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왕자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지음, 오아물 루 그림, 김석희 옮김 / 열림원 / 2020년 12월
평점 :
절판


생텍쥐페리 탄생 120주년을 맞아 오아물 루의 삽화와 김석희님의 번역으로 재탄생한 어린왕자를 다시 읽는다. 380개 언어로 번역된 어린왕자에게 특별함을 더하기 위해 경어로 번역했다는 역자의 후기가 전설같은 어린왕자의 위엄을 돌아보게 한다. 아이때 보다 어른이 되어서 더 애착이 가는 책으로 여겨지는 나의 마음과 다르지 않은 역자의 마음이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어릴적부터 지금까지 가벼운 동화책을 시작으로 수십번쯤 읽어온 어린왕자를 반백년의 나이가 얼마남지 않은 지금 다시 만났다. 나이 탓인지, 분위기 탓인지 동화로 읽기에는 전혀 가볍지 않은 기분이다. 어린왕자가 이렇게 묵직한 책이었나,,, 읽는 내내 생각이 깊어 진다.

아마도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을 알아보지 못하는 어른이 아니라, 어른이지만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이고 싶음이리라. 나이를 먹어갈수록 알면서도 모르는척 해야 하는 어른으로서의 삶이 곤하다. 때문에 다시 아이가 되고 싶는 것은 비단 나뿐만은 아니지 싶다. 때때로 이리저리 재지 않고 계산적이지 않은 채, 그저 내키는데로 행동하고 싶어지는걸 어쩌랴... 소신껏 마음가는데로 말하고 행동할 수 있는 어린왕자가 부럽다.

어린왕자가 화산 세개와 장미를 남겨두고 떠난 여행에서 만난 이들은 자신을 버리고 세상에 맞춰 살아가고 있는 작금의 어른들이 아닐까 싶다. 모든 사람을 내리고 통치하고 싶어하는 임금님이나, 모든 사람에게 숭배받고 싶은 허영꾼을 비롯해 무엇에 필요한지도 모른채 별을 세고 있는 장사꾼 그리고 무의미하게 가로등의 점등을 반복하고 있는 점등원까지 어린왕자가 만난 이들은 모두가 자신이 살아가는 이유를 알지 못한다. 단지 반복되는 삶에 '성실'이라는 보기 좋은 허울을 입힌 채 꾸역꾸역 살아간다. 마치 나의 모습을 거울에 비추고 있는 듯, 그들의 삶이 안타까울 뿐이다.

수만송이의 장미가 아니라, 나에게 길들여진 의미 있는 한송이 장미와 네시에 나를 만나기 위해 세시부터 설레이고 있을 나만의 여우를 만나고 싶다. 하지만, 어른이 되고 난 후 나는 수만송이중에 섞여 있는 의미없는 한송이가 되어 설레이는 마음으로 나를 기다리는 여우를 잊은채 살아가고 있다... 다시 만난 어린왕자는 더 늦기전 다시 어린왕자가 되고 싶은 나의 마음을 부추긴다.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을 알아 볼 수 있는 순수한 마음을 품고 싶은 동화를 꿈꾸게 한다.

어린왕자는 언제 읽어도 좋다. 매번 읽을 때마다 달라지는 분위기도, 화산 세개와 새침한 장미가 있는 어린왕자의 B-612호 별로 데려다 줄 것 같은 일러스트도 너무나 사랑스럽다. 속물같은 어른이면서 여전히 순수한 어린이고 싶은 나 같은 2% 부족한 어른이에게 선물같은 책이다.

생택쥐페리 탄생 120주년 기념으로 열림원에게 출판된, 번역가 김석희님의 - 손주들에게 읽히고 싶은 마음에 - 어른도 아이도 읽기 쉬운 경어체 번역과 중국의 차세대 일러스트레이터이자 글로벌 아티스트인 오아물 루의 따뜻한 일러가 행복한 시간을 만들어 주는 새로운 감성의 어린왕자였다.

"내가 보기에 너는 아직 수 천수만 명의 다른 아이들과 다를 게 없는 또 하나의 소년일 뿐이야. 그러니까 난 네가 없어도 돼. 너 역시 내가 없어도 되겠지. 네가 보기엔 나 역시 수천수만 마리의 다른 여우들과 똑같을 테니까. 하지만 네가 나를 길들인다면 우리는 서 로에게 필요한 존재가 될 거야. 너는 나에게 이 세상에 하나 뿐인 사람이 될 테고, 나는 너에게 이 세상에 하나뿐인 여우 가 되겠지." (p.106)

"같은 시간에 왔으면 더 좋았을걸. 가령 네가 오후 네 시 에 온다면, 나는 세 시부터 행복해지기 시작할 거야. 시간이 다가올수록 점점 더 행복해지겠지. 드디어 네 시가 되면 나 는 마음이 설레서 안절부절못하게 될 거야. 행복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를 비로소 깨닫게 되겠지. 하지만 네가 아무 때나 온다면, 나는 언제 마음의 준비를 하면 좋을지 전혀 모 를 거야. 그래서 습관이 중요해." (p.109)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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