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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키호테의 식탁 - 돈키호테에 미친 소설가의 감미로운 모험
천운영 지음 / arte(아르테) / 2021년 3월
평점 :
어릴적 동화로 읽었던 돈키호테는 나이든 할배의 다소 엉뚱한 기사놀이였다. 2% 부족하기 보다는 2%쯤만 기사의 모양새를 갖췄던 돈키호테와 그와 비슷했던(?) 로시난테 그리고 그나마 멀쩡했던 산초의 모험담이었다고나 할까,,, 풍차를 향해 칼을 휘두르는 어설픈 돈키호테의 모습이 가장 많은 기억을 차지고하고 있는 걸 보면 정상적인 모습을 갖춘 기사는 아니었을 게다... ^^;;
천운영 작가의 돈키호테의 식탁은 돈키호테 만큼이나 독특한 라만차 지방, 어설픈 기사 돈키호테의 기사 음식을 따라 떠나는 조금은 특별한 에세이다. 라만차 지방의 키모시기 선생이 진정한 기사 돈키호테가 되기까지, 일주일동안의 음식을 장황하게 서술한 세르반테스의 기행을 따라 수입의 3/4을 식비로 투자하는 키모시기 선생의 과감하다 못해 무모하기까지한 기행을 천천히 여유롭게 따라가 보기로 한다.
괴짜 기사인 탓일까... 왠지 정찬을 차려 먹어야 할 것 같은 기사의 식탁이 친근하고, 소박하다. 바짝 마른 대구 몇 덩어리, 말린 청어머리 2개,,, 이리도 소박한 음식에 행복을 느낄 수 있는 돈키호테라면 진심을 다해 성지의 주민을 지킬 수 있는 진정한 기사가 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상상을 하게된다. 이런 모습에 반해서 산초 역시 그를 떠나지 않았던 것은 아닐까 싶다.
돈키호테의 여정을 함께한 특별하다못해 독특하기까지한 음식들은 기이한 재료를 시작으로 독특한 이름을 가진탓에 입에 착 붙지 않는다. 왠지 그래서 더 특별한 음식이 된다고나할까,,, 기이한 음식과 찰떡같이 들어맞는 우리네 음식을 찾아 추억하는 저자의 글은 다른 나라의 다소 기이한 음식에 대한 이질감을 덜어낸다. 아는 맛이 정말 무서운 맛이라는 말을 실감하게 된다. 음식을 상상하다 보면 어느새 등장한 400년전의 편력기사 돈키호테와 의리로 똘똘 뭉친 산초 그리고 비쩍마르고 비루한 로시난테를 주인공으로 하는 삽화가 또 다른 재미를 선물한다. 귀여운 삽화가 마치 만화책을 보는 기분을 느끼게 해준달까, 저절로 미소를 짓게 된다.
"그런데 이 튀김 과자 어쩐지 낯이 익다. 우리의 전통 과자인 유과, 약과, 매잡과, 유밀과랑 모양도 맛도 참 많이 닮았다. 한 뿌리에서 나온 것인지, 인간들 먹고 즐기고 생각해는 요리법이란 게 고만고만한 것인지" (p.140)
나였다면, 우연히 떠난 여행길에 만난 음식 한 그릇을 계기로 말도 글도 모르는 낯선 외국을 반벙어리 까막눈 상태로 여행할 수 있었을까? 바로 옆동네 낯선 곳도 쉽사리 나서지 못하는 쫄보로서 저자의 용기가 부러움을 넘어 경이롭기까지 하다! '돈키호테에 미친 소설가의 감미로운 모험!' 나는 얼마나 더 단단해져야 용기를 내 볼 수 있을까,,, 멀리 타국의 돈키호테까지는 아니더라도 남원 춘향이 여정이라도 따라가 보고싶어지는 시간이다.
너무나 익숙했던 책이라 어릴적 동화책과 만화책으로만 접했던 기억이 남아 있음에도 '기발한 이달고 돈키호테 데 라만차'를 다시 읽어 봐야겠다. 말린 대구, 청어 머리를 비롯한 내가 느무나 싫어하는 가지요리(어른이 되지 못한 건지 여전히 맛이 읍다)까지의 특별한 여정을 되짚어 보고 싶어 진다.
[네이버카페 몽실북클럽 서평단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후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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