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온한 잠 - 살인곰 서점의 사건파일 하무라 아키라 시리즈
와카타케 나나미 지음, 문승준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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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하무라 아키라. 국적은 일본, 성별은 여자. 기치조지 주택가에 있는 미스터리 전문서점 '살인곰 서점 MERDER BEAR BOOKSHOP'의 아르바이트 점원이자, 이 서점이 부업으로 시작한 '백곰 탐정사'에 소속된 유일무이한 탐정이다." (p.10)


와카타케 나나미의 살인곰 시리즈는 생계형 탐정 하무라 아키라의 활약상을 다룬다. 고단한 생계형 탐정을 테마로 하고 있는 탓인지 추리소설, 탐정소설에서 느낄 수 있는 쫄깃한 긴장감은 다소 부족한 감이 없지 않지만, 굉장히 편안하게 읽힌다. 백곰탐정사의 유일한 탐정 아키라는 자신을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탐정이라고 여기지만, 막상 사건을 의뢰받으면 최선을 다해 의뢰인의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열혈탐정이다.


이번에 읽은 살인곰 시리즈 중 하나인 '불온한 잠'은 네 가지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네 가지 단편이 모두 고독한 일상을 살아가던 이들을 다루고 있는 것과 분위기를 맞추려는 듯, 다른 살인곰 시리즈에 비해 유난히 아키라가 생계형 탐정이라는 점과 의뢰자들에게 정으로 이끌리는 인간적인 탐정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때문에 이전 시리즈에서 눈에 띄지 않았던 아키라의 나이가 40대 중후반, 내 또래라는 것을 알게 된다. 소설 속의 주인공이지만 또래라는 공통점 때문에 왠지 더 정감이 간다는 실없는 생각을 해본다.


말기암으로 시한부 선고를 받은 의뢰인이 교도소 출소를 앞두고 있는 수양딸을 데려다 달라고 - 사설탐정에게 의뢰하기에는 다소 부적절한 사건 - 의뢰하기도 하고, 모두가 즐거운 연말 흉흉한 괴담으로 을씨년스럽기만한 빈건물의 야간 경비를 의뢰받기도 한다. 탐정을 필요로하지 않는 의뢰인것도 억울한데 - 물론 결국 아키라가 사건을 해결하긴 하지만 -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탐정임을 상기시키듯 동행을 부탁받은 교도소 출소자가 도망가기도 하고, 의뢰인으로부터 받은 난로의 가스가 아키라를 희롱하듯 금새 떨어져버려 혹한의 추위와 사투를 벌이기도 한다. 이쯤되면, 불행이라는 그림자가 일부러 따라다니는건 아닌가 할 정도로 어이없는 사건이 이어진다.


그러던중 살인곰 서점 지배인 도야마에게 낚여, 힘들게 준비한 살인곰 서점 이벤트 '철도 미스터리 페어'에서는 손님의 관심을 끌기 위해 전시했던 ABC 철도 안내서를 눈앞에서 도난당하기도 하고 물론, 반드시 되갚아 준다는 의지와 명탐정의 기지로 도난당한 책을 찾지만, 기가막히는 반전이 그녀를 기다리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오래전 사망한 불쌍한 여인의 지인을 찾아 유품을 전달해 달라는 사건을 의뢰받은 아키라. 탐정으로서 사건을 열심히 해결하고자 하지만 작은 단서도 없이 그녀를 기억하는 사람을 찾는 것이 어렵기만 하다. 심지어 토사에 깔릴 뻔한 위기를 맞기도 하는 마지막 편 불온한 잠에서는 탐정으로서의 활약보다는 외롭게 생을 마감한 여인을 기리는 아키라의 연민을 진하게 느낄 수 있었다. 미스터리면서도 미스터리답지 않게 만드는 아키라의 인간적인 면이 살인곰 시리즈의 매력이 아닐까 싶다.


사실, 살인곰 시리즈가 편안하게 쭉쭉 읽혀서 좋아하긴 하지만, 이번에 읽은 불온한 잠은 이전 편들에 비해 개인적으로는 몰입도가 살짝 떨어진다. 아마도 코지미스터리, 하드보일드라 하기엔 다소 가벼운 소재를 다룬 탓이리라. 아키라가 살인곰 서점의 아르바이트와 백곰탐정사의 유일한 탐정 역할을 병행하고 있지만 흥신소에서도 처리할 수 있는 가벼운 의뢰보다, 조금은 긴장감 있는 사건을 해결하는 - 생계형이지만 명탐정으로의 활약이 돋보이는 - 의뢰가 없었다는 점이 아주 조금 아쉽지만 유쾌하고 가독성 좋은 살인곰 시리즈의 장점 또한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 네이버카페 몽실북클럽 서평단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후기 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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