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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61년
이인화 지음 / 스토리프렌즈 / 2021년 2월
평점 :
1896년 제물포에서의 하루를 그리고 있는 이인화의 장편소설 2061은 코로나19 장기화 덕분에 자주 메인 소재로 사용되는 바이러스를 독특한 시각으로 바라본다. 인류를 괴멸시킬지도 모르는 극대화된 바이러스 아바돈으로부터 인류를 지키기 위해 2061년의 이도리안들은 인공지능 방역시스템 이도의 무지개를 가동시키고,,, 2049년 팬데믹으로 가족을 잃은 시간 여행 탐사자 심재익은 역사를 바꾸고 가족을 살릴 수 있다는 말에 설득되어 또다시 과거를 찾는다. 시간 여행 탐사자 심재익의 선택은 무엇인가! 팽팽한 긴장 속에 팬데믹 바이러스 균주와 훈민정음해례본을 찾기 위해 서로를 숨긴 시간 여행 탐사자들의 소리 없는 움직임으로부터 시작된 1896년 2월 11일 제물포의 시간이 빠르게 흘러간다.
"2061년의 이도리안들에게 1896년 조선은 성스러운 곳이었다. <독립신문>에 의해 이도 문자가 최초로 사회적 공식 문자가 되고 <코리안 리포지터리>에 호머 헐버트가 아리랑의 악보를 최초로 채록했다. 아리랑 노래와 함께 지구촌 대중에게 이도 문자의 존재가 전파되던, 지구 보편 문명의 꿈이 현실 세계로 흘러넘치기 시작하던 바로 그 세계사적 시공간이었다." (p.129)
인류의 구원이라는 명제를 두고 시간 여행을 떠나지만, 이들이 원하는 것은 인류의 구원이 아니라 자신이 속한 집단에 대한 부와 권력이다. 인간의 목소리뿐만 아니라 모든 자연의 소리를 사용할 수 있는 이도문자는 바이러스로부터 인류를 지킨다.
사실, 바이러스 팬데믹과 한글의 우수성이 결합된 타임슬림 판타지 정도로 생각하고 읽기 시작했고 초반 심재익을 시간 여행 탐사자로 설득하기 위한 부분이 살짝 이해되지 않았다. 덕분에 이런, 지루한 책이구나! 하면서 읽기를 이어가고 있었는데,,, 또 다른 시간 여행 탐사자 이수지를 비롯한 열혈 여주인공 유애덕, 강마사가 등장하면서부터 부쩍 흥미로워지기 시작한다.
1896년 영혼 없는 일상을 살아가고 있는 박진용의 몸을 한 채, 2061년 시간 여행 탐사자 이도리안 문명기 심재익의 시선으로 바라본 제물포는 인류를 멸망시킬지도 모르는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장악할지도 모르는 2061년의 팬데믹과 다르지 않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은폐될 수밖에 없는 진실은 힘없는 약자의 외침에 불과할 뿐이다.
인간과 기계의 결혼으로 태어난 기계혼종인, 인공지능의 지배 그리고 다른 시간에 살고 있는 사람의 뇌를 통한 시간 여행... 장기화된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멀지 않은 미래를 배경으로 다소 자극적인 소재들과 함께 펼쳐지는 스토리는 소름을 돋게 한다.
"19세기에 서구인 앞에서 동양인이 그랬듯이 21세 기에는 인공지능 앞에서 인간이 무력감을 느낍니다. 그러나 날탕패들은 그럼에도 인간이라는 포지션이, 인간이라는 위치가 그 자체로 빛난다는 것을 그들의 인생으로 증언했습니다. 인간이라서 빛나는. 이것이 날탕패 정신입니다." (p.201)
모든 언어가 꿈꾸는 문자를 가지고 있었음에도 일부 사대주의자들의 탐욕으로 오랫동안 빛을 보지 못했던 시대적 오만함에 화가 난다. 인류의 중심부가 아닌 한국에서 사용하기 때문에 문자학적 사치라 표현되고, 한글의 우수성에 대한 설명이 모든 언어가 꿈꾸는 알파벳으로 쓰일 수밖에 없음에 아쉬움이 남는다.
"세종에게 인생의 목적은 돈도 아니고 권력도 아니었소. 서로에 대한 깊은 이해에 도달하는 것이었소. 인간의 모든 소리, 자연과 동물과 기계의 모든 소리를 표기하는 이도 문자는 마음의 가장 깊은 밑바닥까지를 이해하게 하는 것이었소." (p.369)
[ 네이버카페 책과콩나무 서평단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후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