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다섯 마리 개
앙드레 알렉시스 지음, 김경연 옮김 / 삐삐북스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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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에서의 마지막 순간, 프린스는 사랑했고, 그 답례로 사랑을 받았다는 것을 알았다." (p.276)​


신들의 장난같은 내기로 부터 시작된 열다섯 마리 개들의 새로운 삶. 헤르메스와 아폴론은 인간의 지능을 가진 개들의 삶에 대한 궁금증과 서로 다른 의견을 확인하기 위해 동물병원에 갇혀 있던 각기 다른 열다섯 마리의 개에게 인간의 지능을 선물한다. 각기 다른 상황속에서 죽음을 기다리던 그들은 갑자기 변화된 자신들의 삶에 혼란스러워 하면서, 각자가 원하는 방식의 삶을 택하게 된다. 


주인 없는 보호받지 못하는 삶에 대한 두려움을 이기지 못하고 갇혀진 삶을 살고 있는 그곳에 남아 죽음을 기다리거나, 새로 생긴 인간의 지능을 이용해 그곳을 탈출해 새로운 삶을 시작하거나... 열다섯 마리의 개들은 개 다운 삶과 인간이 되어가는 삶의 선택을 강요받게 된다.


인간의 지능과 언어를 부여받기 전의 모습을 택한 애티커스 무리들 조차 어딘듯 모르게 인간들의 삶을 닮아 있다. 본능을 핑계삼아 무리내 서열을 정리하기 위한 잔인한 폭력을 행사한다. 조금이라도 무리의 뜻을 거스르거나, 해가 된다는 판단이 생기면 가차없이 목덜미를 물어 뜯어 버린다. 각자만의 생각과 행동은 조금도 허용하지 않는다. 단지, 올라타는 개와 올라타는 개를 받아들여야 하는 개의 서열만이 존재할 뿐이다. 강자에게 복종하고 짓밟힐 약자만이 필요하다.


반려견들과 인간과의 교감을 상상하며, 책을 선택한 나는 인간의 지능과 언어를 부여 받았음에도 평화로운 소통이 아닌 폭력적인 살육의 소통으로 일관하는 그들의 모습이 당혹스럽기만 하다. 그럼에도 아닌 척하면서도 대부분의 관계에서 수평적인 관계 보다는 수직적인 관계와 서열정리를 즐기는 인간들의 모습을 엿보게 된다.

"그들은 짖었지만, 혼란스러웠다. 그들은 옛날 언어라고 기억하는 것을 흉내 내도록 강요받았다. 사실상 개 흉내를 내는 개였다." (p.96)

"그들은 진짜 개였다. 개의 천성에 떳떳했고 충실했다. 옳은 길을 따르고, 자신의 위치를 아는 것은 각자의 몫이었다." (p.116)​


지능과 언어를 부여받기 전의 개로서의 삶을 강요받는 것에 대한 반감과 애티커스 무리의 생존방법이 탐탁하지 않아 무리에서 이탈한 검은 푸들 매즈논은 그를 받아들인 니라와 미구엘의 삶의 한부분이 되고, 급기야 셋의 운명의 실은 서로 얽혀 구분되지 않는다. 오랜시간 각자의 방식으로 서로를 이해하게 되고, 서로를 존중하게 된다. 이를 사랑이라 부를 수 없을지도 모르지만 그들은 서로가 서로에게 스며들 듯 한몸이 되어간다. 


집단서열의 맨 마지막에서 힘쎈 개들의 폭력에 시달리던 비글 벤지는 사악한 인간의 모습을 닮아 있다. 강자에게는 한없이 비굴하지만, 약자에게는 잔인하리만치 폭력적이다. 또한, 자신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무리를 몰살시키는 일조차 서슴없이 행한다. 비굴하고 천박한 악당이라고 밖에 여겨지지 않는다. 결국에는 벌을 받듯 자신이 무리를 몰살시킨 방법과 같은 방법으로 생명을 잃는다.


지능과 언어를 받았지만 개들의 삶은 행복하게 이어지지 않는다. 지식과 언어가 선물이 아니라 그들에게는 재앙일지도 모르겠다. 헤르매스와 아폴론의 내기가 인간의 지능과 언어로 말미암아 개들이 더 불행할 것을 예견했던 아폴론의 승리로 끝나는 듯 했으나, 진정으로 자신을 사랑했던 사람을 떠올리며 행복한 죽음을 맞이하는 프린스의 행복한 죽음으로 말미암아 반전을 맞는다.


인간의 다양한 개성을 나타내 듯 열다섯 마리의 개들은 크고 작고, 영리하거나 폭력적이거나, 순종이거나 믹스견이거나, 검거나 누렇거나 각자의 모습의 삶을 산다. 편견을 깨기라도 하듯 믹스견 프린스가 유일하게 행복한 죽음을 맞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아마도, 겉모습에 치중하는 인간들에게 행복의 조건이 겉모습이 아니라는 일침을 가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다소 생소한 소재인 탓에 몰입하기에는 살짝 어려움이 있었지만, 인간의 행태에 대한 비판적인 생각을 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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