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 스톡홀름신드롬의 이면을 추적하는 세 여성의 이야기
롤라 라퐁 지음, 이재형 옮김 / 문예출판사 / 2021년 2월
평점 :
절판


스톡홀름 증후군(Stockholm syndrome)

공포심으로 인해 극한 상황을 유발한 대상에게 긍정적인 감정을 가지는 현상이다. 범죄심리학 용어로, 인질이 인질범에게 동화 혹은 동조하는 비합리적인 현상을 뜻한다. (네이버 지식백과)

언론재벌 상속자 '퍼트리샤 허스트' 납치 사건을 바탕으로 하는 실화소설이다. 보통 실화소설의 사건의 기본 지식을 배경으로 지니고 읽는 탓에 사건과 주인공에 몰입하면서 읽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이번 실화소설 17일은 진도가 더디다. 납치 사건을 소재로 하고 있지만, 피해자의 심리 변화를 추적하는 각기 다른 시선을 중심으로 기술된 이유이지 않을까 싶다.

좌파 무장단체에 납치된 인질에서 SLA 일원이 되어 범죄를 저지른 퍼트리샤를 구명하기 위한 변호인단의 의뢰로 퍼트리샤의 상태를 설명할 보고서를 의뢰받은 30대 미국인 페미니스트 진 네베바와 10대 프랑스인 비올렌 그리고 그들을 지켜보는 한 사람(살짝 어려운 느낌으로 읽고 있었던 탓에 100여 페이지를 읽은 후에야 제3의 시선을 인지했다 ㅜㅜ) 세 사람은 각자 다른 시선으로 페트리샤의 심리를 쫓는다.

좌파 무장단체 SLA에 납치된 재벌 상속녀 퍼트리샤 허스트가 짧은 시간 심경의 변화를 일으켜 - 인질이었던 퍼트리샤의 동화, 세뇌로 보는 시각도 있으나 - 인질이 아닌 SLA의 일원이 되어 세상을 충격에 빠뜨리게 된다. 페트리샤의 변화를 믿고 싶지 않았던 세상은 그녀의 변화를 세뇌, 동화로 단정 지어 버린다. 과연 페트리샤는 납치범들에게 세뇌당한 것일까, 독립적인 선택인 것일까,,,

17일. 진과 비올렌이 페트리샤의 사건을 정리하는 시간이다. 변화를 일으키기에는 충분하다고 여겨지지 않는 짧은 시간, 그녀들은 변화되는 스스로를 느낀다. 막연한 두려움에 떨고 있던 페트리샤가 스스로 세상 밖으로 걸어 나오고 있다고 여겨지는 건 비단 나뿐일까,,, 마지막 장을 덮을 때까지 명쾌한 결론을 얻을 수는 없지만 그녀가 '진정한 자유'를 갈망하고 있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여겨진다.

어렵다... 끝까지 어렵다. 다만, 많이 나아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인질로 살아가고 있을런지도 모르는 여성의 자주성, 스스로의 선택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을 갖게 해준다. 그녀를, 그시대의 모든 여성을 인질로 잡고 있었던 것은 좌파 무장단체 SLA 뿐만이 아니었을지도 모겠다.

"사람들이 구하러 오기를 끈질기게 기다린 인질들은 집으로 돌아가서 삶의 매 순간을 통제받아야만 했지요. 겨우 위험을 피했는데 다시 나쁜 이를 당하면 안 될 테니까요. 그래서 외출은 일주일에 딱 한 번, 미사를 드리러 갈 때뿐이었고 여자 형제나 여자 사촌에 대한 우애도 제한적으로 표현해야만 했습니다. 그들은 또다시 인질이 된 것입니다. 이번에는 자기 집에 인질로 잡힌 거지요." (p.79)

[ 네이버카페 컬처블룸 서평단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후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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