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맑은 날 약속이 취소되는 기쁨에 대하여 - 내 마음대로 고립되고 연결되고 싶은 실내형 인간의 세계
하현 지음 / 비에이블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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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일 수도 있다는 사실에 유난히 겁을 먹고 덕분에 적당한 착한아이 컴플렉스와 물에 물탄듯 술에 술탄듯 색깔없는 관계를 이어간다. 유독 외로움에 약하다. 혼자 있고 싶지만, 다른 누군가가 내가 혼자인 것을 알게하고 싶지 않다. 인싸는 아닐지언정 아싸는 되고 싶지 않은 모순 가득찬 마음으로 언제든 끊겨도 하나도 이상하지 않은 관계를 이어간다.

학창시절 친구들과의 무리속에서 홀수인 상황이 만들어 질때면 항상 좌불안석이었다. 행여나 같이 앉아줄 친구가 없을까봐, 나의 말에 눈맞춤을 하고 맞장구쳐줄 친구가 없을까봐,,, 조금 나아지기는 했지만 어른이 되어서도 여전히 홀수인 모임이 불편하고, 여전히 외로움을 느낀다.

아싸로의 일상을 병적으로 두려워하는 탓에 - 내가 소심하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도 많다 - 모임도 자주 만들고, 나에게 자리를 만들라고 주문하는 이도 많다. 나 또한 사람들과의 적당한 어울림을 좋아하는 터라 기꺼에 이에 응한다. 하지만, 인싸와 아싸의 모순적인 마음은 약속시간이 다가올 수록 아싸에 가까워지곤 한다. 그러다 부득이하게 약속이 취소라도 되면, 취소된 약속을 마음껏 아쉬워하면서 한편으로는 안도하기까지한다...

"친구도 좋고 피자도 좋고 노래방도 좋은데 어째서 친구와 피자를 먹고 노래방에 가기로 한 약속이 깨 지면 미안할 정도로 기쁜 걸까? 원하는 만큼 충분히 혼자 있고 싶지만 그렇다고 해서 외톨이가 되고 싶지 않은 마음. 나는 아주 오랫동안 그 모순이 궁금 했다." (p.16)

'나 답게 사는 인생'이 어떤 인생일까. 혼자이고 싶지만 혼자이고 싶지 않은 인생에 연연하는 것은 사실은 나 답지 못하기 때문이 아닐까.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에 보통의, 평범함을 갈구한다. 평범하게 살기가 제일 어렵다는 불변의 진리와 함께 말이다. 흙이 가득 묻은 달래를 다듬에 향기 그득한 달래장을 만들지만 정성이 가득 담긴 달래장 보다 곁들인 계란후라이가 더 빛을 발한다. 나 답게 살아가는 노력은 세상의 잣대로 조연은 고사하고 지나가는 행인1이 되어 버린다.

가끔은 썩은 사과가 되기도 하고, 더러는 인싸가 되기도 하고, 또 가끔은 아싸가 되어 나만의 동굴을 찾아 헤맬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찾지 못한 나다운 삶을 기대한다.

"10대에는 마음만 먹으면 특별한 사람이 될 수 있을 것 같았고, 20대에는 냉정한 현실을 깨달으며 끊임없이 좌절하고 나를 미워했다. 그렇다면 30대는 평범한 나로도 즐겁게 살아가는 방법을 찾는 시간이지 않을까. 열등감이나 패배감에 잠식되지 않은 건강한 마음으로 어제도 내일도 아닌 오늘을 사는 사람. 이제 나는 특별한 사람보다 그런 사람이 되기를 꿈꾼다." (p.90)

[ 네이버카페 책과콩나무 서평단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후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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