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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생은 망한 줄 알았지? - 작게 시작하는 사이드 프로젝트
안가연 지음 / 봄름 / 2021년 6월
평점 :
절판
"그냥 너랑 나랑은 다른 장점을 가지고 있었던 거야. 가질 수 없는 능력을 부러워하지 말고 지금 가지고 있는 능력을 갈고 닦아. 비교는 결국 자기 비하가 되고 정신건강에 좋지 않더라. 내가 너보다 인생을 더 살면서 느낀 점은 이렇다." (p.165)
아니지롱~ 코미디언, 웹툰 작가, 유튜버,,, 요즘 사람들이 선호하는 직업들을 두루 섭렵하고 있는 N잡러가 써 내려간 에세이답다. 갸우뚱거리는 소녀의 옆을 장식하고 있는 '이번 생은 망한 줄 알았지?'라는 유쾌 발랄할 재목과 함께 작디작은 글씨로 첨언하고 있다. '아니지롱~' 첫 느낌, 제목만으로 나(책)을 섣부르게 판단하지 말라는 귀여운 일침이다.
얼마전 종영한 드라마 - 역사왜곡으로 논란이 있긴 하지만 신혜선을 좋아해서 무뇌아처럼 재미있게 봤다 - '철인왕후'에서 과거로 회귀한 중전이 입버릇처럼 외치던 '이생망'이 머릿속을 스친다. 저세상 텐션의 중전 김소용은 입버릇처럼 '이생망'을 외쳤지만 포기하지 않고 도전하기를 멈추지 않는다. 중전임에도 수라간을 드나들며 시할머니를 꼬실(?) 음식을 만들기도 하고, 자칫 망쳐버릴 뻔한 연회를 살려내기도 한다. 비록 드라마였지만 자신의 상황을 유쾌하게 주도적으로 이끌어가는 철인왕후의 중전이 진정한 N잡러에 부캐 양성자가 아닐까 싶다.
작년 여름 이효리와 비, 유재석이 결합한 프로젝트 그룹 싹쓰리 덕분에 '부캐'라는 단어가 귀에 익숙해졌다. 무리 없는 사회생활을 위해 잘 포장해 둔 대외적인 이미지가 아니라, 표현할 수 없지만 숨기고 있었던 본심과 다른 다른 모습을 '부캐'라는 새로운 캐릭터에 입혀 마음껏 들어내는 그들이 부러운 한편 연예인이니까 가능한 설정이지라 생각하며 아쉬워했었다.
N잡러와 부캐의 이미지가 묘하게 겹친다. 밥벌이를 하기 위한 본캐가 있어야 - 슬프지만 현실적으로 - 하겠지만, 지루한 일상에 활력을 줄 수 있는 부캐가 나에게도 있었으면 하게 된다. 필연적으로 밋밋할 수밖에 없는 본캐는 잠시 뒤로하고, 지금껏 미뤄뒀던 열망을 담은 부캐를 상상한다.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 내려가면서, 책장이 넘어갈수록 아이 생각에 마음이 무거워진다. 엄마의 계획에 맞춰 따라오느라 마음에도 없는 캐릭터를 만들어 가고 있는 건 아닌지... '아! 내가 알아서 할께!' 아이에게 나 역시 자주 듣는 대답이었던지라 책장이 쉬이 넘어가지 않는다. 누구에게나 인정받을 수 있는 본캐를 만들어야 한다는 중압감으로 아이에게 엄마의 의견을 무조건 강요했던 나를 뒤돌아 보게 된다.
"좋은 결과에는 칭찬이라는 보상이 따라온다. 하지만 성공 없는 도전에는 보상이 없었다. 도전하지 않으면 실패할 일도 없다. 나서봤자 실패 하면 남는 것은 쪽팔림뿐이다. '괜히 나서지 가만히 있자' 그렇게 우리는 실패와 도전을 두려워하는 사람으로 자랐다." (p.85)
궁극적인 나의 삶에 지치지 않기 위해, 도전을 멈추지 않기 위해 N잡러도 되어보고 집중할 수 있는 부캐도 만들어야 한다는 저자의 유쾌한 제한에 고개를 끄덕여본다. 재미있고 즐겁게 살기에도 짧은 인생을 다른 사람을 신경 쓰느라 내 인생을 즐기지 못했던 일상을 멈추고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최선의 선택을 위해 노력해 보련다. 딱 기다려! 부캐!
"음식은 먹어본 '경험'이 있으니 맛이 있는지 없는지를 안다. 하지만 내 미래는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했다. 살아가면서 해야 할 중요한 결정들은 너무나 많이 있다. 전공, 직업, 결혼 등등. 어떻게 하면 우리는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있을까?" (p.75)
[ 네이버카페 컬처블룸 서평단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후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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