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답게 살고 있냐고 마흔이 물었다 - 설레거나 시시하거나 이대로가 좋은 나이
김은잔 지음 / 포레스트북스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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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레거나 시시하거나 이대로가 좋은 나이"

마흔을 훌쩍 넘어 다음 숫자로 넘어가고 있는 중이지만, 인생을 살면서 마흔의 나이가 주는 무게는 남다르다. 천방지축같이 굴어도 용서가 되던 서른의 나이를 지나, 마흔이라는 나이는 스스로도 주변에서도 묵직한 무게를 요구하는 나이다. 나 또한 다르지 않다. 서른 살 즈음에는 동안임을 주장하며, 푸릇푸릇 한 이십대로 보이기를 기대했다. 하지만, 마흔이 되고 난 이후에는 동안이라는 주장이 주책처럼 느껴졌을 뿐만 아니라 - 동안이라고 주장한들 아무도 믿어주지도 않는다 - 왠지 늙어가는 느낌이 낯설지 않아졌다. 인생의 정점을 찍고 아래로 내려오는 느낌이랄까...

나이를 인정하기 전까지는 늙어가는 내 나이가 서글퍼지기도 하고, 생각대로 이뤄지지 않은 나의 인생에 화가 나기도 했다. 아마도 마흔이라는 나이는 어린 시절의 내가 상상하기조차 두려웠던 나이였기 때문이리라. 흔들리지 않는 불혹(不惑)이라는 나이가 되었음에도 여전히 흔들리고, 만족하지 못하고 있는 내가 탐탁하지 않았음이리라. 나 역시 흔들리고 흔들리다 50대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기력이 떨어져서 반쯤 포기한 채로 말이다.

"오늘도 나는 흔들린다. 아마 내일도 모레도 계속 흔들리겠지. 흔들리고 흔들리다 '이게 40대인가? 싶으면 50대로 진입하고 있을 것 같다." (p.51)

17년째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프리랜서 방송작가라고 자신을 소개한 저자는 흔히들 말하는 배고픈, 돈 안되는, 그래서 누구나 말리는 글 쓰는 일을 하면서 막연하게 느끼고 경험하고 뼈저리게 깨달은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고 한다. 닥치고 색안경을 끼고 보는 마흔 언저리의 비혼 주의자 그리고 혼자사는 여자, 프리랜서, ... 보편적인 '안정'이라는 범주에 들어있지 않은 자신을 인정하고 내가 원하는 대로 나답게 살 수 있는 나이를 마흔이라고 말한다. 비록 마흔에 다다르기까지의 긴 시간이 걸렸지만, 지금이라도 당당할 수 있는 용기를 낸 마흔의 그녀를, 쉰을 바로 앞에 둔 같은 생각을 가진 또 한사람으로 응원하게 된다.

[잘 늙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

1. 더 이상 '어리지 않음'을 인정한다.

2. 나이를 먹을수록 따뜻한 사람이 되기를 희망한다.

3. 나이가 들어도 새로 시작하는 일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4. 건강한 몸과 마음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한다.

5. 최소한 지금의 나잇값을 하면서 살아간다. (p.47)

얼마나 많은 생각 끝에 잘 늙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에 도착했을까. 나이 듦을 인정하고 더불어 곱게 나이 들어가는 것을 기대하는 마음이 짠한다. 지난주 읽었던 '나는 갱년기다'에 이어 또 한 번 나의 나이에 대해 생각한다. 얼마나 더 시간을 보내야 나는, 쿨하게 나의 늙어감을 인정하고, 어려 보이기 위해 머리도 자르고, 옷을 고르는 의미 없는 일을 멈출 수 있을 것인가... 마흔도 훌쩍넘어 쉰을 바라보면서도 아직 나이에서 독립하지 않는 나를 토닥이며, 나이에서 독립할 수 있는 나다운 나를 기약하며 책장을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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