. 이제 스무 살을 갓 넘긴 아가씨의 동네 세탁소 운영기가 평범한 일은 아닐 터, 백조 세탁소를 배경으로 은조의 파란만장한 고군분투기가 펼쳐진다.

한결같은 동네의 중심에 자리 잡고 있는 고향으로 돌아오자마자 은조의 앞날이 순탄하지 않을 것임을 말해주는 것처럼 반갑지 않은 동네 터줏대감 삼총사를 마주한다. 터줏대감 삼총사만으로도 버거운 은조를 시험하듯 범상치 않은 만남으로 시작한 이정도 형사와의 인연이 사사건건 이어지고,,, 여수를 꿋꿋하게 지키고 있는 백조 세탁소는 어느새 동네 사랑방이 되어간다.

지긋지긋할 정도로 한결같지만, 동네 사람 모두가 애정 하는 여수의 작은 마을이 한탕을 노리는 사람들에게 휘둘릴 위기에 처하고, 은조를 비롯한 동네 터줏대감 삼총사는 힘을 모아 마을을 지켜낸다. 긴장감 넘치는 미스터리라기보다는 ‘청년백수의 동네 적응기’로 읽힐 수도 있는 소소한 사건들이 베일에 싸인 반전의 인물과 함께 이어진다.

소소하게 이어지는 여수의 사건들과 코믹한 탐정 은조의 활약은 코지 미스터리의 정석을 보여주며 적당한 긴장감과 함께 흡인력 있는 스토리를 전한다. 불편하게 여기던 동네 터줏대감 삼총사는 절친 언니가 되어 있고, 티껍던 이정도 형사는 어느새 로맨스를 기대하는 베프가 되어있다. 여수의 작은 마을로 되돌아온 청년 은조는 조금은 촌스러운 '백조 세탁소'를 배경으로 극적으로 드라마틱하지 않지만 따뜻한 온기를 채우며 세련된 동네 탐정이 되어간다.

"인생은 그렇게 드라마틱 하지 않다. 모두가 화면 속 주인공처럼 화려하게 살 수도 없다. 하지만 화면 밖에서도 사람들은 여전히 살아간다. 살아가고 있다. 잔잔하고 심심하게. 그리고 아주 평범하게." (p.117)

유명 인플루언서의 뒷광고 등으로 반짝 유행을 지나 초라해지는 작은 마을의 현실과 갈수록 팍팍해지기만 하는 청년들의 일상 - 고향으로 돌아오는 것만으로도 낙오자 취급을 받아야 하는 - 을 가감 없이 보여주는 모습에 짠한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어느새 간지나는(?) 선구리와 함께 조용한 마음에 세련된 숨길을 불어넣는 은조와 세 언니들을 응원하는 나를 발견하게 되는 유쾌한 이야기였다.

[ 네이버카페 몽실북클럽 서평단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후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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