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아이
로미 하우스만 지음, 송경은 옮김 / 밝은세상 / 2021년 6월
평점 :
절판


요즘 읽게 되는 범죄 스릴러는 왜 이렇게 하나같이 재미있는 건지!! 내일의 출근 걱정을 접어둔 채 오늘 밤도 책 읽기를 멈추지 못한다. 빨리 시간이 훌쩍 지나서 무위도식해도 거리낌이 없는 나이가 되었으면 좋겠다. 하루 종일 뒹굴뒹굴 재미있는 소설책하고만 나의 작고 소중한 시간을 나눴으면 좋겠다는 소심한 희망을 가져본다.


독일 바이에른 주와 체코의 국경지대 캄의 숲속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로부터 시작한 사건은 14년 전 홀연히 사라진 여대생 레나에게 이른다. 지난 14년간 미궁에 빠져있던 실종사건의 실마리가 되어줄 - 금발과 이마에 상처까지 - 사라진 레나와 너무나 닮은 여자 야스민. 레나를 확인하기 위해 병원을 찾은 그녀의 아버지 마티아스는 의식을 잃은 채 눈앞에 있는 여자가 단지 레나와 닮은 여자임에 좌절하고 수사에 진척을 보이지 못하는 친구이자 형사인 게르트를 추궁하고 있을 때, 간호사의 손을 잡고 홀연히 나타난 작은 여자아이.


14년, 4825일간 하루도 잊지 못한 레나와 판박이처럼 닮은 아이가 눈앞에 나타났다. 또래에 비해 작은 체구로 보호본능을 일으키지만, 한 수 앞을 내다보며 마치 어른들을 가지고 노는 것처럼 대화를 이끌어간다. 아이는 오직 다시 아빠와 동생이 살고 있는 집으로 엄마라고 생각하는 야스민과 집으로 가고 싶은 생각뿐이다. 14년 전 사라진 레나를 대신하고 있던 야스민과 14년간 실종된 딸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레나의 아버지 마티아스 그리고 오두막에 갇힌 채 열쇠구멍을 통해서만 세상을 볼 수 있었던 한나. 세 사람의 시선이 교차하며 범인을 좁혀간다. 


"나는 이미 여러 번 내 삶에서 시간은 별 의미가 없다고 말해왔다. 오두막에 납치된 이후 시간 개념을 잃어버렸다. 오두막에서는 그가 정한 시간만이 존재했다. 그가 창조주처럼 나의 낮과 밤을 관장했다. 지금도 그가 정한 낮과 밤이 계속되고 있었다. 물론 지금은 아침 일찍 일어나 식사 준비를 할 필요가 없었다. 이 집에는 아침을 차려주어야 할 그와 아이들이 없었지만 나는 매일 아침 7시가 되기도 전에 주방에서 서성거리곤 했다. 그러다가 싱크대를 부여잡고 머릿속에서 울려 퍼지는 광기 어린 목소리를 떨쳐 버리려고 애썼다." (p.162)


아빠가 생각하던 모범적인 소녀가 아니었던 레나의 방탕한 생활에 대한 대가로 부터 출발한 작은 세상은 영민하지만 아직은 너무나 어린 아이 한나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와 꿈을 동시에 안겨준다. 실종된 딸에 대한 집착을 어린 손녀에게로 이어가는 마티아스의 부성애와 24발자국에 불과한 오두막에 갇혀서도 아이를 위해 목숨을 거는 레나의 모성애, 자유를 찾기위해서는 죽움도 두렵지 않은 야스민의 용기. 개성 강한 각각의 캐릭터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끝까지 쫀쫀한 긴장감과 예상하지 못한 반전을 끌어낸다.


열쇠구멍으로, 엄마의 눈으로, 이야기만으로 세상의 무궁무진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보여주어야 했지만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아이를 지키기 위해 상상으로나마 세상을 여행하게 해주었던 엄마 레나는 아이들에게 완전한 사랑이자 희망이었다. 마지막 레나의 에필로그는 긴장감으로 똘똘 뭉쳐있던 범죄소설에 그녀의 진한 모성애를 한방울 떨어뜨려 작지만 강한 엄마를 떠오르게하는 따뜻한 감동을 더한다.


"내 아이들이 언젠가 내 눈을 통해, 내 설명을 통해 접한 것들을 실제로 대할 수 있는 날이 오게 되리란 걸 알고 있다. 언젠가는 내 아이들이 오두막 문을 활짝 열어 젖히고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게 되리라는 것도. 바로 그것이 희망이다. 내 희망은 절대로 사라지지 않는다. 바로 그것이 내가 가진 힘이다. 당신이 위를 가둘 수 없다. 소유할 수 없다. 이 오두막은 당신의 감옥이다. 결코 우리의 감옥이 아니다." (p.445)


[ 네이버카페 몽실북클럽 서평단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후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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