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순간에
수잰 레드펀 지음, 김마림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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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넌 나보다 나을 게 없어. 그날 우리는 각자 선택이란 걸 했고, 제일 먼저 한 건 너였어.」 엄마는 기억이 떠오르자 한 발자국 뒤로 비틀거리며 물러선다. 그랬다. 엄마는 모를 선택했다. 그런 사실을 새삼 깨달은 엄마의 얼굴이 일그러진다. 그러고는, 단 한 마디 말도 없이 돌아서서 집으로 향한다." (p.327)​


순간의 선택으로 얻어진 결과와 그에 따른 대가를 치르는 행태를 그들의 일원이었던 망자를 통해 관찰한다. 완벽하게 객관적이라 할 수는 없지만, 그 순간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다는 변명을 배제한 채 관찰자의 입장에서 - 관찰자의 주관이 담긴 - 서술된다.


긴박한 조난 상황과 각자의 이기적인 선택으로 이어지는 결과에 집중하는 것만으로 500여 페이지 달하는 책장이 순간 넘어간다. 병적으로 딸의 안전에 집착하는 엄마와 무심한 듯하지만 딸의 모든 것을 기억하고 있는 엄마 그리고 자신의 딸밖에 보이지 않는 엄마,,, 세 사람의 다른 모습은 선택의 순간에 있는 엄마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만약 나라면,,, 다른 아이의 안전을 위해 사고로 죽은 내 아이의 옷을 벗길 수 있을까,,, 인간적인 연민이 느껴진다.


핀의 엄마 앤과 아빠 잭은 이미 오래전부터 서로를 사랑하지 않는다. 숨죽여가며 사랑을 나누던 행복했던 시절은 이미 오래전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캐런과 절친 앤은 캐런의 남편 밥과의 은밀한 밀회를 이어가기까지 한다. 각자의 생각을 합리화하며, 서로 다른 곳을 보고 있다.


핀의 가족과 가족 보다 더 끈끈한 나탈리의 가족 그리고 핀의 절친 모와 클로이의 남자친구 밴스가 함께 연례 행사처럼 치러지는 누군가에게는 다소 지루한 겨울 스키여행에 나선다. 그들의 앞에 어떤 위기가 닥칠지도 모르는 채 말이다. 그리고 이어진 비극적인 사건. 눈이 쏟아지는 저녁, 한순간의 사고로 잭의 막내딸 핀이 그 자리에서 즉사하고, 핀의 시선으로 그들의 선택을 관찰하기 시작한다.


한때는 그들의 일원이었던 핀의 죽음조차 슬퍼할 수 없는 암울한 현실, 핀의 엄마 앤은 남은 아이를 살리기 위해 죽은 내 아이의 옷을 벗겨야 했고, 감정을 숨긴 채 내 아이의 옷을 입힐 사람을 선택해야 했다. 그들 앞에 주어진 한 켤레의 어그 부츠와 장갑은 감춰진 민낯을 드러내기에 충분한 계기가 되었고, 관계의 균열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스스로가 살기 위해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없는 아이를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곳으로 내몬다. 위기의 순간 생명과 같은 한 켤레의 장갑조차 빼앗아 버린 채 말이다. 아이는 찬바람 속에서 서서히 생을 마감하고, 아이를 벼랑 끝으로 내던지는 선택을 했던 밥은 자신의 기억을 왜곡한 채 스스로의 선택을 정당화시킨다.


어떤 이는 자신의 가족을 지키기 위해 타인의 가족을 죽음으로 내몰았지만, 모두를 살리기 위해 혹한과 맞선 이도 있었다. 극한의 순간 어긋난 선택의 기로에 놓이기도 하지만 결국 남은 사람들을 살리기에 이른다. 위기 상황은 갈무리되었지만, 살아남은 이들에게는 잊지 못할 상처를 남긴다.


만약 나라면,,, 선택의 순간 모든 경우의 수를 고려한 선택을 할 수 있을까. 오로지 선의만을 생각하고 우리 아이를 위한 선택이 아니라 모두를 위한 선택을 할 수 있을까... 나 역시 밥과 같은 선택을 하지 않을까... 그 순간 우리 아이가, 나의 가족만이 내 선택의 기준이 되지 않을까... 생사의 갈림길에서 이기적이지 않은 선택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핀의 시선으로 어른들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지만, 나 또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생각을 하게된다.


"「사람들이 그 일을 다르게 기억하면서,」
번스가 계속 이 어 말한다.
「모두 자기만의 방식으로 충격을 감당하는 거지. 그래서 때로는 힘든 마음을 감당하기 위해 다르게 기억하 해. 사람들이 사실과 다르게 말한다해도 그걸 거짓말이라고 보기 어려워.」" (p 348)​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후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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