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 팜
조앤 라모스 지음, 김희용 옮김 / 창비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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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 오크스' 임산부를 위한 최상의 환경을 만들고, 엄격하게 관리, 통제하며 '호스트'라는 그럴듯한 이름을 부여한 대리모들을 모집하고 감성을 자극하거나 어쩔 수 없는 그들의 궁핍한 환경을 파고들어 9개월간의 여정에 들어서게 한다. 베이비 팜이라는 상상도 하기 어려운 비즈니스를 차근차근 그리고 점점 더 크게 확장해간다. 오로지 수익성 좋은 사업모델로만 태어날 아기들을 바라본다. 좀 더 좋은 상품을 만들기 위해 대리모를 고르고 관리한다.

"당신은 이곳에 어떤 곳인지를 이해해야만 해요. 여기는 공장이고 당신은 상품이에요." (p.138)


임신을 할 수 없는 피치 못할 사정으로 대리모를 통해서 아이를 낳아야 하는 안타까운 사람들도 있겠지만, 어떤 이들은 대리모가 필요하지 않은 이유임에도 그저 자신의 부와 권력을 이용해 대리모를 찾기도 한다. 부와 권력을 가진 이들과 이들을 이용하고자 하는 사람들 덕분에 임신과 아기가 철저한 비즈니스가 되어간다.


우리네 정서가 외국보다는 - 대리모 제도가 합법적이라고 해도 - 대리모, 비혼모 등 조금은 특별한 임신과 출산 과정이 부정적으로 보이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불임 등 피치 못할 사정이 아닌 상황에서의 대리모 집합소 골든 오크스의 모습이 다소 충격적으로 다가온다. 어쩌면 멀지 않은 미래에서는 아이조차도 사고파는 물건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소름이 돋는다.


베이비 팜은 대리모 합숙소 골든 오크스에 모인 가난한 싱글맘 제인, 부모의 간섭에서 벗어나 자신의 삶을 개척하고 싶은 순진한 레이건, 제인의 사촌이자 나이 많은 신생아 돌보미 아테 그리고 골든 오크스를 확대하고 싶은 맥도날드 프로젝트의 기획자 메이의 시선으로 서술되고 있다. 각자의 입장에서 다른 시선으로 골든 오크스를 바라본다.


아이러니하게도 가난한 싱글맘 제인은 이제 막 6개월이 지난 어린 딸 아말리아를 키우기 위해, 나이 많은 신생아 돌보미 아테는 장애인 아들에게 최고의 치료를 제공하기 위한 치료비를 마련하기 위해 자신의 아이를 품에서 떼어 놓은 채 다른 사람의 아이를 품어야 한다. 그들의 안타까운 처지만으로는 합법과 불법의 경계를 넘나드는 골든 오크스의 대리모로 돈을 버는 일을 고운 시선으로 바라볼 수 없다.


골든 오크스 합숙소의 호스트들은 아이를 품은 아름다운 엄마가 아닌, 그저 아이를 낳기 위한 장치에 불과할 뿐이다. 의뢰자들의 주문에 꼭 맞춘 아이를 출산하기 위해 먹고, 자고, 관리된다. 짧지 않은 글 곳곳에서 부와 권력을 비롯한 인종차별에 대한 이야기들이 현실적으로 서술되고 있다. 고고한 것처럼, 나는 아닌 것처럼 감추고 있는 부조리한 모습들을 보여준다. 합법 여부를 떠나 공공연하게 행해지고 있는 듯한 대리모가 왠지 머지않은 시간 일상적인 일로 다가올 수도 있겠다는 다소 엉뚱하지만 현실적인 생각을 하게 되는 시간이었다.

"물론 자유에는 돈이 필요하지." 레이건이 말한다. 거의 애원하는 말투다.

"그런데 이상한 건 지나치게 많은 돈은 그 정반대라는 거야. 본질적으로 돈 자체가 새장이라고, 알지? 결국 우리 아빠처럼 더 많이 원하게 되고, 그러다가 모든 중요한 것을 망각하게 되니까..." (p.170)


[네이버카페 책과콩나무 서평단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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