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열
아키요시 리카코 지음, 김현화 옮김 / 마시멜로 / 2020년 11월
평점 :
절판


히데오가 욕조에 들어가 있을 때
드라이기를 물에 빠뜨 릴까.
음식에 독을 탈까.
자고 있는 동안에 칼로 찔러 죽일까.
뭐든 간단했다.
하지만 그러하기에.
그러하기에 죽이는 건 마지막 수단으로
삼기로 했다.
다다토키의 한을 풀어줄 수 있는 방법이 살인밖에 없을 때 말이다.
증오하는 상대를 곁에 두고
충동을 억누르며 사랑하는 척해야 하는 건 지옥이나 다름없다.

(p.149)

베일에 쌓인 여인과 붉은 빛의 표지가 제목과 함께 이글이글 뜨겁게 타오르는 열감을 느끼게 한다. 어느날 갑자기 남편이 의문의 살해를 당했다. 그리고, 범인이라 여겨지는 남자는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을 증거삼아 무죄로 풀려난다. 이 세상에 가족이라고는 남편 다다토키 밖에 없었던 혈혈단신 사키코 가와사키는 세상을 살아가야하는 이유를 잃어 버렸다. 모든 것을 버리고 남편 곁으로 가고 싶다. 스스로 세상을 저버릴 용기가 나지 않아 망설이고 있던 그녀는 세상을 버리고 싶지만, 혼자가 두려운 사토 에리와 운명처럼 만나게 된다.


죽음의 문턱에서 정신응 차린 사키코는 의문의 죽음으로 자신의 곁을 떠난 남편의 복수를 위해 그녀처럼 혈혈단신으로 홀연히 세상을 떠난 저승길의 길동무 에리로 신분을 세탁하고 끔찍하기 이를데 없는 살인자 구보카와치 히데오의 아내가 된다. 평범하고 행복한 결혼생활을 연기하며, 히데오가 다다토키를 살해한 증거를 찾기 위해 노력하지만, 소름끼치는 증오와 함께 시작한 히데오와의 결혼 생활에서 행복을 느끼기 시작한다. 이대로 전남편 다다토키를 잊고 히데오와 행복하게 일생을 살고 싶어진다.


소설의 배경이 되고 있는 계절, 찌는 듯한 여름의 이글거림과 사키코의 갈등이 안타깝게 교차 된다. 파렴치한 살인마라 여겼던 복수의 대상 히데오는 더 없이 성실한 남편으로, 의사로서의 삶을 보여주고 반면, 히데오의 다정함에 물들어 다다토키의 흔적은 점점 희미해져간다.


사키코의 혼란이 정점에 닿을 때쯤 그녀를 시험에 들게하는 새로운 증거가 나타나고, 과연 그녀는 복수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인가! 불우한 어린 시절을 지나 서로에게 전부가 되어줄 다다토키를 만나 찬라의 행복을 누리고, 다시 혼자가 되어 복수를 계획하지만 가족의 따뜻함에 스며드는 사키코의 심리변화가 안타까울 정도로 섬세하다.


함께 자살을 시도 했지만 사연을 지닌 사키코가 홀로 살아남게 되는 다소 진부한 클리셰로 시작하지만, 결정적인 순간 등장하는 예상치 못한 반전들로 인해 시작부터 끝까지 엄청난 몰입감을 몰고 온다. 막장 드라마를 보고 있는 듯하지만 도저히 멈출 수 없다. 제목처럼 찰지게 이글거리는 미스터리 소설이었다. 덕분에 잘 모르는 작가지만 충격적인 반전의 작가로 평가되는 아카요시 리카코의 전작을 찾아 보고 싶어진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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