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는 내게 행복하라고 말했다
에두아르도 하우레기 지음, 심연희 옮김 / 다산책방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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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온기를 네게 줄게. 내 사랑을 네게 줄께." (p.161)

어느날 내게 말하는 고양이가 생긴다면, 심지어 그 고양이가 무심한 듯 나를 위로하고 있다면... 힘들고 치쳤을때 나를 무조건 위로하고 지지하는 따뜻한 생명체의 존재만으로도 행복해질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다.

현대를 살아가는 대부분의 사람이 그러하듯 항상 시간에 쫓기고 일에 쫓기는 피곤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사라에게 나타난 말한는 고양이 시빌. 마흔을 앞두고 런던의 치열한 삶에 몸을 내맡기고 있는 사라는 가슴이 뛰지 않는 일에 점점 더 흥미를 잃어 가고 있는데다가 급기야 10년이 넘게 함께 살았던 남자친구는 소원해지는 것을 넘어 그녀를 속이기까지 한다. 불행이 파도가 되어 밀려오듯 아빠의 서점은 폐점직전이고 엄마와의 추억이 가득 남아있는 집을 팔아야할 정도로 사정이 나빠졌다.

세상을 살아가야 할 이유를 잃어버린 그녀앞에 금빛 고양이 한마리가 나타나 창문을 두드리며 말을 건넨다. 그리고 사라에게 자신이 기꺼이 그녀를 입양해 주겠다고 전하며 우을해하고 있는 사라에게 온기를 나눠준다. 말하는 고양이의 존재에 혼란스러워 하는 사라에게 끊임없이 자신의 이야기와 함께 천천히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치유법을 전한다.
"나 좀 들여보내줄래?" (p.11)

사라는 말하는 고양이 시빌과 함께 천천히 걸으며 주변을 느끼고, 하루쯤은 몸을 위해 기꺼이 음식을 멀리하기도 하고, 과일이 주는 행복한 맛에 심취해 보기도 한다. 항상 그곳에서 나를 기다려주는 가족과 친구들을 다시 만나고 기쁘게 에너지를 쏟아 넣을 수 있는 일을 찾아나선다. 시빌은 따뜻한 온기를 나눠주는 대신 친구도 미각도 여유도 잃어버린 채, 치열한 삶에 파묻혀 불행 속에 잠식되어가는 사라의 일상을 뒤돌아 보게 한다.
"인간의 삶은 복잡하지. 정확히 말하자면 인간이 삶을 복잡하게 만든다고 해야겠지." (p.53)

소설이라기 보다는 따뜻한 심리치유 에세이를 읽은 듯하다. 시빌의 온기와 꾹꾹이로 사라는 다시 세상과 맞설 용기를 얻게되고, 설레이는 일과 사랑을 찾아 나선다. 우리집에도 시빌 못지 않게 따뜻한 강쥐가 함께 살고 있다. 가끔 여기저기 실례를 하고, 아무거나 물어뜯어서 나를 화나게 하지만 퇴근하는 나를 꼬리가 떨어져라 흔들며 반갑게 맞아주고, 행여나 우울하게 쳐져 있으면 어느틈엔가 나의 다리에 올라 앉아 물끄러미 바라봐 주고 있다. 내 등을 내어줄테니 쓰담쓰담하면서 걱정을 잊으라는 듯 말이다. 사라의 금빛 고양이 시빌의 말처럼 어쩌면 내가 우리집 강쥐에게 입양된 건지도 모르겠다.

책읽는 시간이 몽글몽글한 커다란 고양이에게 폭 안겼던것 같은 편안한 선물같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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