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다
아모스 오즈 지음, 최창모 옮김 / 현대문학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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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접해보지 못했던 히브리 문학에 대한 호기심으로 읽기 시작한 책이다. 흔히 읽어보던 유형이 아닌 탓에 장편소설로 분류되어 있는 장르임에도 책장이 더디게 넘어간다. 사실 전반부에는 등장인물의 이름조차 익숙하지 않아 앞장을 되짚어 읽기를 반복하다 잘못된 선택이었다는 생각에 살짝,,, 후회도 해본다. 다행스럽게도 슈무엘을 비롯한 등장인물들이 익숙해질 즈음에는 책 읽는 속도에 탄성이 붙는다. 힘들었지만, 새로운 도전을 칭찬하기로 한다. ^^;;


히브리 문학이 낯선 나에게는 생소한 작가지만, 아모즈 오즈는 현대 히브리어를 모국어로 사용한 1세대 작가로 평생을 글로써 행동했던 '침묵하지 않은 작가'라고 한다. 조금쯤 무거운 느낌의 '유다'에 어울리는 작가라는 생각과 함께 더디지만 찬찬히 히브리 문학의 매력을 느껴보기로 한다.


'유대인들의 눈에 비친 예수'를 주제로 연구에 몰두하고 있던 대학원생 슈무엘은 여자친구의 배신과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인한 학비 지원 단절 그리고 지지부진한 연구를 이유로 학교를 그만두기에 이른다. 학교를 그만두고 새출발을 위해 살림을 처분하려던 슈무엘은 운명의 끌림처럼 괴팍하지만 학식이 높은 장애인 발드의 말동무를 찾는 일자리를 찾게 되고 드디어 유다를 이끌어 가는 세 사람 슈무엘, 발드, 아탈리야가 한곳에 모이게 된다.


"자네는 말하자면 자기 삶으로부터 숨기 위해서 우리 집으로 왔다가 여기서 사랑에 빠졌지. 사람이 사자를 피해 도망가다가 곰을 만난 셈이지. 내 젊은 친구, 자네는 영국인들이 그들의 언어로 '사랑에 빠지다'라는 멋진 표현을 고안해 낸게 얼마나 정확한 것인지 생각해 본적이 있나?" (p.106)​


혼잣말같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발드의 다소 거친 강의, 발드를 관찰하는 슈무엘의 생각, 세상을 초월한 듯한 아탈리야의 도도함 그리고 그녀를 동경하는 듯한 슈무엘의 욕망이 어우러진다. 500여 페이지에 살짝 못 미치는 본문에 그에 대한 주석이 50여페이지에 달한다. 주석을 가볍게 넘기고 읽어내렸으면 조금은 수월하게 읽을 수도 있었을 테지만 생소한 분야였던 탓에 주석과 본문을 오가며 책장을 넘긴다. 덕분이 책장이 넘어가는 속도가 더뎌지긴 했지만, 히브리 문학이라는 새로운 분야를 이해하는데 적지않은 도움을 받는다.


예수를 배반한 제자 유다 때문에 유다는 보통의 경우 배신자로 대표된다. 하지만, 슈무엘은 유다는 첫 번째 기독교인이자, 마지막 기독교인이며, 유일한 기독교인으로 정의한다. 죽을 때까지 진심으로 예수를 믿었으며, 기적을 일으켜 진심으로 예수를 믿게 하기위한 배신이라.... 미천한 종교지식 때문에 완전한 이해가 어렵다. 유대인들이 핍박 받았던 이유가 예수를 배반한 유다 때문이지만, 예수 또한 유대인이었으며 기독교를 전파한 이들 또한 유대인이라는 아이러니한 사실로 해석되어야 하는 것인지... 아무튼 여전히 어려운 영역이지만 신선한 경험이었다.


끊임없이 이어질 것 같던 슈무엘과 발드, 아탈리야의 대화는 부족하지만 따뜻했던 일자리와 아탈리야와의 사랑을 포기하며 자신을 위해 준비된 곳이라 여겼던 하라브 엘바드 길에 있던 - 주께서 지키시어 주인의 정직함을 선포하시는 예호야킨 아브라바넬의 집 - 그곳의 다락방을 나오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괴팍하지만 그의 편이었을지도 모를 발드와 나이든 신비로운 여인 아탈리야를 뒤로한 채 진정힌 자유를 찾아나선다.


"슈무엘은 텅 빈 거리 한가운데 자기 자리에 계속 서 있었다. 그는 어깨에서 군용 배낭을 내렸다. 그는 그 것을 먼지 앉은 아스팔트 위에 놓았다. 그 군용 배낭 위에 외투와 지팡이와 모자도 조심스럽게 올려놓았다. 그리고 서서 자기 자신에게 물었다." (p.456)​


조금은 어렵고 더디게 읽힌 책이지만, 종교적인 영향을 뒤로하고 무기력하기만 했던 슈무엘이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질 수 있기까지의 성장과 자유를 찾아나설 수 있는 용기를 얻기까지의 여정을 함께하는 것만으로도 찬찬히 읽어봐야할 이유를 얻게해준다.


[ 네이버카페 몽실북클럽 서평단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후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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