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랑한 중년, 웃긴데 왜 찡하지? - 흔들리고 아픈 중년을 위한 위로와 처방
문하연 지음 / 평단(평단문화사)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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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랑한 중년이라,,,, 중년이라고 명랑해지지 말라는 법은 없으나 중년이라는 말의 무게가 아무래도 명랑함과는 거리가 먼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예전과 달리 체력도, 사회활동도 많은 것이 달라진 요즘 중년이라고 무게를 잡고 있거나, 일탈에 가까운 즐거움을 포기하는 것 자체가 '뭐라니?'가 되어 버렸다. 지극히 개인적인 평가다. 나 또한 중년이라고 불리는 나이가 되었으나 여전히 떡볶이를 좋아하고 사골국은 어쩔 수 없을 때만 먹는(어릴 적에는 내 나이쯤 되면 사골국을 사랑하는 게 당연한 줄 알았다) 여전히 애기 입맛을 유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멋쩍어서 프사에 올리지는 못하지만 각종 어플을 활용한 셀카놀이도 서슴지 않는다. 심지어 얼마 전에는 나이를 이마에 딱 찍어주는 어플을 발견하고, 맘에 드는 나이가 나올 때까지 이리저리 방향을 바꿔가며 사진을 찍는 만행을 저지르기도 했다. '명랑한 중년, 웃긴데 왜 찡하지?', 이 책의 제목이 대놓고 놀지도 못하면서, 아쉬운 듯 살짝살짝 발을 담그고 있는 나의 행동을 그대로 대변하고 있는 것 같아 찡하게 웃픈 마음으로 책을 편다.

이 글은 평범한 주부이자 두 아이의 엄마로서의 삶을 살던 저자가 40대 후반에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글쓰기를 시작하고, 40대 후반 중년의 삶을 소소하게 그려내며 오마이뉴스의 300만 부와 뉴스게릴라상을 수상하는 등 독자들에게 공감을 이끌어 냈던 '명랑한 중년'중 일부를 엮은 글이다. 작은 에피소드마다 '어쩌면 나도?', '나도 저런 마음이었는데...' 하면서 폭풍 공감을 하게 된다.

기껏 자기들 키우느라고 나의 꽃다운 청춘을 다 바쳤건만, 우리 아들들 역시 스스로 어른이 된 줄 안다. 너무 어린아이들을 다른 사람 손에 맡기고 직장을 다니는 게 미안해서 불면 날아갈까 쥐면 터질까 키웠더니 혼자 큰 줄 안다. 나이 드는 것도 서러운데 배신감에 쩐다. 우리 아들이나 남의 아들이나 다 똑같다.

"'엄마는 나를 그렇게 힘들게 안 키웠잖아. 나는 내가 알아서 큰 거 같은데.' 주먹이... 울었다. 현관문을 여는데 아들의 보태기 한 판. '엄마 저녁은 뭐 먹어?'" (p.48)

한해 한해 나이 먹는 서러움이야 늘 같지만, 앞자리가 바뀌는 해에는 유독 우울해진다. 특히나 3이 4로 바뀔 때는 갑자기 폭삭 늙은 아줌마가 된 것 같아서 더 많이 슬펐던 것 같다. 이제는 어디 가서 절대로 젊다는 소리는 못 듣겠구나 하는 서러움이 들었었다. 나이가 뭐라고... 아무것도 아닌 나이에 일희일비하는 마음을 언제쯤 멈출 수 있을까. 앞선 선배들이 4까지는 우울해지지만 5나 6으로 바뀌는건 아무느낌도 없다라고 하던데, 나도 그럴 수 있을까 모르겠다. 지금같아서는 솔직히 앞자리가 5로 바뀌는 순간 땅으로 꺼져버리고 싶을 것만 같다.

"나이의 앞자리가 3으로 바뀔 때의 상실감과 4로 바뀔 때의 좌절감을 잊지 못한다. 이제 세상 다 산 늙은이가 된 것 같아서 누군가 나이를 물어보면 잘못한 것도 없는데 괜히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p.141)

'명랑한 중년, 웃긴데 왜 찡하지?'는 애들 말로 빼박 중년이라고 여겨지는 40대 후반의 저자가 겪은 '묵직한 삶의 2막'에 대해서 유쾌 발랄하게 써 내려간 글이다. 딸, 아내, 엄마, 며느리로의 삶에 매몰되어 있는 인생의 황금기를 지나 조금은 늦었지만 늘 가슴에 품고 있던 꿈을 찾아 멋지게 항해를 시작한 이야기를 말이다. 무서울 것도, 창피할 것도 없는 중년이지만 스스로를 위한 일에는 항상 서툴고 두려운 여느 중년의 모습과 다르지 않은 그녀의 이야기가 나의 이야기인 듯 다가온다. 대학생 아이들과 함께 백일장에 참여할 수 있는 그녀의 용기가 부럽고, 지루한 수험생활을 하는 아들에게 관대할 수 있는 엄마의 너그러움과 노년의 로맨스를 한껏 응원할 수 있는 며느리의 아량이 존경스럽다.

명랑하지만, 찡한 나의 중년을 응원하며... 아직도 찾아오지 않은 나의 화양연화를 기다리며... 오늘도 파이팅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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