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만 더 기회가 있다면, 인간에 맞지 않는

인간에 맞지 않는 ㅣ 아르테 미스터리 18
구로사와 이즈미 지음, 현숙형 옮김 / arte(아르테) / 2021년 3월

프란츠카프카의 변신과 흡사한 느낌이지만 조금 더 일상을 반영하고 있다고 느낀다. 은둔형 외토리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사회적인 문제로 생각하고 적극적인 해결방안을 찾기보다는 그들을 사회부적응자로 낙인한채 목을 조여간다. 세상을 두려워하며 고립되어 가는 이들의 마지막 외침같은 글이다. 나를 포함한 현대를 살아가는 모두가 서서히 이형성 변이 증후군의 주인공이 되어 고립되어 버릴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다가온다.

어느날, 가족이 혐오스러운 벌레가 되어버린다면 혐오스럽지는 않지만 인간의 형상을 잃어버린 무엇인가로 변해버린다면,,, 심지어 세상은 인간의 형상을 잃어버린 그들의 호적을 말소시키고 스스로 살아갈 힘이 없는 그들을 보호와 처리라는 미명하에 흔적을 지워버리는 것 또한 허용하고 있다. 모든 이들이 한 목소리로 가족 스스로 그들을 사회로부터 완전히 격리시키기를 종용하고 있다면, 나는 과연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인간이 아니게 되어버린 생명체를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인가... 사회파 미스터리 장르답게 무거운 질문을 던진다.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고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은둔생활을 하고 있던 유이치. 여느 때처럼 함께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아들을 깨우러 간 미하루는 흉칙한 벌레로 변해버린 유이치를 발견한다. 충격으로 몸서리치며 이사오를 찾지만 이사오는 유이치의 발병을 예상하고 있었다는 듯 순식간에 사망신고를 마치고 충격에서 허우적대고 있는 미하루에게 당연한 수순처럼 벌레로 변해버린 유이치를 내다버릴 것을 종용한다.

부모이지만 부모이기를 포기한,,, 유이치가 벌레로 변해버린 이유가 어쩌면 아빠 이사오 때문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섬뜩해진다. 가장 가까운 사람이라 여기는 가족들이 가장 두려운 존재가 되어버린다. 다행스럽게도 변해버린 아들 유이치를 포기하지 않는 엄마 미하루는 벌레로 변해버린 아들과의 일상을 이어가기 위해 노력하기 시작한다.

"유이치는 산속에 홀로 남겨져서 지금쯤 어떻게 하고 있을까? 아들을 생각하니 가슴이 짓눌려 무너질 것 같은 심정이었다. 틀림없이 불안하겠지. 두려우리라. 유이치의 기분을 한참 생각하다 문득 깨달았다. 이형이 된 유이치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지, 지금까지 제대로 헤아린 적이 있었던가?" (p.260)

벌레로 변해버리기 전 사람이었던 아들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을 함께 있어주기 위해 노력하고, 유이치가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도, 따뜻한 시선으로 아이를 바라보며, 아이를 사랑하는 엄마가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끊임없이 알린다. 인간이 아니게 되었지만 세상과 단절되지 않도록 말이다.

많은 부모들이 낳았다는 이유만으로 자식을 마치 자신의 소유물인양 휘두르곤 한다. 맘에 들지 않는 모습을 하고 있다는 이유로 서서히 암흑속으로 내몰아 간다. 괴물이 되어가는 아이들을 지켜주지 않는다. 사회파 미스터리라고 하지만 요즘과 너무나 닮아있는 모습이 씁쓸하다. 소중한 사람들과의 소통이 얼마나 필요한 일인지, 따뜻한 마음으로 진심을 다해 귀 기울이는 것이 얼마나 힘이되는 일인지를 깨닫게 한다.

"사람이 하는 말 같은 건 이해하지 못할 테지, 사람의 사고력 같은 건 갖고 있지 않을 테지, 그렇게 멋대로 추측하고 아예 유이치의 속마음을 살피는 걸 포기하고 있었던 사실, ······아니, 그것은 과연, 유이치가 이형이 되고 나서의 일이었을까. 어쩌면 지금까지 한 번도, 유이치의 입장이 되어 무엇인가를 생각하고, 그 속마음을 깊이 이해하려고 곰곰이 헤아려본 적이 없지 않은가?" (p.260)

[ 네이버카페 몽실북클럽 서평단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후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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