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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리바의 집 ㅣ 히가 자매 시리즈
사와무라 이치 지음, 이선희 옮김 / arte(아르테) / 2021년 6월
평점 :
오호~ 괴기스러운 표지가 모든 사실을 담고 있다! 어린시절 누구나(?) 한번쯤 실행에 옮겨 봤을 법한 폐가 탐험을 계기로 남은 인생이 알 수 없는 유령에게 저당잡혀 버린다면! 첫장은 평범한 아이들의 담력테스트처럼 시작했다면 마지막은 혼을 쏙 빼놓을 정도로 괴기스럽다. 모든 상황은 마치 탄성을 가진 것처럼 시시리바의 집에 처음 발을 들여 놓았던 그때로 돌아간다. 그곳에 누가 있었든지간에!
"망설임이 없었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그 집은 이상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하다. 하지만 그 집에는 할머니가 있다. 어린 시절에 나를 따뜻하게 대해주었던 할머니가 있다. 그리고 이 집에는 아무도 없다." (p.132)
평온한 일상을 살아가던 사사쿠라 가호는 남편 유다이의 전근으로 어쩔 수 없이 직장도 그만두고 의지할 사람 하나 없는 도쿄로 이사를 오게된다. 심지어 남편 유다이는 밤낮과 주말을 가리지 않고 바쁘기만 하고, 낯설고 외로운 타지에서 가호는 점점 생기를 잃어간다. 그러던 어느날 전철역에서 우연히 어린시절 친구 히라이와 도시아키를 만나게 되고 유령에 홀린 것처럼 시간 가는줄도 모른채 이야기에 푹 빠져든다. 잠시나마 외로움을 떨쳐낼 수 있었던 가호는 도시의 집에 방문하기로 약속하고,,, 도시의 가족과의 만남에서 잠시나마 활력을 찾아간다. 아니, 활력을 찾아가는 줄만 알았다! 히라이와의 집이 여느 집과 다르다는 것을 알아채기 전까지 말이다... 알 수 없는 공포가 서서히 가호를 잠식한다.
사아아아아~ 곳곳에 쌓인 금빛 모래는 두려움이 커져갈수록 높이를 높이며, 가호의 발끝을 쫓아 시선이 머무는 곳마다 공포의 무게를 더한다. 공포의 무게로 숨을 끊어버릴 기세로 그녀를 압박한다. 하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히라이와를 비롯한 이들은 곳곳에 둔덕을 이루고 일는 모래를 전혀 개의치 않는다. 모래는 모래일 뿐이라며, 점점 자리를 넓혀가는 모래의 기이한 모습에 순응한다...
"그리고 나는 이렇게 되었다. 다른 사람과 제대로 말할 수 없게 되었다. 자신에게 관심이 없어졌다. 대학 입시도 취직도 실패하고, 아르바이트도 며칠 만에 그만두길 반복하다가 집에서 거의 나가지 않게 되었다." (p.113)
한편, 어린시절 친구들과 함께 폐허가 되어버린 사라진 친구 하시구치의 집 - 유령저택 - 에 다녀온 후 모래에 뇌를 잠식당한 폐인이 되어버린 이가라시 데쓰야. 그는 오늘도 평범한 일상을 그리워하며 그와 마음을 나누는 유일한 친구 반려견 긴과 오래전 그 집을 바라보고 있다. 모래소리에 일상을 점령 당한 채 마지못해 일상을 이어가고 있던 데쓰야 앞에 홀연히 나타난 한사람 히가 고토코. 그녀는 데쓰야와 함께 하시구치의 집에서 기적처럼 살아 남았다. 주눅들고 연약하기만 했던 작은 아이는 최고의 영매사가 되었다.
유령저택은 자신을 건드린 네 아이에게 죽음과 악령 그리고 영매라는 각기 다르지만 예상하지 못한 선물을 안겨주었다. 알 수 없는 누군가의 영역을 함께 범했지만, 다른 결과를 가져온 이유는 무엇일까... 굳건하게 집을 지키고 있는 시시리바와 비밀을 밝히고 악령을 제거려는 영매사 히가의 숨막히는 한판 승부가 섬뜩하면서도 짜릿하다. 보호받아야하고 안전해야하는 그곳 '집'을 배경으로 가식된 행복의 웃음을 보여주는 구색이 맞춰진 가족들 사이로,,, "스으으윽, 사아아아, 사박사박, 우지직우지직~" 천천히 그러나 치밀하게 시시시리가 바로 옆에서 나를 향해 다가오는 듯하다. 어흑~ 깜짝이야!
"어두워서 보이지 않지만 발의 감각으로 그렇게 느꼈다. 아까부터 계속 모래 위를 걸은 탓에 지금까지 알아차리지 못했다. 어느새 모래가 있는 것이 아무렇지 않게 된 것이다. 이상한 집을 이상하다고 여기지 않게 되었다. 머리보다 감각이 먼저 이 집을······ 이 집의 모래를 받아들였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조금씩 모래에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나는 당황했다. 혼란스러웠다. 사박, 끼익. 사박." (p.229)
[ 네이버카페 몽실북클럽 서평단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후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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