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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 빛나는 강
리즈 무어 지음, 이나경 옮김 / 황금시간 / 2021년 6월
평점 :
절판
화려한 도시의 숨겨진 민낯, 필라델피아의 켄징턴애비뉴는 도시를 죽음으로 물들이고 있는 마약과 비틀어진 환락의 세계로 병든 영혼을 이끌어 줄 마약을 구하기 위해 모든 것을 던져버릴 중독자들로 가득차 있다. 마약을 사기의해 몸을 팔고, 엄마의 무책임한 행동으로 잉태된 생명들은 세상의 빛과 함께 고통스러운 중독자의 삶을 시작한다. 온갖 범죄로 가득찬 그곳의 삶은 한순간도 평온할 수 없다. 필라델피아의 버려진 거리 켄징턴에비뉴는 잔혹한 범죄와 추악한 진실로 하루하루를 이어가고 있다.
"이것이 그날 배운 비밀스러운 진실이었다. 그들 중 누구도 구조되기를 원치 않는다는 것. 모두가 다시 드러누워, 땅에 파묻혀서, 계속 잠들기를 원한다. 죽음에서 깨어난 그들 얼굴에는 혐오가 떠올라 있다. 이제는 경찰 일을 하면서, 그들을 저승으로부터 끌고오는 불쌍한 구조대원 옆에 서서 수십 번은 봐온 표정이다. 그날 케이시도 눈을 뜨고, 욕을 하고, 울면서 그런 표정을 지었다. 나를 향한 표정이었다." (p.33)
"마약과 도시 그리고 가족에 관한, 시대를 관통하는 이야기”라는 호평과 함께 미국의 전 대통령 버락 오바마의 강력한 추천으로 화제가 되고 있는 범죄스릴러 "길고 빛나는 강"은 제목과 달리 연쇄살인의 시작을 알리는 사건현장과 함께 그 서막을 연다. 이름없는 마약중독 매춘여성의 죽음. 필라델피아 24구역의 담당경찰관 미키는 교살된 매춘여성을 마주할 때마다 동생 케이시를 떠올리곤 한다. 제발, 케이시가 아니기를...
마약을 위해 문란한 생활을 멈추지 못하는 케이시와 인연을 끊어내기로 단단히 마음먹었지만, 가족의 인연을 끊어내는 일이 마음처럼 쉽지않다. 흔들리는 마음을 다잡아 보지만 어느새 미키는 그녀의 평온한 일상을 뒤로한 채 케이시를 찾아 헤매고 있다. 되돌아 올 수 없는 강을 건너버린 케이시를 만나게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떨고 있다. 엄마를 잃고 아버지를 떠나보낸 채 한자락 온기도 내어주지 않는 할머니와 살던 어린시절 '그때'와 어린아들 토머스를 키우며 케이시를 찾아헤매고 있는 '지금'이 미키의 시선을 따라 교차되고 있다. 어린시절의 결핍은 결코 치유될 수 없는 상처로 남아야하는지... 무겁다. 마약과 매춘, 눈을 뜨자마자 살기위해 마약이 필요한 신생아중독. 도시의 민낯을 여과없이 담담히 풀어낸다.
"그만하자. 나는 맹세한다. 그만. 이제 됐다. 케이시의 삶은 자기가 지켜야 한다. 내가 아니라. 그러자 곧바로 선로에서 발견된 여성의 모습이 떠오른다. 파란 입술, 머리에 들러붙은 머리카락. 투명한 옷가지. 비를 그대로 맞으면서도 뜨고 있던, 순수한 눈." (p.159)
한편의 영화를 몰입해서 본 것 같다. 가족, 동료, 치유... 어느 것 하나 완벽하지는 않지만 서로가 작은 틈새를 다독이며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도록 맞물려 돌아간다. 가볍지 않은 소재와 예상하지 못한 반전을 거듭하는 스토리는 짧지 않은 길이임에도 엄청난 몰입감을 경험하게 한다. 뉴욕타임즈의 베스트셀러, 아마존닷컴 선정 최고의 소설 평가를 믿고 선택한 시간이 조금도 아깝지 않은 책이었다.
"다시 희망을 품는 게 옳으면서도 잘못된 일같이 느껴진다. 다른 방에서 자게끔 해야 할 시기의 토머스를 내 침대에서 자게 하는 것처럼, 자기를 낳아준 여자를 만나게 하는 것처럼. 비밀을 말해야 하기에 맹세를 깨는 것처럼." (p.519)
[ 네이버카페 문화충전200 서평단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후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