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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밸런타인데이
정진영 지음 / 북레시피 / 2021년 1월
평점 :
오랜만에 잔잔한 로맨스 소설을 읽었다. 좋아하는 작가를 염두에 두고 책을 읽는 편이 아니라 정진영 작가님은 잘 모르던 분이었는데 근간 우연히 작가님 책을 두권이나 읽는다. 드라마 허쉬 덕분에 익숙해진 분인데 팬이 된것 같다. 무겁지않게 가볍게 읽히는 책을 좋아해서 인지 가독성 좋은 문체가 맘에 꼭 든다. 요즘 사무실 일도 잘 안풀리고 스트레스도 심했었는데 늘어져서 읽은 '다시, 밸런타인데이' 덕분에 컨디션을 많이 끌어올렸다. ^^;;
사랑과 정의 모호한 경계와 혼란스러움에 대한 표현에 격한 공감을 하게 된다. 흔히 오래된 부부를 이야기 할 때 우스개 소리처럼 던지곤하는 '정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같이 산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다를 수 밖에 없는 사랑과 정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얼마나 오랜 시간 '정'이 아닌 '사랑'으로 남을 수 있을까. 사랑하는 이와 평생을 함께 ing중인 사랑을 할 수 있는 행운이 내게 있다면 더할 나위 없는 축복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이런 표현이 어울릴지 모르겠다. 내 경험상 사랑은 설레는 감정이고 '하는' 것이라면, 정은 편안한 감정이고 '드는' 것이 더라. 어디까지나 내 생각이니까 너무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말고." (p.140)
같은 대학에서 우연처럼 다시 만난 수연, 성대, 대혁은 초등학교 동창이다. 서로가 서로를 기억하는 크기는 다르지만 인생의 새로운 시작이라 할 수 있는 청춘의 출발을 함께하며 어린시절의 인연을 이어간다.
여의치 않은 가정 형편탓에 하고 싶은 것보다는 해야하는 일을 하면서 지금까지 살아온 수연, 그녀는 사촌 언니 세연의 조언에 힘을 얻어 'Carpe Diem'을 외치며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하게 부딪혀 보기로 마음먹는다. 밴드동아리 가입을 고민하는 그녀에게 함께 가입하기를 권유했던 성대, 정희와 함께 터틀스에 가입하고, 그곳에서 또 다시 대혁을 만나게 되지만, 그녀에게 대혁은 여전히 존재감이 없다. 고3 시절부터 그녀에게 적극적으로 고백을 해오던 형우와 확신없는 사랑을 시작하게 된다.
오랜시간 그녀를 바라보기만 했던 대혁. 수연에게 전해지지 못한 편지로 마음을 전하던 그는 굳은 마음으로 그녀에게 고백을 준비하지만, 그녀의 옆자리에는 이미 형우가 있다. 그녀에 대한 마음을 접을 수 없었던 대혁은 그녀를 잊기위해 이른 입대를 하게되고, 불의의 사고를 당하게 된다. 사고의 원인을 찾고 있던 그의 형 대호에게 수연을 잊지 못하는 대혁의 마음이 담긴 일기장이 발견되고, 대호는 늦었지만 동생의 마음을 수연에게 전한다.
닿을듯 닿을듯 닿지 않았던 이들의 마음은 이어질 수 있을까... 자신을 마음을 들여다보지 못하는 어린 청춘들의 애틋한 사랑이 안타깝고 예쁘다. 오랜시간 꽃말로 전한 사랑이 감동적이다. 어쩌면, 시간이 흐른뒤 숙성된 감정을 담고 주인의 손에 닿을 수 있어서 진실된 마음을 전할 수 있지 않았을까하는 생각도 해본다.
"수연은 도감의 목차를 뒤져 꽃말을 찾았다. 펜지의 꽃말은 '나를 생각해주세요', 쑥부쟁이의 꽃말은 '기다림', 물망초의 꽃말은 '나를 잊지 마세요', 달맞이꽃의 꽃말은 '말 없는 사랑', 빨간 튤립의 꽃말은 '사랑의 고백'이었다. (p.225)
"당연히 이상하지. 누군가가 그러더라. 그런 알아보지도 못할 편지를 보내는 사람이라면 다시 한번 생각해보라고, 그런데 말이야. 오랫동안 나를 위해 정성을 다해 달려온 사람을 어떻게 바라보지 않을 수 있어? 그게 사람이 아니라 동물이나 외계인이라도 없던 호감이 다 생기겠다. 안 그래?" (p.251)
책의 곳곳에 QR로 연결하는 다시, 밸런타인데이의 OST가 잔잔한 사랑의 감정을 훨씬 더 풍부하게 느낄 수 있게 만든다. 더불어 작가님의 전직 기자생활을 깨알같이 담아두셔서 책을 읽다가 웃음 포인트가 아닌, 진지한 지점에서 잠깐 빵터졌던 나른한 주말오후 행복한 시간이었다.
[ 네이버카페 책과콩나무 서평단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후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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