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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저편 ㅣ 케이 미스터리 k_mystery
김세화 지음 / 몽실북스 / 2021년 6월
평점 :
"그들은 표정이 없었다. 지난 10년 동안 인간이 가질 수 있는 모든 감정을 다 드러내 고갈시킨 사람의 얼굴, 바로 그런 얼굴의 화석 같았다." (p.21)
몽실북스에서 출간한 K 미스터리 "기억의 저편"은 초등학생 5명이 도롱뇽 알을 주우러 간다며 집을 나섰다가 실종된 후 11년 만에 유골로 발견된 30년 전의 개구리소년 사건이 연상되는 세 아이의 실종사건을 다루고 있다. 전직 기자 출신의 김세화 작가의 페르소나라 여겨지는 김환 기자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스토리는 사건기자의 시각에서 현실감 있게 그려진다.
경찰과 기자들의 아니면 말고 식의 수사와 취재, 더불어 무책임한 제보자들의 허망한 제보까지... 바로 직전까지 따뜻한 온기를 나누던 아이를 잃은 가족들을 배려하지 않은 사건의 흐름은 내 아이였다면, 내 가족이었다면 하는 마음과 함께 절로 분노를 일으킨다.
쌍둥이 자매 중 한 아이 인영의 독백 같은 일기로 시작한 용문산 마을 세 아이 실종사건의 실마리는 10여 년 전 사라진 세 아이의 유골이 등장하는 것으로 출발한다. 그간의 지루한 수사와 취재를 비웃듯 아이들이 매일 같이 놀았던 그곳에서 차디찬 유골로 발견된다. 그리고 10년 전 그곳에 있던 이들이 다시 만나고, 미제 사건을 해결할 수 있다는 기대를 품은 경찰과 자극적인 사건에 목마른 기자들은 각자 저마다의 이유로 다시금 텅 빈 가족의 마음을 할퀸다.
이번에는 차디찬 유골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던 아이들의 한을 풀어줄 수 있을 것인지... 10여 년 전 세 아이를 찾아 헤매다 실패한 채, 조금쯤 비틀어진 삶을 이어가던 김환 기자는 짧지 않은 시간을 수사에 매달렸던 그 당시 동촌 경찰서 정인철 전 형사과장을 찾아 나서고 수사를 도울 것을 요청하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그는 미제로 남아 있던 세 아이 실종사건의 실마리를 풀어내는데 미온적이다.
"선악의 경계는 종이 한 장 차이라고도 하지만 그런 것 같지 않다. 잠시의 침묵, 작은 거짓말, 순간적으로 스쳐가는 이해관계, 이런 것들이 뒤에 가서는 눈덩이처럼 선악을 크게 가른다. 그렇다면 순간의 침묵과 작은 거짓말은 영원한 침묵이자 거대한 거짓말과 마찬가지다. 종이 한 장 차이가 아니라 엄청난 차이가 있는 것이다." (p.279)
김환 기자가 일상의 평정심을 잃을 정도로 세 아이의 유골 발견에 집중하고 있는 이때, 또 다른 살인 사건이 일어나고,,, 피해자는 다름 아닌 10년 전 거짓 제보에 휘둘린 경찰과 함께 쌍둥이 자매의 집을 파헤친 포크레인 기사 이학진이다. 마치 천벌을 받은 것처럼 살해당한 사람과 세 아이 실종 사건과 이어진 알 수 없는 고리 사건은 점점 더 진실에 가까워진다. 어마어마한 인력이 투입돼서 용무산을 이잡듯 뒤져도 찾지 못했던 세 아이가 어째서! 왜? 그 소나무 아래서 발견된 것일까... 아이들이 자신들을 찾지 못한 어른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일까...
"10년 동안의 자료 그림을 대충 훑어보는 것은 사건을 모르는 사람한테는 의미 없는 일이겠지만, 나에게는 사건 전체를 조망할 수 있게 해 주었다. 뒤죽박죽된 기억의 파편들을 일목요연하게 편집해 주었고 어제 유골 발견 현장에서 왜 그토록 혼란스러웠는지 짐작하게 해주었다." (p.58)
전직 기자 출신 작가의 페르소나를 내세운 작품은 냉철한 사건기자의 잘 짜인 리포팅을 시청하고 있는 기분으로 책장을 넘기게 한다. 잘 짜인 리포팅, 동고동락을 함께했던 이의 눈으로만 볼 수 있었던 작은 실마리 그리고 예측하지 못했던 반전. 비록 새로운 세대를, 시간을 인정하지 못하는 개저씨라 비판받는 전형적인 구세대가 연상되지만 김환 기자의 예리한 시선은 순식간에 잊혀져 가던 기억을 복기시키며 사건 해결을 하드캐리 한다. 개저씨 김환 기자 파이팅!! K 미스터리 파이팅!!
[ 네이버카페 몽실북클럽 서평단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후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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