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에게 갔었어
신경숙 지음 / 창비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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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무겁게 불리는 이름이다. 아빠가 조금은 빨리 돌아가셨다. 이유가 될 수는 없지만, 아직 철이 들기전 아버지가 내 곁을 떠나신 탓에 아버지는 내게 언제나 아빠였다. 때문에 나에게 아버지란 호칭은 많이 무겁다... 언제까지 든든한 보호막이 되어 줄 것 같았던 아빠가 작아지는 순간이 있었다. 아빠가 작아졌다기 보다는 내가 자란탓이었겠지만, 이제는 아빠를 내가 보호해야겠구나 그런 느낌... 눈물을 흘리는 아버지를 찾고, 모두가 잠이 든 새벽 홀로 헤매는 아버지를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 아버지의 근처 몸을 뉘이는 것같은 이유이지 않을까 싶다.

엄마의 부재를 잠시 채우기 위해 J시의 아버지를 찾은 주인공 헌이 그간 아버지를 바라보던 속내를 담담히 털어 놓는 신경숙 작가의 장편소설 '아버지에게 갔었어'는 소설이라기 보다는 에세이 같은 느낌으로 내게 닿는다. 어렵기만 했던 그때 그시절, 전염병을 피하기 위해 배움을 잃어야 했고, 또 다시 몹쓸 전염병이 순식간에 부모를 앗아간 14살 어린시절의 아버지로부터 마른가지처럼 앙상한 모습으로 당신 손으로 묻어준 친구같은 앵무새 참이를 찾는 연약한 모습의 아버지까지 나의 눈에 비친 아버지는 연민 그 자체다.

"사는 일이 꼭 앞으로 나아가야만 되는 것은 아니다. 돌아보고 뒤가더 좋았으몬 거기로 돌아가도 되는 일이제. 나에게 하는 말일까? 아버지는 피로한지 야윈 몸을 의자 뒤쪽으로 젖히려고 해서 나는 아버지를 내게 기대게 했다. 아버지는 눈을 감고 혼잣말처럼 말했다." (p.92)

긴 투병생활 끝에 소홀해진 나에게 서운함을 말씀하시는 듯 마지막 임종도 허락하지 않고 내 곁을 떠나가신 아빠가 떠오른다. 긴병에 효자가 없다는 쓸데없는 옛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일주일에 두세번 찾던 병문안이 주말 병문안으로 그마져도 핑계를 찾아 소홀해질 무렵 아빠는 갑자기 나빠지셨다. 비록 몸이 좋지 않아도 또렷하시던 정신이 까무룩해지고 스스로 거동이 불편해지자마자 불안하게나마 부여잡고 계시던 생의 끈을 놓아버리셨다. 맏이로 상을 치르고 돌아오는 길에 마시지도 못하는 소주를 두병쯤 마시고 정신줄을 놓았다. 아빠에게 미쳐하지 못했던 말들을 가슴속에 꼭꼭 눌러 담으며... 나 또한 아빠를 한 사람이 아니라 그져 내가 어떻게 해도 언제나 허허 웃으며 내 옆에 있을 아빠로만 보고 있었음을 후회하게 된다.

든든한 나무같았던 아빠가 조금씩 약해지는 모습을 아무렇지도 않게 지나쳤던 무심했던 나를 반성하게 한다. 마지막 아빠 얼굴이 어땠었는지 조차 가물가물 하지만, 꿈에서 조차 볼 수 없는 아빠가 서운하지만 그래도 아빠가 보고싶어지는 밤이다. 가족, 부모님, 아버지... 여러 생각이 넘쳐나게 만드는 시간이었다. 오늘도 버겁지만 자식들을 위해 살아내셨을, 살아내고계시는 우리 아빠를 비롯한 세상의 모든 아버지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보낸다.

"살아냈어야,라고 아버지는 말했다. 용케도 너희들 덕분에 살아냈어야,라고." (p.416)

[네이버카페 몽실북클럽 서평단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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