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스파이 1
존 르 카레 지음, 김승욱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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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짝 두꺼운 모습의 시리즈로 구성되어 있는 데다가, '완벽한 스파이'라는 제목으로 나를 유혹하니, 나는 다영히 스팩타클힌 스파이 활동을 보여주는 추리소설을 기대하고 읽기 시작했다. 기대와는 달리 쫀쫀한 스파이 활동보다는 스파이였던 주인공의 심리를 쫓는 재미를 주는 책이였다. 가독성이 좋다고는 할 수 없어서 빠른 속도로 핌의 심리를 따라가기는 어려웠지만, 핌을 중심으로 연결되어 있는 아버지 릭과 엄마 도로시 그리고 그를 살뜰히 돌봤던 립시를 중심으로 그가 진정한 스파이가 되기까지의 긴 이야기가 흥미롭다.


아버지의 죽음을 알리는 연락에 슬픔 보다는 어쩌면 기쁨을 느끼는 듯한 자유로 자신의 심경을 표현한다. 그리고 홀연히 자취를 감춰버린다. 핌의 상사 잭과 안내 메리는 연기처럼 사라진 잭을 찾고,,, 일상에서 연기처럼 사라진 핌은 어느 해안가의 오래된 하숙집에서 익숙한 숙박객의 모습으로 하숙집의 미스 더버와 그녀의 고양이 토비의 환영속에 칩거에 들어간다. 기나긴 글을 쓰기 위한 자유를 만끽하면서,,,


"우리 도망쳐, 맵스 정말로 도망치자. 연기하지 말고 모처럼 진짜 인생을 살아 보는 거야. 여름 내내 톰을 데리고 여길 떠나는 거지. 당신은 그림을 그리고, 나는 책을 쓰고, 지칠 때까지 사랑도 나누고." (p.241)​


읽는 동안에도 첫번째권을 다 읽은 후에도 핌의 아버지 릭에 대한 분노의 원인을 공감하기까지의 시간이 필요했다. 릭과 립시의 감옥행이 릭의 사기행각으로 인한 것인지, 아니면 릭 또한 스파이였는지,,, 중반을 넘어갈 때까지도 파악하기 어려웠다... 자전적 소설이라서 그런걸까,,,(이런! 아무래도 나의 이해도가 떨어지나 보다. 약간 죄절하면서 책장을 넘긴다. ㅜㅜ)


"그녀가 나타난 뒤에는 모든 것이 도저히 막을 수 없는 흐름을 이루어 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처럼 보였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배에 가만히 앉아서 물살에 몸을 맡기기만 하면 되었다. 립시에서 양귀비에게로, 릭에서 잭에게로, 모두 즐거운 하나의 물살이었다. 도중에 물살 이 많이 혼들리기도 하고 저절로 갈라지기도 했지만." (p.154)​


핌은 아버지 릭을 거부하고 있는 걸까, 진심을 다해 사랑하고 있는 걸까, 외딴 하숙집에서 쓰여지고 있는 핌의 글은 때로는 아버지를 영웅처럼 변모시키고 싶은 핌의 욕구가 한껏 담겨 있기도 하다. 멀리서 자유롭게 아버지 릭을 사랑한다는 문장의 의미가 궁금해질 뿐이다. '여러세상을 동시에 살아내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게 되는 것'처럼 스파이로서의 삶에 대한 숙명을 완벽히 표현할 수 있는 문장이 있을까 싶다. 해야 하는 일이 아닌,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는 핌이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점점 더 궁금해진다.


한편, 핌의 아내 메리는 한때 분야는 달랐지만 그녀 또한 스파이였으나 핌과 결혼후에는 보통의 일상을 살아간다. 단지, 핌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지만 철저하게 단절된 채 서로 다른 세계에서 살고 있다. 핌이 사라진 후 아들 톰을 지켜낼 수 있기를 바라며, 핌을 쫓는 잭의 집요함에 지쳐가고 있다. 톰을 정보원을 다루듯 하는 장면에서는 잭을 한대 쳐주고 싶어진다. 다만, 톰 역시 스파이로서의 자질을 갖고 잭을 다루는 모습에 위안 비슷함을 느낀다.


뭐랄까, 나라를 위해 일하고 있지만 자유로울 수 없는 그들의 삶의 애환을 구구절절하게 토해내고 있다. 어쩌면 살기 위해 이중스파이가 되었을지도 모르는 그들의 일상을 말이다. 평온한 해안가에서 젊은 날의 스스로를 회상하고 있다. 때로는 그를 쫓고 있는 잭에게, 때로는 양귀비라 불리우는 의문의 인물에게,,, 어쩌면 핌은 우리가 알고 있는 그가 아닐지도 모르겠다는 의문을 품게하며 첫번째권이 끝났다.


"<웬트워스는 릭의 천벌이었고, 양귀비는 나의 천벌이 었다. 우리는 우리가 그들에게 저지른 짓을 올바르게 고 치려고 애쓰며 평생을 보냈다.>" (p.275)​


[ 네이버카페 몽실북클럽 서평단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후기 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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