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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목대비 - 그는 연모했고 그녀는 증오했다 광해와 인목대비의 이야기…
이재원 지음 / 살림 / 2020년 11월
평점 :
순정만화의 한 장면 같은 아련한 표지 뒤에 숨겨진 구중궁궐의 처절한 여인의 삶과 이어질 수 없는 사랑을 그려낸 한편의 드라마를 본 것 같다.
인목대비는 꽃 같은 나이 19세에 조선 제14대 왕 선조의 계비가 되어 아들 영창대군과 딸 정명공주를 낳았다. 선조가 승하하고 광해를 폐위하고 인빈 김씨의 아들 신성군이나 적자인 영창대군을 왕으로 추대하는 세력의 반대를 무릅쓰고 형제를 지켜달라는 간절한 부탁과 함께 광해를 왕으로 세운다. 하지만,,, 권력에 눈먼 자들의 사악한 부추김으로 자식을 지키고자 하는 그녀의 간절한 소망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아버지와 아들을 잃고 폐서인이 되어 서궁에 유폐되기에 이르고, 하나 남은 피붙이 정명공주를 지키고자 힘겨운 삶을 이어가던 중 인조반정으로 복권된 후 어머니를 폐위하고 어린 아우를 유배 보내어 죽게 한 폐모살제 등 36가지 폐위된 광해를 단죄하기에 이른다.
영창대군을 폐위시키고 죽음에 이르게 하였으나, 인목대비를 끝까지 지키고자 한 광해. 조선의 제15대 왕 광해만큼 역사적으로 극과 극의 평가를 받는 왕도 드물다고 한다. 명과 후금 사이의 실리 외교를 통해 임진왜란 이후 조선의 부국강병의 기틀을 다진 왕으로 평가되기도, 역모를 이유로 형제를 비롯한 많은 이들을 제거한 폭군으로 평가되기도 한다.
광해와 인목대비의 인연은 따뜻한 봄날 나비 수 향낭으로부터 시작된다. 끝까지 인목에 대한 연민을 버리지 못한 광해와 나비 수 향낭으로부터 이어지는 인연이었지만 인목에게 그는 부모와 아들을 죽인 철천지 원수에 불과할 뿐이었다.
역사적 사실을 차지하고라도 광해의 인목대비에 대한 연심이 아니었다면 광해의 재위기간 인목대비를 제거하고자 하는 세력으로부터 그녀를 지키기는 어렵지 않았을까... 인목대비에 대한 외사랑을 중심으로 이어지는 스토리는 임금이 아니라 한 남자의 한 여자에 대한 지고지순한 사랑으로 읽혀진다. 복사꽃같은 어린 소녀가 정쟁에 희말려 가족을 잃고, 앞서간 아이를 그리워하며, 남은 아이를 지키기 위한 절절한 모정은 읽는 이의 가슴까지 시리게 한다.
'그는 연모했고, 그녀는 증오했다' 강렬한 한줄이 광해와 인목대비의 애증의 관계를 설명한다. 역사적 사실과 약간의 상상이 잘 버무려진 특별한 서사였다.
"참으로 질기고 지독한 인연이었다. 한 번도 내색한 적 없었다. 한 번도 아는 척한 적도 없었다. 필운동에 복사꽃 핀 봄날, 향낭으로 마음을 전해주던 붉은 노을 속 젊은 선비가 광해 당신이었느냐 물어본 적도 없었다. 한눈에 사랑을 가져간 열아홉 살 꽃 같던 처자가 인목 아니, 휘정 당신이었노라는 고백을 받아본 적도 없었다. 질기고 기나긴 마음의 끈이자 비밀의 숲이었고, 결코 맞받아칠 수 없었던 수평선과 지평선 딱 그만큼의 거리에서, 가슴으로 울던 짝사랑 같은 연정이었고 애증이었다." (p.442)
[네이버카페 컬처블룸 서평단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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