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최고의 범죄스릴러 작가 스테판 안헴의 파비안 리스크 시리즈의 첫번째 작품 '얼굴없는 살인자' 650여 페이지에 깨알같은 사이즈의 글자로 채워진 벽돌책이라 완독하는 시간이 좀 걸리기는 했지만 왠지 오싹한 끝까지 긴장감을 놓을 수 없는 범죄스릴러였다. 유명 연예인들의 학교폭력 사건이 종종 회자되고, 조용히 당할 수 밖에 없었던 피해자들이 목소리를 내고 있기는 하지만, 어린시절 학교 폭력의 트라우마로부터 피해자들을 보호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순간의 잘못된 선택으로 인한 학교폭력으로 많은 아이들이 평범한 일상을 살아내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 아이를 키우는 부모의 입장에서 절망스럽기까지 하다. 학교폭력 피해자의 복수극처럼 시작한 잔인한 연쇄살인은 사건이 이어질수록 묘한 비틀림을 보여주며 단순한 복수극이 아니라는 공포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어떤 이유로 대체 누가 이렇게 잔인한 살인을 이어가는 것일까..."분명히 나서서 멈추게 했어야 합니다. 하지만 우리 모두는 잘못 나섰다가는 그다음 목표는 내가 될 수 있다는 두려움에 사로잡혔습니다. 아마도 대부분이 학창 시절에는 같은 상황이 아니었을까요? 물론 전혀 자랑스러운 기억은 아닙니다. 내가 경찰이 된 것은 그 때문이기도 하니까요. 더는 등을 돌리고 눈을 감는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지 않았습니다." (p.206)가족과 함께 새로운 일상을 위해 고향으로 돌아온 범죄수사국 강력반 형사 파비안 리스크. 하지만 범죄 현장은 그의 평화로운 일상을 지켜주지 못하고 어느새 '스웨덴 헬싱보리 동창생 연쇄 살인사건' 현장의 깊숙한 곳으로 끌려들어오고 만다. 계속되는 아내 소냐와의 갈등, 컴퓨터 게임에만 빠져있는 아들 테오, 재잘거리며 아빠를 찾는 딸 마틸다. 고향으로 돌아오면 모든 일상이 제자리를 찾을 수 있기를 기대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다. 마치 모든 상황들이 파비안과 가족들을 떼어놓으려는 것만 같다.학교안에서 손목이 잘린채 살해된 교사 예르겐은 학창시절 누구나 다 아는 폭력학생이었고, 그는 유독 멜비크를 무자비하게 괴롭히곤 했다. 그와 함께 멜비크를 주도적으로 괴롭히던 글렌 그리고 그들의 폭력을 방관하던 또다른 가해자들. 헬싱보리 9학년 C반의 학생 21명은 모두가 학교폭력의 가해자였다. 심지어 그들을 가르치는 담임교사까지도..."정말로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할 사람은 누구일까? 범인일까, 아니면 피해자일까? 릴리아는 누구든지, 무엇이든지 때려주고 싶었다. 그도 아니라면 목구멍에 손가락을 쑤셔 넣고 토하고 싶었다. 하지만 실제로 릴리아가 해야 하는 일은 눈물을 닭고 치솟아 오르는 감정을 한쪽으로 치워놓고 프로답게 행동하는 것이었다." (p.264)범죄현장에 남겨진 사진한장으로 사건의 실마리를 찾아야 하는 헬싱보리 강력반. 사진속 주인공중 한사람인 파비안을 사건의 중심으로 소환하지만 살인자는 이들을 비웃듯 언제나 이들보다 한발 앞서 살인을 이어간다. 오래된 기억에 의존한 채 사건의 실마리를 찾아가는 파비안 그는 기억의 조각이 맞춰지지 않음에 괴로워하고 9학년C반 모두가 가해자 일지도 잠재적 범죄대상 일지도 모르는 상황으로 말미암아 기억을 더듬던 파비안마져 수사에서 배제된다. 얼굴없는 살인자와의 싸움은 계속되는 살인을 막지 못하는 헬싱보리 강력반 형사들을 공포로 몰아넣기에 충분하다. 예상하지 못한 얼굴없는 살인자는 그를 잔인한 살인자로 만든 동력이 되어준 무심하기 그지없는, 생각없는 그간의 우리들의 행동을 돌아보기에 충분하다."내가 말했지만 듣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내가 물었지만 대답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보이지 않는 사람이.' 이게 무슨 뜻 일까요?" (p.393)파비안 리스크 시리즈물임을 온몸으로 보여주듯 냉철한 수사관이지만 보통의 아버지이자 남편으로서도 인간적인 모습의 파비안의 매력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더불어 강력계 반장 투베손의 리더쉽과 몰란데르의 괴짜같은 과학수사와 자기밖에 모르는 슬레이스네르의 치졸한 캐릭터 또한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가 되어준다. 다음 시리즈가 기다려지는 흥미진진한 범죄스릴러였다.[ 네이버카페 문화충전200 서평단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후기입니다 ]#얼굴없는살인자#스테판안헴#김소정_옮김#마시멜로#문화충전200#서평단#파비안리스크시리즈#범죄스릴러#학교폭력#무관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