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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버베이
조조 모예스 지음, 김현수 옮김 / 살림 / 2021년 3월
평점 :
절판
'보통의 로맨스 소설이 줄 수 있는 즐거움을 훌쩍 뛰어넘어 묵직한 감독과 끝없는 울림을 주는 작가'라고 표현되는 조조 모예스의 작품임을 깊이 그리고 묵직하게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호주의 작은 만 실버 베이를 배경으로 치열하지만 무의미한 삶을 살아내는 - 마치 기계 같은 삶처럼 보인다 - 비커 홀딩스의 기획자 마이크와 아이를 지켜내기 위해 지옥으로부터 도망쳐 그림자같은 삶을 살고 있는 - 해나와 고래를 만날 때를 제외하고는 감정이 없어 보인다 - 이스마엘 호의 여선장 라이자의 예상치 못한 사랑이 마음을 촉촉하게 한다.
환경과 개발의 대립,,, 로맨스와는 살짝 어울리지 않지만 묘하게 이어진다. 배경이 되는 호주의 작은 만 실버 베이는 한때는 활기에 넘쳤지만 지금은 자연과 고래를 사랑하는 이들이 그들을 지키며 그들과 함께 공존하는 조용하고 평화로운 삶을 살고 있는 곳이다.
비밀스러운 과거를 품고, 지나칠 정도로 아이에 집착하는 라이자는 마치 실버 베이의 고래들과 연결되어 있는 것 같다. 실버 베이의 어떤 고래추격꾼 – 고래 관광선을 운영하는 이들 – 보다 먼저 고래가 있는 곳에 나타난다.
자신의 정체를 숨긴 채 마치 여행객처럼 평화롭기만 하던 실버 베이에 나타난 한 남자 마이크. 성공하기 위한 개발을 위해서는 거리낄 것이 없는 그는 차가운 개발자의 눈으로 실버 베이를 관찰하는데,,, 실버 베이의 시간이 쌓여 갈수록 점점 그곳을 지키고 싶어진다. 단지, 고래를 사랑하는 그들의 마음을 읽었기 때문일까,,, 그의 마음이 다른 곳을 향해 달려가는 다른 이유가 있지는 않을까,,,
차츰차츰 실버 베이의 일원으로 받아들이고 있던 마이크가 사실은 실버 베이의 평화를 깨기 위한 차가운 개발자였음이 밝혀지고, 라이자를 비롯한 실버 베이 사람들은 배신감에 좌절한다. 다른 곳을 향해 달려가기 시작한 마이크의 노력은 실버 베이를 지켜낼 수 있을까.
"잠깐이나마 나는 그곳의 탁트인 공간으로 돌아가 귀로는 오직 바다의 소리만, 그리고 피부로는 소금기 어린 바람을 느꼈다. 나는 모니카에게 레티와 새끼 고래의 그리고 라이자가 그 청음기를 바다로 던져 넣었을 때 들었던 소리에 대해서도 얘기했다. 그리고··· 마른 금발의 어떤 여자가 점점 작아지던 모습을 백미러로 지켜보던 얘기를 하는 대목에 이르러서야 나는 비로소 알게 됐다. "내가 사랑에 빠졌구나." 그 말이 그냥 그렇게 무심코 튀어나왔다. 나는 멍해져서 소파에 기대 앉아 다시 한번 말했다. "맙소사, 사랑에 빠진 거였어." (p.292)
스스로의 마음을 깨닫지 못했던 마이크에게 떠오른 한 문장. “내가 사랑에 빠졌구나”가 이 모든 상황을 정리한다. 변화를 인정하고, 실버 베이의 가족이 되어가는 마이크, 혼란스러움속에서도 마이크를 받이들이는 라이자, 자신을 지키기 위해 통제하는 엄마를 이해하면서 바다가 그리운 해나, 모든 것을 순리로 여기지만 사랑과 실버 베이 그리고 고래를 지키기 위한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는 상어소녀 캐슬린까지 어느 누구 한사람 소중하지 않은 사람이 없는 이곳 실버 베이는 모든 사람을 사랑에 빠지게 하는 곳이었다.
조용한 시골마을을 번화한 곳으로 만들고 싶은 개발론자들과 고래를 지키기 위한 환경보호론자들의 대립을 소재로 하고 있지만,,, 책을 읽는 동안 내내 가족이 되어가는 이들이 눈에 밟힌다. 격하지 않지만 따뜻한 로맨스,,, 왠지 사랑하고 싶게 만들어지는 실버 베이였다.
[ 네이버카페 컬처블룸 서평단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후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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