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낙 형사 카낙 시리즈 1
모 말로 지음, 이수진 옮김 / 도도(도서출판)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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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장히 긴 호흡으로 읽게 되는 책이었다. 가벼운 범죄소설이라 생각하고 읽기 시작했지만 민족주의와 환경문제까지 깊이 있는 주제들이 얽혀들어 있는 탓에 생각보다 묵직한 느낌으로 읽어가게 된다. 600여 페이지에 달하는 길이감도 한몫하긴 하지만, 읽기 시작하면 쉽사리 손을 놓을 수 없는 흡인력이 있다. 자주 다뤄지지 않는 그린란드와 이누이트라는 독특한 소재 또한 호기심을 자극한다.


천연자원과 두꺼운 얼음으로 가득 찬 그곳과 어울리지 않은 잔인한 연쇄살인이 일어날고, 덴마크의 강력계 형사 카낙 아드리엔슨은 그린란드의 연쇄살인을 해결하기 위해 파견된다. 그린란드의 지명을 이름으로 갖고 있는 그 또한 잔인한 살인사건으로 부모를 잃고 어릴 적 아드리엔슨가로 입양된 이누이트다. 그린란드를 떠나 다시 그곳으로 돌아온, 어쩌면 최초의 이누이트가 되어 그곳에 발을 딛는다. 그들과 같은 이누이트가 될 수도 완벽한 이방인이 될 수도 없다. 형사 카낙의 상황 때문인지 초반에는 사건보다는 그에게 느껴지는 인간적 연민에 집중하게 된다.


잔인하게 인간을 해하는 살인귀로 등장하는 북극곰 - 북극곰을 가장한 인간 - 그들은 욕심으로 가득찬 인간들에게 핏빛 살인으로 경고하고 있다. 하지만, 그들의 핏빛 경고는 살기 위한 몸부림일 뿐이다. 인간의 끝이 없는 욕심으로 인해 천혜의 섬, 그린란드는 소리 없이 사라져 가고 있다. 녹아내리는 빙하와 줄어드는 먹이로 그곳의 주인이었던 북극곰의 설자리는 점점 좁아지기만 하고,,, 공생하기 위해 아낌없이 내 주었던 자연은 상처만 남긴 채 돌아오고 있다.


그린란드의 이누이트 미나와 덴마크의 카낙 아드리엔슨 사이에서 시종일관 혼란스러워하는 카낙을 볼 수 있다. 어느 곳에서도 그들이 될 수 없는 이방인으로의 삶을 살고 있는 듯하다. 그린란드와 자신들의 삶을 영역을 지키기 위한 그들의 삶을 이해하고 싶지만 그들의 손에 부모와 가족을 잃을 그는 그들을 용서하고 싶지 않다. 혹한의 그린란드에서 모자 쓰기를 한사코 거부하던 그가 그린란드의 전형적인 형사 아푸티쿠의 모자를 받아들이는 순간이 아마도 미나의 영혼을 받아들이는 순간이 아니었을까 싶다.

"오낭주악이 새로운 배를 찾은 거지. 아홉 달이 지나고, 그는 다시 인간으로 태어났 다네. 오낭주악은 자신을 거두어준 마음씨 좋은 어머니 덕에, 살아 있는 건강한 인간 아기로 환생하게 된 거지. 받아들였다는 건, 두 번째 어머니가 될 자격이 충분하단 거야. 누구라도 말이지." (p.514)​


가족을 잃고 새로운 가족으로 스며들기 까지의 카낙의 심리를 쫓게된다. 범죄소설임에도 불구하고 개인적인 성향 탓인지 카낙의 인간적인 갈등과 갈등을 풀어나가는 과정에 좀 더 집중하게 되는 소설이었다. 600여 페이지에 달하는 분량에 걸맞게 다양한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생각보다 입체적인 주요 인물들이 등장해서 읽는 재미를 배가 시켜준다. 형사 카낙과 그린란드의 매력이 담긴 다음소설 디스코와 누크가 기대되는 책읽기 였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후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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