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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의 심판 ㅣ 파비안 리스크 시리즈 2
스테판 안헴 지음, 김소정 옮김 / 마시멜로 / 2021년 7월
평점 :
"당연히 가능하지 않은 일이었다. 그 편지가 수취인에게 도달할 가능성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그 모든 장애를 극복하고 편지가 수취인에게 도착할 확률은 계산도 할 수 없을 만큼 너무나도 작았다. 그런데 정확히 그 불가능해 보이는 일이 일어났다." (p.9)
편지 한 통으로부터 시작된, 일곱 명의 희생자와 일곱 개의 사라진 장기! 파비안 리스크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 '얼굴 없는 살인자'를 너무 재미있게 읽었던 후라 짜릿한 한 줄 소개와 함께 시작하는 파비안 리스크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 '편지의 심판'에 대한 기대가 한층 더 높아진다. 벽돌도 깨의 책을 들고 읽다 - 슬프지만 노안이 오기 시작해서, 돋보기는 거북하고 안경을 쓰고 보는 것보다 가까이 읽는 게 좋다 - 보니 팔목이 시큰거린다. 전작도 그렇지만 글자를 살짝 키우고 두 권으로 나눴으면 하는 쓸데없는 생각이 스쳐간다.
얼굴 없는 살인자의 주된 사건이 일어나기 6개월 전쯤으로 거슬러 올라가서 시작한 이야기 덕분에 첫 번째 작품에서 다소 혼란스러웠던 파비안과 소냐의 관계, 니바의 도발 그리고 두냐의 일탈에 대한 의문이 자연스럽게 해소된다. 등장인물에 대한 캐릭터가 선명해진다고 할까,,, 훨씬 입체적인 느낌과 함께 책장을 넘기게 된다.
크리스마스를 앞둔 어느 겨울, 주요 인사들을 보호하기 위한 비밀경호국의 보호에도 불구하고 스웨덴 법무부장관 그리모스가 홀연히 사라지고 파비안은 사라진 그리모스를 찾기 위한 수사에 투입되지만,,, 비밀경호국의 수장 헤르만에게 석연치 않음을 느낀 파비안은 금단의 열매와 같은 니바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그리모스를 찾는 수사는 진척을 보이며 용의자를 특정하지만 진범이 아닌 것 같은 직감을 떨쳐버릴 수 없다. 더군다나 조금씩 삐그덕거리던 아내 소냐와 아이들과의 거리는 점점 더 멀어지고, 어디서부터 잘못되고 있는 걸까. 파비안은 소냐와의 관계도 사람들의 장기를 꺼내간 범인도 깔끔하게 정리하고 싶다.
"사랑이란 건 누군가를 사랑하거나 하지 않거나 둘 중 하나라니까요. 그거보다 복잡할 필요가 전혀 없어요. 분명히 불꽃이 아주 작아진 것 같지만, 소매를 걷어붙이고 달려들어 봐요. 그래도 불씨가 꺼져버리면 그건 끝난 거니까, 변호사한테 전화해서 서류에 서명할 준비나 하고요." (p.537)
한편, 독단적이지만 탁월한 수사능력으로 동료들의 시기와 질투를 한몸에 받고 있는 덴마크의 수사관 두냐 또한 유명 TV 스타의 아내가 자신의 집에서 잔인하게 살해당한 사건을 맡아 유력한 용의자로 그의 남편과 오래전 출소한 연쇄 강간 살인범을 쫓고 있지만 그녀 또한 이들이 범인이 아닐 것 같은 강력한 직감에 몸서리 친다.
우연인 듯 아닌 듯 비슷하게 닮아 이어지고 있는 한 사람을 쫓고 있는 파비안과 두냐. 차례차례 살해되어 몸 속의 장기를 빼앗기고 있는 이들의 뒤를 쫓던 두 사람은 닿지 않아야 할 곳을 향하고 있는 진실에 맞닥뜨리고... 추악한 진실속에서 숨겨진 순애보와 조우한다.
긴박하게 이어지는 연쇄살인의 현장의 긴장감과 매력적인 두 수사관의 정교한 수사에 피리부는 사내를 쫓아가는 아이들처럼 푹 빠진다. 범죄스릴러의 정석과 같은 파비안과 두냐의 매력에 빠져 허우적거리며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등장하는 진범과 가슴 아픈 진실은 진한 여운을 남기며 길고긴 여정을 마무리한다.
연쇄살인, 사라진 장기를 추적해가는 두 수사관의 범죄현장도 매력이지만 각기 다른 방식으로 사랑하는 사람들을 애타게 쫓는 인간적인 모습도, 의문의 연쇄살인범에게 잡혀 마지막 순간까지 희망을 놓지 않기위해 몸부림치는 죽어가는 피해자의 심리를 따라가는 것도 매력적인 시간이 되어준다. 범죄스릴러를 애정하는 독자라면 파비안 리스크 시리즈 강추다! 다음 시리즈도 완전 기대된다. ^^
"하지만 더는 어떤 일이든 신경 쓸 여력이 없었다. 이제 곧 죽게 되기라는 희망조차도 포기한 지 오래였다. 이제부터는 그냥 무관심이 그녀의 모든 의식을 차지하게 할 생각이었다. 무엇보다도 이제는 그저 체크아웃하고 문을 닫고 나가고만 싶었다." (p.410)
[ 네이버카페 문화충전200 서평단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후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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