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키마와라시
온다 리쿠 지음, 강영혜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21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스키마와라시로 처음 만난 작가 온다 리쿠는 - 아직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 구상으로부터 12년, 취재기간 11년, 집필기간 7년의 어마어마한 기간동안 혼신의 힘을 들여 집필한 ‘꿀벌과 천둥’으로 일본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양대 문학상 나오키상과 서점대상을 동시에 수상한 유일한 작가로 알려져 있다. 더불어 스키마와라시는 작가 온다 리쿠의 입문서로 28년 그녀의 작품세계를 만날 수 있는 작품이라하니 책장을 넘기기 전부터 설레인다.

여러 작품을 읽어보지 않은 탓에 - 대부분이 다 그렇겠으나 유난히 호불호가 갈린다는 의견이 있다 - 개인적으로 아직 호불호를 딱히 정의할 수 없으나, 그녀만의 분위기로 추억, 향수를 자극하는 노스텔지어의 정령이라는 별명으로 불리우는 것은 처음으로 접한 ‘스키마와라시’ 만으로도 인정하게 된다. 추리나 스릴러 작품처럼 쫀쫀한 긴장감과 몰입감을 준다고하기에는 조금 심심하다 하겠지만, 아련하게 떠오르는 어릴적 추억을 자극적이지 않게 풀어내는 특유의 분위기가 느껴진다.

주인공 산타가 가족에 대한 생각을 풀어내는 첫장에 – 아닌척 하고 있지만 - 평소 숨겨온 나의 마음을 들킨 듯하다. 가족에 관해 흔하게 포장되어 있는 따뜻하고, 고맙고,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가족을 다른 사람에게 정확하게 설명할 수 없는, 평소 공기처럼 당연히 그 곳에 존재한다고 여기며 속을 알려고 노력하지 않는 다는 그의 독백같은 문장에 공감 한다...

“형은 가족이 보기에도 설명하기 좀 어렵다. 아니, 가족이기에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다. 생각해보자. 당신은 자신의 가족을 얼마나 정확하게 남에게 설명할 수 있나. 오랜 세월 함께 시간을 보냈다고 해서 사람을 제대로 이해한다고 할 수 없다. 오히려 공기처럼 그곳에 당연히 있는 존재이기에 이제 와서 구태여 어떤 사람인지 생각하지 않고 속을 알려고 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리라.” (p.5)

타일을 비롯한 오래된 물건들, 특정되지 않은 ‘그것’과의 접촉으로 다로 형제의 틈을 비집고 들어오는 정확하지 않은 오래된 기억들은 마치 오랜 겨울 지나고 어느틈에 찾아와 좁은 창문의 틈새를 비집고 불어오는 봄바람처럼 노곤하다. 어린시절부터 끌림을 느꼈던 오래된 것들을 – 문고리를 집착에 가까울 정도로 수집하고 있다 – 다루는 골동품점을 운영하는 형 다로와 형의 일을 돕고 있는 동생 산타. 산타를 부르는 다로의 ‘동생아’와 그에 응하는 산타의 ‘왜, 형’ 만으로 정확하게 설명할 수는 없지만 공기처럼 서로에게 존재함을 알게 한다.

"네. 지금 떠올랐는데요, 골동품이나 중고품은 실제로 오 랜 세월을 견디고 살아남은 물건이죠. 눈, 바람을 견딘 강함 도 있고 각각 지닌 이야기도 있으니 거기에 있는 것만으로 굉장한 존재감이 있잖아요." (p.357)

어느날 들려온 기이한 이야기. 오래된 건물의 철거현장마다 나타나는 어린 소녀. 그녀는 얇디 얇은 흰색 원피스를 입고 밀짚모자를 쓴 채, 하늘색 도란과 함께 기억의 틈을 누빈다. 마치, 다로와 산타의 오래된 기억을 끌어내기 위해 움직이는 정령인 것처럼. 신비한 소녀 스키마와라시는 다로와 산타 사이에 있어야할 잃어버린 가족처럼... 귀신이나 유령 같은 오싹함 보다는 기억의 퍼즐조각을 맞추는 길잡이가 되어 준다.

"미루고 생각하지 않는 것도 어느 의미로는 문제 해결법 중 하나니까." 형이 그렇게 말하며 두 사람의 죄책감을 얼버무리려 했다. 하지만 이 건은 생각지도 못한 방향으로 이어지게 된다. 아니, 이어졌다는 표현이 맞는지 모르겠다. 어쩌면 처음부터 이 건의 일부였을지도 모른다. 그것이 잠시 잊고 있던 바로 그 '스키마와라시'였다. (p.174)

속도감 있게 읽히는 책이라하기는 어렵지만, 노스텔지어의 정령이라 불리우는 온다 리쿠의 스며듬, 느림의 매력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시간이 되어준다. 있는 그대로의 분위기를 느끼면 될 것을 '스키마와라시'를 직역해보겠다고 파파고부터 구글번역기까지 동원한 2% 부족했던 나의 모습이 노스텔지어의 정령을 대하는 예의가 아니었음을 반성하며,,, 마지막 장을 덮는다.

"그리고 역시 그 아이는······ 스키마와라시는········. 그렇다, 이때 나는 처음으로 그 아이에게 스키마와라시라고 이름 붙였다. 형이 말한 그 이름을, 서랍에서 손을 내민 그 아이, 마쓰카와 씨 스마트폰에 사진 찍힌 그 아이에게 스키마와라시라는 이름을. 그리고 그 아이는 나와 관계가 있고 어디에선가 그 아이와 내가 이어져 있다고 생각했다." (p.239)


[ 네이버카페 몽실북클럽 서평단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후기입니다 ]

#몽실북클럽#몽실서평단#스키마와라시#온다리쿠#노스텔지어의정령#내친구의서재#일본소설#장편소설#기억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