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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라피스트
헬레네 플루드 지음, 강선재 옮김 / 푸른숲 / 2020년 7월
평점 :
"기억은 변한다. 나도 내 기억을 믿을 수 없다."
테라피스트는 심리학자가 쓴 심리 스릴러다. 주인공 사라 또한 심리치료사로 등장한다. 심리학자가 심리치료사가 되어 서술하는 글은 심리치료사가 겪는 인간적 고뇌에서부터 출발한다. 있는 그대로를 들여다보기 전에 길들여진 직업적 습관으로 인해 상대방의 모든 행동 하나하나를 분석한다. 사건의 중심에 자신이 놓이기 전까지는 말이다.
사건이 일어나는 그날 또한 사라와 시구르의 아침은 평범했다. 시구르의 할아버지 토르프 옹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물려받게 된 집 - 심장마비로 사망 후 사라와 시구르가 발견하기 전까지 3주나 토르프 옹의 시신이 머물렀던 그리고 여전히 수리를 끝내지 못한 - 에서 그들은 여느 때와 같은 하루를 시작하고, 사라는 약속된 상담만 마치면 자유로워질 주말을 힘겹게 기다리고 있다.
친구들과 별장에서 주말을 지내기로 했던 시구르는 사라가 찾기도 전 친절하게도 자신의 도착을 알려왔다. 그러나, 함께 별장에 있어야 할 얀 에리크로부터 아직 시구르가 도착하지 않았다는 전화가 걸려오고, 진실을 알 수 없는 사라는 혼란에 빠져든다. 시구르와 얀, 둘 중 한 사람은 그녀에게 거짓을 말하고 있다. 과연, 거짓을 말하고 있는 이는 누구인가... 결혼한 남자들이 아내에게 하는 흔한 거짓말인가...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분석하고 편안한 마음을 갖도록 돕는 그녀지만, 본인의 마음이 어지러워지는 일에는 속수무책으로 무너지고 있다.
"아니, 더 중요한 질문. 내가 미쳐가고 있는 걸까?" (p.100)
그리고, 전해진 시구르의 사망 소식. 시구르의 거짓말의 혼란에서조차 헤어나지 못한 채, 그녀는 시구르의 죽음에 대한 추궁을 당하고 있다. 그녀만의 공간에서조차 대화의 우위를 선점할 수 없다. 그녀는 시구르가 없는 집에서 두려움을 느낀다. 직전의 기억조차 믿을 수 없다. 기억을 믿을 수 없는 두려움은 알 수 없는 공포가 되어 그녀를 무너뜨린다. 범인을 찾기는 여정을 사라의 불안정한 심리와 함께 이어간다. 사랑하는 가족들은 믿었던 사람의 배신으로 무녀져 내리를 그녀를 감싸고 있다. 알고 싶지 않은 진실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을지 모르지만, 그녀는 스스로를 지켜낼 것이다.
"지금부터는 사라 씨의 행복을 바라는 분들과 시간을 보내십시오. 가족과 함께 하세요. 사라 씨의 아버지, 언니요. 어니 분은 무슨 일이 있어도 사라 씨 편에 설 것 같습니다. 멋진 여성입니다. 제가 이렇게 말해도 될지 모르겠지만요. 그분들과 우선적으로 시간을 보내십시오." (p.430)
심리치료와 심리상담사 스스로의 심리상태가 쫀쫀하게 연결되어 있다. 덕분에 도입부는 그녀의 시선을 따라다니느라 살짝 지루한 감이 없지 않지만 치밀하게 짜여진 심리싸움이 벌어지는 한편의 영화를 본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