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와 수다
전김해 지음 / 지식과감성# / 2021년 3월
평점 :
절판


"응. 그건 기쁨을 쌓는 일이야. 하루하루 쌓는 기쁨은 일 년 이 년 그리고 수십 년으로 이어져 너의 몸에 배일 거고 결국 변치 않는 너의 천성이 될 거야. 그 천성은 백 년, 천 년으로 이어져 영원한 운명을 결정짓지." ​

사자와 수다라,,, 왠지 과묵함으로 무장하고 있을 것 같은 동물의 왕 사자와 시끌벅적 가벼움의 극치를 나타내는 수다를 함께 역어둔 제목이 범상치않다. 제목의 특별함을 곱씹기도 전에 맞닥뜨리는 일러스트는 소설이라는 장르를 무색하게 한다. 어린아이가 삐뚤빼뚤하게 써놓은 것 같은 글자들과 거칠게 그려진 일러스트들은 마법에 홀린 것처럼 책장을 넘기게 한다.

당당한 위엄으로 무장하고 있는 사자를 보며 지루한 쓸쓸함과 삶의 권태, 허무를 읽는 다는 저자는 수다를 가장한 가볍지만 결코 가볍지않은 문장들과 함께 묵직한 위로를 전한다.

타인의 시선과 불공정한 잣대로 자신의 가치를 깍아 내린다. 스스로를 귀하여 여기고, 예뻐해줘야 타인의 눈에도 귀하고 예쁘게 보일텐데... 우리는 너무나 쉽게 자신을 냉냉한 시선으로 바라보곤 한다.

하늘로 높이 높이 곧게 뻗어나간 소나무는 궁궐을 받치는 대들보 밖에 될 수 없지만 - 물론 대들보의 역할도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 바위 틈새로 힘겹게 뿌리를 내리고, 비록 살기위해 한자락의 햇빛을 쫓아 구불구불 곧게 자라지 못한 소나무는 승리의 나무가 되어 그간의 여정을 칭송받기도 한다. 세상만사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무것도 없다. 곧은 소나무도 굴곡진 소나무도 모두 자기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자신의 삶을 살아내고 있다.

모두가 부러워하는 동물의 왕이지만 ~걸과 ~라면의 탄식에서 헤어나오지 못한채 코끼리의 커다란 몸집과 굵고 커다란 발을 의미없이 부러워하기도 한다. 도대체 왜?! 어흥~하는 포효한번으로 모두를 꿇어 앉힐 수 있는 최고의 위치에 있는 사자가 '무리지어 다니며, 망설임없는 짓밟음'으로 보이는 코끼리를 갈망한다. 최고임에도, 나머지 부족함을 욕심내고 갈망한다. 인간의 끝없는 이기심과 닮았다.

다소 어설픈 사자의 모습과 늘 만족하지 못하고 불평불만을 늘어놓는 내 모습이 투영된다. 나도 사지처럼 근진엄의 가면을 쓰고있는건 아닌지,,, 이제라도 조금은 나를 내려놓고 설렁설렁 대충대충 살아보고 싶어진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후기 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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