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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 앤 크라프트, 풍요실버타운의 사랑 - 여섯 가지 사랑 테라피 공식 ㅣ 한국추리문학선 10
김재희 지음 / 책과나무 / 2021년 7월
평점 :
여섯 가지 사랑방정식이란 테마의 김재희 소설집 '러브 앤 크라프트, 풍요로운 실버타운의 사랑'. 평소 보기 힘든 세 할머니의 당당한 비키니 패션과 귀여운(?) 똥배로 시선을 확 끌어 당기며 유쾌한 시작을 알린다. 사랑방정식과 할머니의 비키니라, 어울릴 것 같기도, 어울리지 않을 것 같기도한 다소 엉뚱한 출발은 여섯 가지 사랑이야기에 대한 기대감을 높여준다.
달콤 쌉싸름한 민트초코부터 풍부한 더블샷의 에스프레소까지 여섯 가지 각양각색의 사랑 테라피는 희대의 요부 메살리나 같은 욕심 많은 여인과 화양연화를 꿈꾸는 중년의 여인, 아스라이 저물어 가는 노을같은 풍요실버타운 노년의 여인까지... 행복을 꿈꾸는 그녀들이 사랑을 갈구하는 다양한 모습을 아낌없이 보여 준다. 더불어, 김재희 작가님의 전작 출연진들을 찾아보는 소소한 재미까지! 가볍고 유쾌한 여름날의 추억 한장을 채운다.
아주 많이 좋아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나이든 사람, 특히 나이든 여자에 대한 사회적 대우는 각박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다. 똑같이 나이들어 가고, 몸매가 변해가지만 남자들의 허물어진 똥배는 '중후한 연륜'으로, 여자들의 귀여운 똥배 - 심지어 출산을 원인으로 하고 있음에도 - 는 성을 잃어버린 제3의 성 '아줌마'로 표현되기 일쑤다. 불만스러운 여성의 단편을 위로하 듯 첫 번째 단편 타임슬립러브와 마지막 여섯 번째 단편 풍요실버타운의 사랑은 사회적 편견으로부터 속박당해온 나이든 여자들의 사랑을 과감한 일탈과 함께 풀어 낸다. 덕분에 소설 속의 코믹스럽지만 당당한 그녀들의 일탈을 응원하게 된다.
"반면에 침팬지 암컷은 평생 외도를 하지 않는 것처럼 여겨졌으나, 알고 보니 뒤에서 몰래 한 것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아프리카 어느 지역의 침팬지 유전자를 분석한 결과, 다른 무리의 수컷 핏줄이 절반 넘게 이어진다는 것이다. 성욕은 암수 모두에게 똑같이 일어나는 욕구였다." (p.91)
첫 번째 단편 타임슬립러브의 평범한 가정과 풍요로운 삶을 살고 있지만 넘치는 성욕과 외로움을 견디기 힘든 45세 주연. 나이든 여자의 삶을 잠시 버리고, 화양연화를 꿈꾸며 무려 10살이나 어린 여자가 되어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과감한 탈출을 실행한다. 잠깐이지만 매력적인 젊은 여자로의 일탈이 마냥 즐겁다. 사라진 주연을 찾는 형사들의 탐문수사가 쫄깃한 긴장감을 주진 않지만 소소한 재미를 더하고, 다소 허술한 준비로 너무 쉽게 들켜버린 타임슬립이 아쉽기까지 하다.
푸른 절벽을 배경으로한 미제 사건을 쫓는 프로파일러 감건호는 야생화를 키우는 여자 장미현의 퍼플 블루 레모네이드처럼 깊은 심해같은 비밀을 알게 되지만 비밀의 그녀를 위해 영원한 미제로 남겨두기도 - 누구를 위한 선택이였을까?? - 하고, 욕심을 채우기 위한 요부 메살리나의 사랑은 결국 파국을 맞닥뜨리기도 한다.
마지막, 풍요실버타운의 삼총사 가영, 나숙, 다정 할머니의 사랑이야기는 뭐랄까 에스프레소처럼 깊지만 안타깝다. 여섯 편의 단편 중 가장 인상 깊었던 풍요실버타운의 사랑은 아스라이 저물어가는 노을처럼 포르쉐와 함께 마지막 일탈을 화려하고 유쾌하게 즐기고 저물어 간다.
"한참을 물에서 걷고 물장구치고 수영도 하면서 놀다 나왔다. 파라솔 아래 그녀들이 나란히 앉았다. 저 멀리 수평선에 내리는 노을을 보는 세 사람. (중략) '그래요, 바쁘게 살자! 바쁘게. 타운서 악기도 바둑도 유화도 배워 보자구요. 요즘 누가 옛날 호호 할머니들처럼 살아요? 화이링!' 나숙 씨가 손에 손을 잡고 파이팅을 외쳤다. 노을이 곱게 지는 모습을 한참이고 감상했다." (p.274~275)
여섯 가지 맛을 가진, 여섯 가지 사랑이야기가 각각의 매력을 담뿍 담고 있다. 더불어 짧은 단편이라 요즘 같은 휴가철 가볍게 읽기 좋은 소설집이었다.
[ 네이버카페 몽실북클럽 서평단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후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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