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호 식당 2 : 저세상 오디션 (청소년판) 특서 청소년문학 18
박현숙 지음 / 특별한서재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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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디 너에게 남아 있는 그 시간을 행복하게 보내라. 오늘이 힘들다고 해서 내일도 힘들지는 않다. 오늘이 불행하다고 해서 내일까지 불행하지는 않다. 나는 사람들이 세상에 나가 보낼 시간들을 공평하게 만 들었다. 견디고 또 즐기면서 살아라." (p.218)

세상을 살아가는 일이 얼마나 고단하고 견디기 어려웠으면 남은 생을 마다하고 스스로 목숨을 내어 놓을 수 있는 것인지, 저세상 오디션에 등장하는 13명의 영혼은 저마다의 사연을 품은 채 자신에 주어진 삶을 마다하고 불귀의 객이 되어 모였다. 엉겁결에 저승 문턱에 발을 디딘 단 한 사람만 나일호만 제외. 물에 물탄 듯 술어 술탄 듯 그림자 같은 의미 없는 일상을 살아가는 중학생 나일호는 저승길까지 같은 학교의 유명한 래퍼 나도희의 자살을 막으려다 함께 이승과 저승의 중간 세계에 던져지는 신세가 되어버렸다.

엉겁결에 이곳에 오게 되었지만 서글서글 모난 구석이라고는 조금도 없는 일호는 저세상으로 가기 위해 스스로 생을 마감한 영혼들과 함께 심사위원을 진심으로 울게 해야 통과할 수 있는 기상천외한 오디션을 보게 된다. 이들은 자신의 심사위원을 감동시켜 떠도는 불귀의 영혼이 되지 않고 안전한 저세상으로 갈 수 있을 것인가... 주어진 오디션 기회는 모두 열 번. 탈락을 거듭하며 회차가 거듭될수록 영혼들은 지쳐만 간다. 마치, 험한 모습으로 저승을 떠도는 영혼이 될 수밖에 없을 것 같은, 실패를 반복하는 오디션 결과는 스스로 죽음을 선택할 수 없었던 이승의 모습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

"오디션을 보고 싶지 않으면 안 봐도 되는 거지요? 자유 맞지요? 그렇게 열심히 뭔가를 하고 싶지 않아요. 지칠 대로 지쳐 있는데 또 뭔가를 한다는 것은 끔찍한 일이지요. 꼭 저세상으로 가서 심판을 받아야 하는 이유가 있겠어요? 여기서 떠돌아도 큰 문제는 없을 것 같은데요." (p.27)

칠흑 같은 어둠과 살을 에는 듯한 추위 속에서 스스로를 또다시 포기하는 영혼들 사이에서 친구를 구하려다 엉뚱하게 죽게 된 일호는 자신이 다른 영혼들과 다름을 알게 되고, 일호는 저승사자의 실수를 미끼로 자신을 다시 세상으로 돌려보내기를 요구한다.이승의 삶에 이어 저승의 삶까지 포기해버린 안타까운 영혼들은 세상으로 돌아갈 희망을 가진 일호에게 마지막 소원을 전한다. 화려하고 거창한 소원이 아닌, 남은 가족에게 안부를 전하고 지금껏 돌보던 길고양이에게 먹이를 주고, 자신을 지지하던 팬들에게 마지막 인사가 그들의 마지막 소원이다. 전부를 포기하고 떠도는 영혼이 되기를 선택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에게도 따뜻한 미련이 남아 있었던 것이다. 과연, 일호는 다시 밝은 세상으로 돌아가 이들의 소원을 전할 수 있을 것인지,,, 스스로 삶을 저버린 열두 명의 영혼의 미련을 들춰보며 스스로의 일상을 뒤돌아 보게 된다.

"힘들 때는 훗날의 멋진 나를 상상해보라고, 매일매일 상상하다 보면 그 상상은 현실이 되어 있을 거라고. 그 말을 듣고 한동안 나는 오디션에 합격하는 상상을 했어. 간절한 마음으로 상상을 하다 보니까 실제로 더 열심히 연습하고 있더라고,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그 상상은 현실이 되었어." (p.204)

어쩌면 이들에게는 지치고 고된 마음을 어루만져줄 수 있는 아주 조금의 따뜻한 위로가 필요하지 않았을까. 박현숙작가님의 전작 구미호식당을 읽으면서도 평범한 이들의 따뜻한 위로가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저세상 오디션을 읽으면서 다시 한번 같은 생각을 하게된다. 나는 주변을 돌아보고 있는지, 나 또한 위로받고 싶은 마음을 숨기고 있는 건 아닌지 위로가 필요한 누군가를 지나치지는 않았는지 말이다.

"서로 위로를 받고 싶은 거야. 어깨에 기대고 싶은 거지. 죽을 만큼 견디기 힘든 추위 때문일 거야. 어쩌면 이 끔찍한 곳에 영원히 남을 수도 있다는 불안감을 서로 이야기를 나누며 떨치는 거지." (p.81)

[ 네이버카페 책과콩나무 서평단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후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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