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여행사 히라이스
고호 지음 / 델피노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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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raerh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곳으로 가고 싶은 마음'을 뜻하는 웨일스어

우리는 현재를 살아가고 미래를 기다리면서 과거에 붙들려 있다. 만약, 그때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지금의 내가 달라지지는 않았을까하는 이루어질 수 없는 후회와 함께. 과거여행을 테마로 하고 있는 '과거여행사 히라이스'는 이런 보통사람들의 심리를 대변하고 있는 듯하다. 현재를 살아내고 있지만, 만족하지 못하는 공허한 일상을 살아내는 이들앞에 무심코 나타난 명함 한 장. 색다른 과거여행은 무심하게 그들의 일상에 생기를 더할 수 있는 작은 계기를 마련한다. 과거를 잘 살아냈기에 현재가 있고 희망을 담은 미래가 기다리고 있다고 토닥인다.

"후회란 놈은 꼭 이렇게 뒤통수를 친단게. 앞에서 오믄 을매나 좋아. 사람 이 살믄서 후회를 어찌 안 하고 살겠느냐마는 자네는 그래도 후회를 돌이키 기에 너무 멀리 가는 인생을 살진 말어. 그것만 명심해두 자알 산 거시여." (p.221)

만일 나라면, 추억을 그리며 다시 가보고 싶은 과거로 언제를 여행하고 싶을까. 먼저, 여고시절 지나칠 정도로 통제하시던 엄마를 벗어나지 못했던 시절로 돌아가 가벼운 일탈을 시도해 보고 싶다. 나와 달리 가벼운 일탈을 시시때때로 시도했던 동생들이 나보다 다 행복한 시절을 보내던 것이 내심 부러웠으니까... 그 다음으로 남편을 만나기 전으로 돌아가 - 대부분의 유부녀들이 시도할 것으로 예상되는 - 이 결혼 반댈세!를 외치고 싶다. 이상형도 아니었고 끔찍하게 사랑(?)했던 기억도 없는데 난 왜 이사람과 결혼했을까,,, 후회스러운 선택이 아닐 수 없다. :( 그리고 마지막으로 아빠가 돌아가시기 전으로 돌아가서 아빠에게 좀 더 다정한 딸이 되고 싶다. 그때는 아빠가 이렇게 빨리 내 곁을 떠나시리라고는 조금도 생각하지 않았던 탓에 너무 소홀한 딸이었다는 후회가 남아있으니 말이다. 나만 이럴지도 모르지만, 과거를 찾는 이유는 즐거움을 추억하기 보다는 잘못된 선택을 치유하고자하는 사악한 욕심이 먼저인가보다.

짧은 단편처럼 이어지는 열가지의 과거 여행은 각기 다른 이유로 안타깝기도, 몽글몽글 설레기도 한다. 엄마의 힘든 삶이 안타까워 엄마의 결혼을 막으러 찾아간 과거의 엄마는 자신의 힘든 삶을 뒤로하고 엄마를 말리기 위해 찾아온 미래의 딸을 위한 든든한 버팀목이 되기 위해 선택을 피하지 않기도 하고 오랜 시간이 지나도 가슴에 상처로 남아있는 피붙이를 다시 한번 보기위해 시간여행을 마다하지 않는다. 모두가 힘들었던 시절 어렵게 품고 있는 꿈을 응원하기 위해 가족 모두가 힘을 모아 응원하기도 하며, 자신에게 주어진 짧은 시한부 인생의 확률을 아낌없이 나누기도 한다.

과거의 작은 선택들이 모여 현재의 내가 되고 미래를 꿈꿀 수 있다고 한다. 나의 과거는 오늘의 나를 위해 어떤 선택을 해주었는지, 오늘의 나는 미래의 나를 위해 어떤 선택을 하고 있는지,,, 무심코 지나치던 일상에 조금이나마 의미를 두게 된다.

"거기서 나오는 조명은 빛이고, 안에 하얀 가루는 소금입니다. 시간이 흐른다는 것, 그리고 거스른다는 것은 인간에게 있어 빛과 소금처럼 필수 불가결의 요소지요. 사람들은 과거는 무조건 잊고 미래를 맹신하고자 합니다만, 그것은 대단히 잘못된 생각입니다. 때로는 과거를 통해 미래가 달라지기도 하고, 반대로 미래를 위해 현재가 달라지기도 하죠." (p.320)

[ 네이버카페 문화충전200 서평단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후기입니다 ]

#과거여행사히라이스#델피노#고호#문화충전200#서평단#시간여행#후회#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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