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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없는 게 아니라 낭만적인 거예요 - 한번 사는 인생, 하고 싶은 거 하고 살아야지
응켱 지음 / 필름(Feelm) / 2020년 9월
평점 :
"결국 내 세계를 작게 만드는 건 언제나 바로 나 자신이었음을" (p.190)
평화로운 얼굴로 둠칫두둠칫 자유로운 몸짓으로 춤을 추고 있는 분홍빛 표지가 나를 맞아준다. 퇴사 후 낭만적으로 살고 있는 퇴사러의 이야기를 고된 직장생활을 포기하지 못하는 월급노예로서 대리만족이라도 느끼고 싶은 마음에 선택한 책이다. 사표를 가슴에 픔고 직장을 다니는 사람이나, 이미 사표를 내던진 사람이든간에 '퇴사'의 유혹에서 벗어나기란 쉽지 않다. 나 역시 퇴사라는 유혹에서 자유롭지 못한 1인으로서 용기있게 퇴사를 결정하고, 도시의 화려한 삶을 뒤로한채 다시 엄마, 아빠에게로 고향집으로 돌아간 응켱 작가님의 용기가 부러울 따름이다.
서른두살, 어리다고 하기에는 너무 늦은 나이고, 어른이라고 하기에는 아직 이른 나이다. 열심히 달려온 인생에서 잠시 쉼표를 찍을 수 있는 용기를 낼 수 있는 적당한 나이가 아닐까 싶다. 아직은 무엇이든 새로 시작할 수 있는 나이가 부럽다.
나 답게 사는 일에 항상 소홀하게 된다. 보편적인 기준에 맞춰서 살아가는 것에 집착한 나머지 가장 중요한 '나'는 어느새 내 인생의 중심에서 멀어져만 간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엄마가 되고 난 후에는 내 인생을 넘어 아이의 인생까지 보편적인 틀에 넣어버리는 만행을 서슴없이 저지르기도 한다.
만약, 내 아이가 갑자기 잘 다니던 직장을 때려치우고 하고 싶은 일을 그것도 미래가 불투명한 일을 하겠다고 나에게 다시 돌아온다면... 나는 아이를 따뜻하게 품어줄 수 있을까. 평안감사도 저 하기 싫으면 그만이라는 말이 있듯이 내가 아이를 말릴 수는 없겠지만, 흔쾌히 아이를 받아들이지 못할 것 같다는 것이 지금의 내 마음이다. 작은 것에 만족하고, 작은 성공을 쌓아가며 사는 삶이 부럽기는 하지만 내 삶으로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는 않다. 여전히, 어쩌면 영원히 나는 속물을 벗어나기 어려울 것 같다.
차근차근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것에 만족하면서 별거 없는 인생이지만, 별거 있는 척하는 삶에 익숙해져버린 월급노예가 월급노예의 사슬을 끊어내지 못함을 아쉬워하며, 철없는 게 아닌 낭만적인 삶을 살아가는 그녀의 이른 인생2막을 동경하며 부러운 책읽기를 끝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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