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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고 싶지만 불안합니다 - 얼떨결에 어른이 되어버린, 당신에게 보내는 마음 처방전
주서윤 지음, 나산 그림 / 모모북스 / 2020년 11월
평점 :
어른이 되면 뭐든지 다 할 수 있다고 믿었던 때가 있었는데, 막상 어른이 되고 보니 할 수 있는 일이 아이였을 때보다 더 적어졌다. 아이였을 때는 아니 철이 없을 때는 앞뒤 안 보고 하고 싶으면 무작정 달려들고, 하기 싫으면 나 몰라라 할 수 있었지만 어른이 되고 나니 하고 싶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아 포기해야 하는 경우도 부지기수일 뿐만 아니라, 정말 하기 싫지만 울며 겨자 먹기로 해야 하는 일 또한 빈번하게 생긴다. 먹고사는 게 뭔지...
저자는 자신의 희망사항이 아니었음에도 불구, 부모님의 권유로 유아교육과를 졸업하고 유치원 교사가 되었다고 한다. 나 또한 아이들에게 똑같은 강요를 했다. 스스로 하고 싶은 일보다는 졸업 후에 손쉽게 직장을 구할 수 있는 전공으로, 같은 전공이라면 가고 싶은 학교보다는 집에서 가까운 학교로,,, 엄마 마음대로 선택의 폭을 제한하고 그 안에서 선택할 것을 강요했다. 나 자신이 부모님으로부터 강요받을 때는 부모님의 강요에 의한 폭력이라고 서운해했으면서도 내가 부모가 되고 나서는 그 시절 서운했던 감정은 홀라당 잊어버린 채 아이에게 내가 정한 선택을 강요하고 말았다. 하지만, 나에게 다시 아이의 선택을 도와줄 수 있는 시간이 반복될지라도 안타깝지만 아이의 선택을 무작정 찬성할 수는 없는 것이 현실이 아닐까 싶다.
원하는 대학만 가면 공부하고 담쌓은 캠퍼스 라이프를 만끽할 줄 알았고, 취업만 하면 아무것도 걱정 없이 내가 번 돈을 물 쓰듯 쓰면서 살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현실은, 대학을 붙고 나니 취업 걱정을 해야 하고 – 대학을 가기 위한 공부의 압박은 비교 불가의 압박이다 – 취업을 하고 나니 내가 이 일을 끝까지 할 수 있을지 걱정되기 시작했다. 그렇다. 영혼이 해 맑았던 꼬꼬마 어린 시절 이후 불안하지 않았던 시간은 없었다. 어차피 한 세상 쿨하게 맘 편하게 살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매 순간 불안에 떨어왔다. 그리고 나의 불안을 아이들에게 그대로 안겨주는 부족한 부모가 되었다.
매 장마다 포함되어 있는 일러스트가 내내 눈에 밟힌다. 흐트러진 모습 사이사이 몽글몽글한 강아지가 편안함을 더해준다. 불안하지만 그래도 괜찮다고 다독인다. 아이에게 앞으로의 삶을 강요하는 엄마지만 나를 생각한다면 더없이 부러운 모습이다. 가끔은 전부다 내려놓고 – 두렵지만 -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넘치면 넘치는 대로 있는 그대로의 삶을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다.
책장 곳곳에 불안함을 잠재우는 듯한 짧은 글귀들이 이런 나에게 ‘괜찮다’고 말해주는 듯하다. 아직은 늦지 않았으니, 불안해하지 말고 당당하게 맞서라고 격려한다. 위로의 책 한 권으로 나의 생활태도가 완전히 바뀔 수는 없겠지만, 조금은 가벼운 마음으로 내일을 맞고 싶어지게 하는 책 읽기였다.
"용기를 갖자. 나쁜 일들은 금방 잊어버리는 용기. 한 번도 실패하지 않은 것처럼 계속해서 도전하는 용기. 울다가도 사소한 것에 금방 눈길을 돌려 행복해질 수 있는 용기. 상처를 입어도 금방 회복할 수 있는 용기" (p.112)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후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