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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고코로
누마타 마호카루 지음, 민경욱 옮김 / ㈜소미미디어 / 2021년 1월
평점 :
품절
"저처럼 아무렇지 않게 사람을 죽이는 사람은 뇌 구조가 보통사람과 다르겠죠." (p.21)
책을 읽기 전 주제어 등의 뜻을 찾는 습관이 있는 탓에 읽기 전부터 '유리고코로'라는 단어를 열심히 검색했는데 나오라는 단어의 뜻은 나오지 않고, 동명의 영화에 대한 설명이 먼저 나온다. 뜻하지 않게 영화의 줄거리를 먼저 접하고 읽게 된 책은 유사한 줄거리를 기반으로 '살인(죽음)'을 유리고코로로 삼은 미사코에 대한 기행이 섬뜩하게 이어진다.
어릴 적 엄마와 찾은 병원에서 평범한 아이와는 다른 모습을 하고 있는 아이에게 '유리도코로' - 마음의 안식처 - 가 없음을 이야기하지만, 미사코의 엄마는 아이의 정신적 결핍을 언짢아하며 병원에 가지 않는다. 그것이 불행의 시작이었을까. 아이의 결핍은 뜻하지 않은 곳에서 채워지기 시작한다.
"어린 시절 의사는 분명 '요리도코로(안식처)'라고 했을 겁니다. '감각적인 안식처' 또는 '인식의 안식처' 혹은 '마음의 안식처'라는게 이 아이게는 없다고, 안경을 치올리며 웅얼웅얼 이야기했기 때문에 어린아이의 귀에는 잘 들리지 않았겠지만, 그렇다고는 해도 참 이상하게도 잘못 들은 셈입니다." (p.48)
애견 놀이터 샤기 헤어를 운영하고 있는 료스케. 갑자기 사라진 약혼녀, 췌장암으로 죽어가는 아버지 그리고 교통사고로 급사한 어머니까지 불행이 불행을 부르듯 그에게 시시각각으로 알 수 없는 어두운 기운이 휘몰아치고 있다. 그리고, 평범하지 않은 사건의 연속으로 일상을 유지하기 어려운 료스케 앞에 나타난 낡은 핸드백과 머리카락 한 줌과 낡은 노트 네 권.
알 수 없는 기운에 홀린 듯 살인을 고백하고 있는 낡은 노트를 읽기 시작한 료스케는 노트에 숨겨진 비밀을 찾아 나서고, 엄마가 바뀌었을지도 모른다는 어릴 적 의심이 사실일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몸서리친다. 살인자인 창녀와 그 창녀를 샀던 스쳐 지나간 남자가 자신의 부모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어쩌면 자신도 죄의식 없는 살인에 목말라하고 있을 지도 모른다는 어이없는 결론으로 치닫고,,, 전남편의 폭행으로 만신창이가 되어 다시 나타난 지에의 복수를 계획하기에 이른다.
동명의 영화의 한장면으로 무표정한 어린 여자아이가 인형에게 거꾸로 우유를 먹이는 장면은 삶 보다는 죽음에서 마음의 안식을 찾는다는 역설적인 표현을 하고 있는 장면인 듯 하다. 미스터리한 인물들이 등장하는 료스케의 현재와 숨막히게 흘러가는 살인고백 노트의 스토리가 교차되면서 긴장감 넘치는 몰입감을 선사한다. 2011년 발표되어 제14회 오야부 하루히코 대상을 수상한 소설인 '유리고코로'는 출간된지 10여년이 지난 지금 읽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만족스러운 미스터리 소설이었다.
"당신은 저를 살려둬선 안 돼요.
당신에게 죽임을 당하는 것만이 제 구원입니다.
당신은 제 당신이니까...
제발 그것을, 언제까지나 잊지 말아주세요." (p.143)
[ 네이버카페 컬처블룸 서평단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후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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