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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돼도 1일1치킨은 부담스러워 - 여전히 버겁지만, 괜찮아지고 있습니다
임서정 외 지음 / 모모북스 / 2020년 12월
평점 :
어릴 적에는 막연하게나마 서른 쯤 되면 무엇이든지 스스로 마음먹은 데로 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곤 했다. 능력보다는 나이가 마법을 부려주지 않을까 하는 철없는 생각이었지 싶다. 그리고, 나에게는 '무엇이든지'라는 마법을 부여해 줄 수 있는 나이가 어른이라 여겨지는 서른쯤이 아니었나 싶다. 그리고, 서른을 훌쩍 넘겨 반백을 바라보고 있는 요즘 나에게 서른이란 나이는 안타깝게도 아직 여물지 않은 애기애기한 나이가 되어버렸다.
X세대로 불리는 70년대생들만 하더라도 - 비록 IMF라는 엄청난 변화에 내몰리기도 했지만 - 대학만 나오면 어렵지 않게 적당한 곳에 취업할 수 있었다. 하지만, MZ 세대라 불리는 요즘 아이들은 태어나면서부터 경쟁의 세계로 내몰려 20년 가까이 '대학'이라는 난공불락의 고지를 향해 무작정 달려야 하고, 겨우 대학에 도달하고 나면 숨을 고를 틈도 없이 '취업' 전쟁에 뛰어들어야 한다.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은 전설이 되어 버린 지 오래일 뿐만 아니라 시작도 하기 전에 금수저, 흙수저 등으로 계급이 나뉘기 일쑤다.
어른이 돼도, 1일 1치킨은 부담스러워는 요즘 세대를 대표하는 N잡러 프리랜서, 직장인, 필라테스 강사로 살아가는 평범한 어른들의 짠내나는 이야기다. 꿈이 없는 20대가 나만 그런 것이 아니고, 세상의 잣대에 맞춰서 적당한 가면을 써야 하는 것에 슬퍼하지 말아야 할 것이며, 수능이 끝나면 취업 스펙이 기다리지만 실제 직장 생활은 그보다 더한 헬이라는 사실을 조근조근 알려준다.
똑 부러지게 소신껏 자신이 원하는 바를 이야기하기도 하지만 – 실제 요즘같이 근무하는 90년 대생 아이들 때문에 거의 라테로서 피곤한 점이 종종 생기도 한다 – 대다수가 어른이 되고 나면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느라 소심해지곤 한다. 하지만, 무조건 착하기만 할 필요는 없다는 현실적인 조언이 25년 차 직딩 선배가 보기에도 귀여우면서도 공감되는 조언이다.
“착한 사람이 될 필요는 없다. 물론 나쁜 사람이 될 필요는 더더욱 없다. 그런데 살아 보니 결국 나쁜 년이 잘 산다.” (p.181)
나다운 나와 마주하기 위한 청춘들의 전쟁 같은 일상을 들여다보며, 나 역시 1일 1치킨은 부담스럽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전쟁터로 나서지 않은 내 아이의 미래가 행복하기를 바라본다.
[ 네이버카페 문화PLUS 서평단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후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