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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싱 대디
제임스 굴드-본 지음, 정지현 옮김 / 하빌리스 / 2021년 1월
평점 :
절판
"가슴에 커다란 구멍이 뚤렸는데도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똑같이 살기를 바라지 않았지. 콜린은 나에게 바라는 게 없었어. 뭐, 그냥 봉제 인형일 뿐이니까. 할 수 있는 거라곤 내 말을 들어주는 것뿐이었지. 그래서 콜린은 내 말을 들어 주었단다. 그게 큰 도움이 됐어." (p.186)
같은 공간에 있던 소중한 사람을 한순간에 잃고, 그곳에서 나만 홀로 살아남은 극단적인 상황에서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댄싱 대디는 열한 살 어린아이가 세상에 나 홀로 남겨진 시련을 극복하고 죄책감을 이겨내기까지 그리고 나를 지켜주는 가족이 여전히 남아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기까지의 여정이 따뜻하게 그려진다.
어린 나이에 아빠가 된 대니는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로 아내 리즈를 잃고 열한 살 아들 윌과 단둘이 남게 된다. 마음을 추스르고 윌과 살아갈 방법을 찾기도 전에 실업자가 되고, 집주인은 밀린 집세를 이유로 대니를 협박하기에 이르고 대니는 윌과 살기 위해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 나서지만 특별한 기술도 능력도 없는 대니가 일자리를 찾기란 쉽지 않다.
한편, 친구 같았던 엄마를 잃고 선택적 함구증을 앓고 있는 윌은 아빠에 대한 거부감을 함구증으로 대신하고 있다. 열한 살 윌에게 여전히 토마스 기차가 그려진 벽지와 식기를 내어주고, 좋아하지 않는 땅콩버터를 아침으로 주는 아빠와 말하고 싶지 않다. 엄마와 윌이 살고 있던 세상에서 아빠는 사랑하는 가족이기보다는 함께 사는 사람에 불과했다. 엄마가 떠난 자리가 너무 크다. 사라져 가는 엄마의 향기를 잊지 못해 윌은 얼마 남지 않은 엄마의 오렌지형 크림통을 부여잡고 옷장에 숨어버리곤 한다.
로즈와 함께 살았던 집을 떠나고 싶지 않은 대니. 밀린 월세를 내기 위해 냄새나는 팬더 인형탈을 쓰고 공원에서 거리공연을 시작하지만, 박자 감각조차 없는 그는 공연으로 돈을 벌어들이기는 고사하고, 아이들의 놀림감이 되어버리고 만다. 점점 더 의욕을 잃어가지만 윌을 위해 포기할 수 없는 아빠 대니는 공원에서 만난 폴댄서 크리스털에게 춤을 배우기 시작하고,,,
춤추는 판다 대니는 거리공연도중 친구들의 폭력에 시달리고 있던 윌을 구한 사건을 계기로 아빠인 것을 숨긴 채 아들과 친구가 되고, 말을 잃은 줄만 알았던 윌은 춤추는 판다가 대니인 것도 모른 채 아빠에 대한 속마음을 털어놓기 시작한다. 윌의 외로움을 알게 된 대니는 아이를 위해 변하기 시작하고, 서로를 의지하며 하나뿐인 가족이 되어간다.
"밤이 되면 어둠을 몰고 집으로 들어왔고, 다음 날 아침까지도 떨쳐 버리려 애썼다. 윌이 침묵을 선택한 것처럼 대니는 일을 선택했다. 지난 14개월 동안 그들은 각자의 방법으로 시간 속에서 발버둥친 것이었다." (p.226)
아빠와 아들이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은 있지만 다가서지 못하는 서툰 모습을 짠하게 바라보게 된다. 친구 같은 엄마를 잃은 아직 어린 아들 그리고 무뚝뚝하지만 서툰 아빠가 그들을 이어주던 엄마와 아내를 잃고 난 후 서로에게 기대가며 성장하는 과정이 따뜻하다. 자칫 우울할 수도 있는 소재를 거리공연하는 춤추는 판다를 매개로 따뜻하게 그려내고 있다.
두께가 있는 책이었음에도 가독성이 굉장히 높은 책이었다. 부담스럽지 않고 가볍게, 간질간질 행복한 기분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책이다.
[ 네이버카페 책과콩나무 서평단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후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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