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의 수법 - 살인곰 서점의 사건파일 하무라 아키라 시리즈
와카타케 나나미 지음, 문승준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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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염귀염한 소녀와 순둥순둥할 것 같은 백곰이 플랫폼에 등을 지고 앉아 나른한 오후를 보내고 있다. 딱히 바쁘지도 않은 듯 한껏 여유로움이 묻어나는 모습이다. 표지만 보지만 미스터리 소설이라기 보다는 예쁜 동화책에 가깝다. 아마도 게다를 발가락에 겨우 걸친 커다란 백곰이 주는 느낌 때문이 아닐까 싶다.


지난번 녹슨도르래에 이어 두번째로 읽게 된 와카타케 나나미의 살인곰 서점 시리즈는 미스터리라고 하기엔 긴장감이 다소 부족하긴 하지만, 한번 손에 잡으면 놓을 수가 없는 묘한 매력이 있는 글이다.


살인곰 서점의 종업원이자 백곰 탐정사의 하나밖에 없는 탐정 아키라는 전편 녹슨도르래에 이어 이별의 수법에서도 여전히 고전을 면치 못한다. 여기저기 깨지고 다치거나, 맡고 싶지 않은 수사의뢰를 거절하지 못해 받아오기 일쑤다. 하지만, 탐정일을 좋아하는 그녀는 그녀에게 주어진 사건에 항상 충실한 탐정이다.


헌책을 수집하러 방문한 집에서 우연히 숨겨진 백골과 조우하게 되고, 집주인의 숨겨진 비밀까지 간파하게 된다. 물론 그렇게 되기까지 핸드폰은 만신창이가 되고, 백골과 조우한 온몸은 성한 곳이 없어 병원신세를 져야하지만 말이다.


이별의 수법의 사건은 이곳 병원에서 시작된다. 백골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찾아온 경찰들과의 대화를 엿듣게 된 초로의 여배우. 그녀는 화려한 젊은 날을 뒤로 한채 죽음을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그녀에게는 단 한가지 소원이 있었으니 20여년전 가출한 딸을 죽기 전에 다시 한전 보고 싶은 것이다. 풍족한 돈과 함께 잠깐의 가출로 생각하고 있었지만, 오랜시간이 지난 후에도 가출한 딸은 돌아오지 않고 대형 탐정사 등을 통해 딸을 찾으려고 노력했지만 그녀에게 남은 것은 아이를 혼자 낳아 키우고 있는 평범하지 않은 여배우의 삶을 조롱하는 스캔들 뿐이다.


쉽지 않은 사건임을 예상한 아키라는 왕년의 여배우 후부키의 부탁을 거절하고 싶지만, 그녀의 간곡한 부탁과 어쩌면 아키라의 거절로 병세가 악회될지도 모른다는 귀여운 협박에 넘어가 이번에도 어김없이 사건을 맡게된다. 후부키의 사라진 딸 사야를 쫓으면 쫓을수록 알 수 없는 미궁으로 빠져들고, 아키라는 긴 세월동안 감춰진 진실과 마주하게 된다... 백곰탐정사의 여탐정 아키라는 이번 사건도 무사히 해결할 수 있을 것인가? 관계가 없을 것 같은 곳곳의 사건들이 연결되어 사건의 실마리를 제공한다.


일본과 우리나라의 출간 순서가 다르다더니 말미에 처음인것 처럼 살인곰 서점과 백곰 탐정사의 탄생스토리가 등장한다. 불법으로 탐정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던 아키라가 사실은 백곰 탐정사에 정식으로 등록된 탐정이라는 사실과 함께 말이다.


녹슨도르래를 워낙 재미있게 읽었던 탓에 이별의 수법 또한 높은 기대감으로 읽기 시작했다. 사건이 하나하나 풀릴 때마다 헉! 하고 놀라기는 했지만, 역시나 살인곰 서점의 아키라만의 현실탐정 매력이 듬뿍 묻어나는 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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