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쎄 Strong Words - 말대꾸 에세이
딥박 지음, 25일 그림 / 구층책방 / 2020년 7월
평점 :
절판


힘없이 기어들어가는 글쎄(So so)가 아니라 당당하고 힘있는 글쎄(Strong words)로 말하고 싶다. 스스로 막(?)대해도 된다고 여기는 일부 사람들을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을 대할때는 어지간한 강심장과 뻔뻔함을 갖지 않고서는 불편한 말에 마음껏 대꾸하지 못하게 된다. '그러게요...'라는 꼬리가 길게 늘어지는 동의도 부정도 아닌 대답과 함께 혼잣말을 궁시렁 거리거나 잠자리에 누워 다시 한번 억울해하며 이불킥을 날리곤 한다. "한마디 쏴줄걸!' 하면서 말이다.

 

글쎄(Strong words)는 말대꾸 에세이라는 생각하지도 못한 분류를 타이를로 하고 있다. 제목에 가로안에 담긴 영문을 함께 그리고 단순하게 읽어야 제목에서 주는 느낌을 오롯이 느낄 수 있다. 왠지 숨겨진 뜻이 있을 것 같아 단어장을 찾아보기도 했지만, 고민없이 날 것 그대로 ˹아들여야 이 책의 매력을 느낄 수 있다. 말에도 힘이 있다. 사회적 지위와 타인과의 관계안에서 따라 붙는 힘이다. 조절할 수 없는 절대값이라고나 할까. 행간의 절대값을 담고 있는 탓에 예의없고 빡치게 하는, 충고를 가장한, 위로를 가장한 말을 들어도 내 뜻과 상관없는 동의를 하게 된다. 순하디 순한 눈망울과 영혼없는 감사의 마음을 양념으로 하고 있는 동의를 하는 것이, 불편한 상황에서 훨씬 빠르게 탈출할 수 있는 방법임을 채득한 탓이다. 어이없는 현실이다. 술에 술탄듯 물에 물탄듯 그렇게 살아야 인생이 절 피곤하다. 하지만! 혼자가 된 후 복기라도 할 때는 끓어오르는 깊은 빡침을 가라앉히느라 애를 먹곤 한다. 네가지 없다는 말을 듣더라도 한마디 할껄하고 후허를 하게된다. 소심하기 짝이없는 스스로의 태도를 자아비판하면서 말이다.

 

여러가지 의미로 이번에 만난 책 글쎄(Strong words)는 나에게 진정한 힐링의 시간을 나눠준다. '쉽지만 우습지 않은 일상적이지만 가볍지 않은 차나지만 오래 기억에 남는 말끝을흐리지 않아도 여운이 남는 센 글들만 수집하고 가공하는 3년차 기술자'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저자 딥박. 다른 소개글을 다 뒤로하고라도 저자의 필명만으로도 통쾌해 진다.

 

가볍게 던지는 말대꾸 같은 짧은 글들이 결코 가볍지 않다. 먹고 사느라 소리없는 벽같이 되어가고 있는 내가 할 수 없는 사이다같은 말들을 대신 던져 주는 것 같다. 이 책을 다 읽고 나서도 편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말대꾸를 하면서 사는 일은 없겠지만, 뒤돌아 궁시렁 거릴 수 있는 말이, 이불킥을 하면서 내지릴 수 있는 말들이 버라이어티해지는 즐거움이 생겼다. 잠자는 시간이 훨씬 짧아도 새벽형 인간들에게 늘 충고를 받아야 하는 올빼미형 인간의 대표주자로서 직접 시원하게 일갈하지는 못해도 유쾌해지는 기분이드는 책이다.

 

오늘은 내가 해주는 밥과 빨래만 기다리는 우리집 세남자들 말고, 진심으로 나를 기다려줄 수 있는 치킨이라도 한조각 남겨놔야 겠다.

 

 

치킨의 활용

어젯밤 치킨을 남겨 놓은 이유는

오늘 퇴근할 때

집에서 날 반겨 주는 게

하나라도 있으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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