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펭귄을 부탁해
헤이즐 프라이어 지음, 김문주 옮김 / 미래타임즈 / 2021년 5월
평점 :
품절
길이가 보통을 넘어가는 책이 재미없으면 완독이 어려운 경우가 종종 있어서 500여 페이지에 달하는 두깨감에 살짝 긴장하고 읽기 시작한다. 남극, 펭귄, 나이많고 고집스런 할머니,,, 주어진 키워드들만을 보면 사라져가는 펭귄 개체수를 보호하기 위한 환경운동을 다룬 소설이겠거니하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든다. 하지만,,, 남극을 무대로 아기 펭귄을 매개로 스토리가 이어지지만 착해져야 한다는 - 왠지 모르겠지만 환경보호 관련 책을 읽으면 항상 내가 처치곤란의 쓰레기 같은 행동을 너무 많이 하고 있다는 늦은 반성을 하게 된다 - 강박을 일으키는 환경 책은 아니었다. 다행이라고 해야하나,,, 베로니카 할머니와 패트릭과 아기펭귄 핌이 서로를 보듬고 성장시키는 이야기가 벽돌책인 것도, 월요일을 앞둔 일요일 밤이라는 것도 잊게 한다.
만약 나라면, 자유로운 일상이 어려운(?) 86세 고령의 몸으로 단지 펭귄을 보기 위해 남극으로 향하는 비행기에 몸을 실을 수 있을까? 용감하고 시크한 할머니 베로니카의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어릴적 돌아가신 아버지께서 말씀하신 세가지 사람 - 이 세상을 더 나쁜 곳으로 만들거나, 아무런 변화도 이끌어내지 못하거나, 더 좋은 곳으로 만드는 사람 - 을 기억하며 비록 세상을 더 좋은 곳으로 만들지는 못하지만 - 해변가에 쓰레기를 버리거나, 아무것도 하지 않거나, 버려진 쓰레기를 줍거나 - 해변가의 안녕을 위해 산책 할 때마다 쓰레기를 줍곤한다. 가사도우미 에일린에게 하루 종일 소리를 지르고, 쓸데 없는 일을 시키곤 하지만 사실은 에일린을 꼼꼼히 챙기는 츤데레 할머니다.
외롭고 지루한 시간을 보내던 베로니카는 에일린이 찾아온 오래된 상자속에서 기억저편에 묻어두었던 추억 한조각을 마주하게 되고, 이세상에 혼자라고 믿고 있는 그녀의 믿음이 혹시 잘못된 것은 아닐까 하는 의문을 품게 된다. 그리고 마침내, 차갑고 작은 로켓에게 기운을 얻어 어딘가에서 살고있을 지도 모르는 그녀의 혈육을 찾아나선다.
"내가 상자를 바라보고 상자가 나를 바라봤다. 상자의 존재감이 공간 전체에 퍼져 있었다. 이 발칙한 상자는 자기를 열어보라고 나를 조롱하고 자극했다." (p.21)
베로니카는 마침내 손자를 찾았지만,,, 운명의 장난처럼 손자의 첫인상은 실망스럽기만 하다. 그러던중, 남극의 펭귄을 다룬 다큐멘터리에 빠져들고 스스로의 계획에 대한 정당성 확보를 위해 남극으로 향하고, 폐쇄된 그들만의 공간에 성에 둘러쌓인 남극의 과학자들은 베로니카의 입성을 온몸으로 거부하지만 베로니카의 의지를 꺽을 수 없다.
우여곡절 끝에 남극에 입성한 베로니카는 운명처럼 부모를 잃은 아기 펭귄 핌을 만나고 자신의 어린시절을 떠올리며 아기 펭귄 핌을 보호한다. 마치 아기 펭귄 핌을 위해 세상이 존재하고 있다는 듯이 말이다.
"이거구나, 나는 깨달았다. 이것이 펭권들의 삶의 목표로구 내 삶에는 저 '함께'라는 것이 빠져 있었다. 내가 가진 유일 존재는 은제품 속에 간직된 채 줄 끝에 매달려 내복 아래 내 살갗을 누르고 있었다." (p.347)
아기 펭귄 핌을 지키던 베로니카가 불의의 사고를 당하고, 불의의 사고는 베로니카를 어루만지듯 유일한 보호자 패트릭을 그녀 앞으로 향하게 한다. 베로니카와 패트릭의 어긋난 만남은 다시 이어질 수 있을까... 츤데레 할머니 베로니카의 아픈 기억이 아기 펭귄 핌의 따뜻한 온기로 치유되고, 새로운 가족을 받아들이고 인정하는 과정이 감동적이다. 문득 남극으로 향하는 비행기에 오르고 싶은 충동이 일어난다. 온기를 찾아 내 품을 파고드는 아기 펭귄을 안아보고 싶어진다.
[ 네이버카페 책과콩나무 서평단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후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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